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이 책을 쓴 데는 3가지 목적이 있습니다. 첫째는 커피라는 창을 통해 콜롬비아를 좀 더 깊이 이해하는 것입니다. 원고를 집필하는 과정은 콜롬비아 커피산업을 배우고 커피에 관한 상식을 넓혀가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콜롬비아 사람들에게 커피는 그냥 커피가 아니라 국가의 상징이며 자존심입니다. 콜롬비아 경제를 뒷받침해온 기둥이기도 합니다. 콜롬비아에서 커피는 우리나라의 쌀과 같다고 보면 됩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어린 시절의 추억이기도 합니다. 콜롬비아 커피와 커피문화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콜롬비아를 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콜롬비아에서 두 번이나 공관장직을 역임한 필자에게 콜롬비아 커피 공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습니다.
두 번째는 우리 국민들에게 콜롬비아 커피산업구조와 커피문화의 실상을 알리는 것입니다. 콜롬비아는 세계 3위 커피생산국입니다. 수입액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세계 커피생산국 중에서 콜롬비아로부터 가장 많이 커피를 수입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커피수요가 매년 20~30% 정도로 확대되고 있고 커피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기심도 왕성해지고 있습니다. 그들의 호기심, 즉 어떤 품종의 커피가 어느 지역에서 생산되고 어떤 방법으로 유통되는지, 어떤 가공과정을 거치고 어떠한 스토리가 입혀지고 있는지 등 질문에 답하고 싶었습니다. 시중의 커피 책들을 통해 과학적 또는 인문학적 상식을 얻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지역 또는 국가 커피에 집중한 서적은 발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현지에서 6년이나 콜롬비아를 관찰한 공직자로서 콜롬비아 커피를 상세하게 알리는 게 우리 국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의미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세 번째는 콜롬비아 커피에 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우리 커피 수입업체나 그린 빈 바이어(Green Bean Buyer) 또는 로스터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누군가가 콜롬비아 커피나 커피산업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관찰들을 기록해 놓으면 다른 사람들도 이를 토대로 더 깊이 있는 정보를 파악하고 축적할 수 있다고 봅니다. 더 바라자면 이 책의 자료들이 커피에 관심이 큰 젊은이들에게 자극제가 되면 좋겠습니다.
이 책의 내용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콜롬비아 커피의 품종과 경작 및 가공 방법 등에 관한 실질적인 정보가 한 축이고, 콜롬비아 커피산업을 지배하는 제도나 유통구조 그리고 커피와 관련된 사회모습이 또 다른 한 축이며, 마지막 축은 콜롬비아 커피를 이해하기 위한 커피에 관한 일반상식, 즉 커피의 전래 역사, 인문학적인 관찰, 새로운 소비트렌드 등에 관한 내용입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축에 집중하여 자료를 모으고 정리했으며, 책을 쓰는 과정에서 얻은 추가적인 정보들을 세 번째 축으로 엮어서 넣었습니다. 이 세 가지 축은 순서 없이 책에 반영되었습니다.
이 책을 쓰는 데 활용한 자료는 크게 3가지입니다. 첫째는 콜롬비아 커피생산지를 직접 돌아본 경험과 커피기관 관계자 및 생산자들과의 대화로 얻은 정보로 이는 책 내용의 중심이 되었고 또한 책을 쓰는 동기가 되었습니다. 두 번째는 콜롬비아 신문잡지 스크랩과 스페인어 책자로 이는 콜롬비아 커피산업을 이해하는 기초가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한국서점의 커피책자와 커피경제신문 등 국내 신문기사들로 이는 커피에 관한 기본지식을 확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시각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커피산지를 다니면서 촬영한 사진들을 많이 넣었습니다. 공간적인 이해를 제고하기 위해 콜롬비아 지도를 부분적으로 넣었습니다. 정확성을 높이고자 통계숫자를 많이 사용했습니다.
이 책은 미완성 작품입니다. 잘 다듬어지지도 않았습니다. 공관에서 일을 하면서 틈틈이 읽고, 있는 자료들을 정리한지라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따라서 출간에 망설임이 있었으나 지금 하지 않으면 평생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족분을 다른 사람이 메꾸면 된다는 마음으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이해를 구합니다.
책 내용에도 나옵니다만 저는 콜롬비아에 근무하면서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커피생산지를 방문하면서 예의상 커피를 마시고 또 얘기를 듣다보니 콜롬비아 커피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고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커피이야기를 들려준 콜롬비아 커피농장 주인들, 콜롬비아 커피생산자협회와 지방에 소재한 커피생산자협회지부의 직원들, 지방정부 관계자, 여러 커피조합 관계자, 알마카페 직원들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이 책의 많은 부분은 그들의 생각과 그들의 이야기이며 출장기록이기도 합니다. 저와 함께 출장을 다니며 보고서를 쓰고 사진을 찍고 원고를 읽어준 주콜롬비아대사관 동료직원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필자의 원고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책 출판을 주선해주신 양오석 춘천커피협회 회장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원고를 멋있게 편집해준 박영사 전채린 차장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마지막 원고를 검토해준 딸과 무엇보다 저의 교만과 어리석음을 늘 일깨워주고 부족함을 지혜로 메꾸어주는 저의 반쪽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2023년 6월 남한산 자락에서
추종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