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지는 것이 아닌 살아가기 위한 준비
2020년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OECD 회원국 중 1위를 차지하면서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었다. 65세 이상의 인구 중에서 중위소득 이하의 비율이 40%로 가장 높다는 것이다. 이러한 빈곤율은 자연스럽게 노인 자살률 1위로 이어진다. 2023년 올해는 조금 떨어졌다고 하지만 85세 이상의 노인 빈곤율은 오히려 높아졌다고 한다.
이러한 수치는 곧 국가가 노인들의 삶을 책임지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몸과 육체는 아직 젊은데 사회활동을 할 수 없는 데서 오는 우울감과 무기력감은 인간관계와 건강 등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친다. 결국 노년의 삶은 개인이 준비해야 한다.
윤태익 교수는 자신의 형제들이 미래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불행한 삶을 살아간 것을 직접 경험하면서 하루라도 빨리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감하고 관련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그는 강연에서 돈 때문에 아버지의 생명을 포기한 사연, 암으로 세상을 떠난 둘째 동생, 뇌출혈로 쓰러져 두 발로 서지 못하는 셋째 동생, 혼자 쓸쓸히 고독사한 막냇동생 이야기를 하면서 “100세 시대에 미래 준비를 꼭 하라”고 당부한다.
노후 빈곤, 노후 파산, 노후 자살 쓰나미가 몰려오는 것을 온몸으로 느낀 사람으로서, 앞서 경험한 사람으로서 “그냥 살다 보면 ‘어떻게 되겠지’ 하지 말고, ‘아차’ 하고 뒤늦게 후회하지 말고, ‘돈, 건강, 사람’ 미리미리 꼭 챙기세요”라고 당부한다. 우리 모두는 한 명 한 명의 소중한 영혼이기에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삶을 위한 조언을 하려고 한다.
20+20년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세세한 인생의 목표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누구나 궁극적으로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행복하게 살다가 후회 없이 세상을 떠나고 싶을 것이다. 특히 젊은 시절에는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면 은퇴 이후에는 유유자적하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삶을 즐기는 모습을 상상한다.
전원주택에서 친구들을 불러 모아 와인을 마시면서 수다를 떨고, 가고 싶을 때 훌쩍 해외여행을 떠나고, 일을 하지 않고도 시간이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취미생활도 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경제적 지원을 해주지 않아도 나름의 능력으로 먹고살면서 가끔씩 찾아와 기쁨을 주고 가는 자식들, 자식들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거뜬히 살아갈 수 있는 스스로의 건강과 경제력. 그야말로 더할 나위 없는 삶이다.
하지만 현실은 노인 빈곤율 1위로 노인 인구 2명 중 1명은 웰빙을 누릴 수 없다는 것이다. KBS 조사에 따르면 노인 자살의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이고 그다음으로 건강 문제, 부부 또는 자녀와의 갈등, 외로움이라고 한다. 이것은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 즉 미래를 위해 준비해야 할 5가지와 일맥상통한다. 바로 사람, 돈, 웰빙, 대물림, 배움이다.
사람들은 막연하게 ‘은퇴하면 뭘 하지?’ ‘회사 그만두면 뭘 하지?’ ‘나이 들면 뭘 하면서 살아야 하나?’라고 고민하지만 정작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른다. 돈을 많이 모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만 여러 연구에서도 밝혀졌듯이 행복의 가장 큰 요인은 돈이 아니다. 외롭지 않을 정도의 인간관계도 필요하고, 살아 있다는 존재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자기 일도 있어야 한다.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잘 살아가려면 건강도 지켜야 한다. 기술로 꽃피울 화려한 미래를 즐기려면 배움을 게을리해서도 안 된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데는 1만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루 3시간씩 투자한다면 10년의 시간이다. 길어진 인생에서 플러스 20년이 더 주어진다면 4개의 분야에서 전문가가 될 수 있는 시간이다. 미래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기에 두렵고 불안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희망을 꿈꿀 수 있는 것은 미래가 아직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미 지나간 과거에서 희망을 찾을 수는 없다.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면 더없이 기대되는 것이 미래이다.
우리가 하는 일에는 빠를수록 좋은 것이 있고, 늦을수록 좋은 것이 있다. 긴 인생의 준비는 빠를수록 좋다. 늦어도 4050세대는 자신의 미래를 지금부터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준비만 잘하면 100세 시대는 새로운 기회이자 설렘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부터 100세 인생을 위해 차근차근 할 수 있는 것을 시작해보자. 미래는 어둡고 칙칙하고 두려움에 떠는 시간이 아니라, 얼마든지 축복이고 선물이 될 수 있다.
또 다른 20년을 위해
지금 당장 챙겨야 할 5가지 To Do List
PART 1 PEOPLE_인생에서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것
인간관계는 자신이 하는 일과 경제력, 건강 등 모든 것들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과 교류하는 횟수가 줄어든다. 이런 외로움은 노년의 건강과 삶의 질을 더욱 떨어뜨린다. 사람들은 누군가를 만나면서 자존감을 얻고 살아 있음을 느끼며 또한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인생의 마지막 20년을 함께할 친구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좋은 인맥을 쌓아야 한다.
PART 2 MONEY_품격 있는 인생은 얼마인가?
돈 자체가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수많은 연구 결과에서도 나타났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는 꽤 큰 영향을 미친다. 은퇴 이후의 삶을 ‘7만 시간의 공포’라고 비유하는 것도 경제적인 문제 때문이다. 일정한 수입 없이는 근근이 생존하는 삶, 최악의 경우 생존 자체도 위협받는 삶을 살게 된다. 너무 과하지도 않고, 잘 살아가기에 충분한 돈을 얼마나, 어떻게 마련해야 할까?
PART 3 WELL-BEING_웰빙하면 웰다잉된다
노년의 삶에서 가장 큰 소망이라고 하면 단연코 건강하게 살다가 품위 있게 죽는 것이다. 아무리 수명이 길어졌다 한들 질병에 시달린다면 그저 살아지는 것일 뿐 진정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내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해야 한다. 죽기 하루 전까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면 웰빙과 웰다잉을 이룬 셈이다.
PART 4 HERITAGE_더 나은 것들을 대물림하라
자녀 세대와 건강한 관계를 맺지 못한다면 노년에는 외로움의 시간을 보내며 더욱 불행할 수밖에 없다. 나이가 들더라도 자식에게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아가려면 자식들 또한 부모에게서 독립해야 한다. 서로에게 의존하지 않고 각자의 삶을 응원할 수 있는 부모와 자식의 관계야말로 노년의 삶의 질을 높여준다.
PART 5 LEARNING_러닝휴먼이 머신러닝을 이긴다
세상은 급속도로 변화하는데 배움을 멈춘다면 자연스럽게 도태되어 잉여 인간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무언가를 배우는 한 시간이 지루하지 않고, 스스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매슬로의 욕구 5단계 이론에서 가장 상위에 있는 자아실현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배움이다. 2배로 길어진 노년의 시간을 허비하지 않으려면 배움의 의지를 절대 놓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