“아무리 중요한 이야기라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면 의미 없다”
누구나 동참하고 싶게 만드는 ‘재미있는’ 기획의 비결
전 세계 20개국으로부터의 러브콜, 100만 명의 참여 유도, 모금액 4천만 엔, 2만 건의 해시태그 게시물 등 그의 기획에는 참여를 부르는 힘이 있다. 저자는 방송 프로그램과 팝업 행사 등 다양한 기획을 거듭하면서 좋은 기획은 ‘참여’를 이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전달하고 싶은 대상에게 닿지 못했다면, 그것이 아무리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해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사실을 숱하게 목격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크게 외쳐도 귀 기울여 주는 사람이 없다면, 그 말은 생명력을 잃는다. 저자는 중요한 이야기라면 사람들이 실제로 듣게 해야 하고, 동참하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의 몸과 마음은 언제 움직일까? 가장 먼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지금 꼭 필요한 이야기인지 자문해야 한다. 필요가 없는 이야기라면 시작할 이유조차 없기 때문이다. 그다음으로 저자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유쾌함’이다. 그가 진행해 온 프로젝트의 접근 방식은 한결같이 밝고 유쾌하다. 이를 ‘해님’의 접근법이라고 표현한다. 익히 알려진 「바람과 해님」 우화에서 나그네의 옷을 벗긴 것은 사나운 강풍이 아니라 따뜻한 햇살이었듯, 강압적인 방식보다는 산뜻하고 유쾌한 접근에 마음이 열린다는 것이다.
일례로, 저자 또한 ‘치매 환자’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치매 환자를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는 간병 전문인을 취재하며 인식이 전환되었고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이라는 기획을 추진하기에 이른다. 치매 어르신이 홀 서빙을 해서 주문을 ‘틀릴지도 모르는’ 귀여운 콘셉트의 이 레스토랑은 치매 환자들에 대한 우리의 시선을 달리할 뿐 아니라 실수를 너그럽게 포용하는 분위기를 환기했다는 평을 얻었다. 그 결과 일본 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아마추어’라서 가능한 기획에 해답이 있다
그가 이렇게 유쾌한 기획을 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저자는 그중 하나로 자신이 ‘아마추어’인 점을 꼽는다. 사실 우리는 대부분의 분야에서 프로이기보다는 아마추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아마추어라면 대개 불리한 일투성이인데, 기획자로서는 강력한 무기를 얻는 셈이다.
어느 한 분야 또는 주제에 대해 익숙해지고 통달할 정도가 되면, 모든 게 새롭게 느껴지는 아마추어, 즉 초심자의 관점을 잃게 된다. 처음 품었던 의문들을 차차 관례로 받아들이고, 얕은 상식이 쌓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면 참신한 기획은 나오기 어렵다.
사람을 많이 모으고 싶다면, 해당 주제에 익숙지 않은 초심자의 마음과 시선에 공감하는 것이 관건이다. 어떤 분야든 전문가보다는 초심자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초심자의 관점을 잃어버린 기획자는 자신도 모르게 대중과의 담을 쌓게 되는 건지도 모른다.
저자 오구니 시로는 기획 초기에 노트를 만들어 떠오르는 궁금증들을 여지없이 적어보기를 권한다. 만약 그 시기를 놓쳤다면 기획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모르는 친구나 가족에게 설명해 보는 것이다. 그렇게 초심자의 질문과 생각을 파고들다 보면 당연하게 여긴 곳에서 새로운 관점을 발견할 수 있고, 다수가 공감하는 기획을 펼칠 수 있게 된다.
세상과 타자와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앞으로의 기획자’
우리가 아마추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기획을 잘하는 비결일 뿐만 아니라 세상을 더 낫게 바꿀 수 있는 실마리인지도 모른다. ‘치매 환자들에 대해 잘 모르면서 두려워했습니다’, ‘LGBTQ에 대해서는 뜻만 아는 정도였지요’ … 저자는 매 프로젝트를 마주하며 가장 먼저 한 일은 자신이 그 분야에 무지함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편견 없고, 틀에 박히지 않은 프로젝트를 기획할 수 있었다. 우리 자신이 잘 모른다는 것을 받아들일 때, 마음에는 그만큼의 여백이 생긴다. 내가 몰랐던 새로운 이야기와 세상의 소식을 받아들일 만큼의 여백 말이다.
저자가 진행해 온 프로젝트는 물건 하나 더 팔기 위한 꼼수나 화제성 이벤트가 아니다. 내가 몰랐던 세상의 구석구석을 조명한다. ‘나’보다는 타인을 바라보게 만든다. 동시대를 사는 우리가 마땅히 관심 가져야 할 주제를 환기한다. 이렇게 켜켜이 시간과 노력을 쌓아 올리면 결국 모두가 웃게 되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소망을 품고서.
“어차피 혁명을 일으킬 거라면 와하하 웃음이 나오는 유쾌한 혁명을 하고 싶습니다.
누구나 무심코 동참하고 싶어지는 기획. 일단 접하고 나면, 결코 웃을 수 없는 사회문제를 보는 시각이 확 바뀌어 조금은 자기의 일처럼 느껴지는 그런 기획 말입니다.” - 본문 중에서
갈등이 팽배한 이 시대에 기획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은 그 어느 것보다 ‘사회에 대한 관심’이 아닐까. 기획자는 사람과 사람을, 사람과 세상을 잇는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 모두가 따스한 기획자로 변모하는 시작점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