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전 · 심청전》
〈춘향전〉은 18세기 경부터 전래된 열녀 설화, 암행어사 설화, 신원 설화, 염정 설화 등을 종합적으로 구성해 놓은 것이어서, 흥미진진한 전개가 독자들의 갈채를 받기에 충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춘향전의 주제는 춘향의 정절이다. 어떤 역경과 고난에도 굽히지 않은 숭고한 사랑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지, 자각한 민중 의식이라든가, 봉건체제에 대한 춘향(천민)의 항거와 승리를 묘사한 목적소설이 아니다. 춘향과 이도령의 관계도 계급적 대립관계로 볼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계급을 초월한 젊은 남녀 간의 충실한 애정소설로 보아야 한다.
작품 구성은 5단계의 극적 구성으로 되어 있다. 곧 춘향과 이몽룡의 이별과 변사또의 횡포, 그리고 수청 거절로 옥고를 치르는 춘향의 고난과 과거에 급제하여 암행어사가 된 이몽룡의 변신까지는 전개이며, 춘향이 옥중 고초를 겪다가 형장을 맞아 죽게 된 장면은 위기이다. 여기에 이몽룡이 변사또 생일 잔치에 어사 출두하고 변사또를 봉고 파직시킨 후 춘향을 구출함은 전환이며, 춘향이 서울로 올라가 정렬부인이 되는 것으로 결말을 맺었다.
그러므로 춘향전은 천기(賤妓)였던 한 여인이 사대부와의 사랑을 인연으로 해서 자신도 사대부로 신분이 격상되어 간 이야기로서, 결코 평민이 귀족계급에 항거하여 승리한 인도주의 문학이 아니다. 그보다도 오히려 춘향과 같은 천기도 여성으로서의 정절을 지킴으로써 귀족이 될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을 불러일으키는 이상주의 또는 낭만주의 문학이라 할 수 있다.
〈심청전〉은 춘향전, 흥부전, 옹고집전 등과 함께 판소리 소설에 속하는데, 작자는 알 수 없다. 판소리 소설이 그러하듯 인도의 전동자(專童子) 설화, 묘법동자(妙法童子) 설화 등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효녀지은 설화 등으로 전해져 오다가 판소리로 불려지고, 다시금 소설로 정착한 것으로 보여진다.
〈심청전〉의 주제는 효도로서 그 구조적 특징은 전반부와 후반부가 대조적인 점에 있다. 전반부는 심청이 가난한 현실에서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도 눈이 어두운 부친을 봉양하되 극진한 효도로 일관하다가, 마침내 공양미 3백석을 바치기 위해 자신을 제물로 팔아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내용으로 되어 있어 현실성, 세속성, 필연성을 표현하고 있다.
후반부에서는 용왕의 도움으로 다시금 인간 세상에 환생하여 황후가 되고, 전국 맹인 잔치를 열어 마침내 부친의 눈을 뜨게 하고 모든 맹인들도 함께 광명을 찾게 함으로써 비현실성, 탈속성, 우연성을 잘 표현해 주었다.
이렇게 〈심청전〉의 대립적 이중구조는 심청의 효성을 성취시키고자 한 작자의 의도적인 구성 방법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