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바오로. 그는 누구입니까? 그는 초대 교회 안에서 가장 많이 선교한 분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초대 그리스도교에 가장 커다란 영향을 미쳤던 사람이지요. 그는 온전히 그리스도라는 분에게 매료되어 그분의 메시지와 가르침을 타오르는 열정으로 사람들에게 전해 준 인물입니다. 그런데 만약 그가 서간을 남기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상상해 봅니다. 다만 그냥 탁월한 선교사일 뿐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그는 각 공동체와 개인에게 편지를 쓰면서 그 편지를 통해 그의 인간됨, 그의 성격, 그가 누구인지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원래는 열렬한 유다교 신자이며 예수를 박해하는 사람이었는데, 신비로운 예수님과의 만남 이후, 회심하여 가장 충실한 그리스도교인이 됩니다. 그는 신약 성경 27권 가운데 전통적으로 13편의 서간이 그가 저술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또한, 사도행전에서도 그의 활약상을 아주 상세하게 전해 줍니다.
그는 열렬한 바리사이로서 그리스도교를 박해하는 일에 앞장섰습니다. 그가 그리스도교 신자들을 잡으러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에서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만나는 신비한 체험을 한 후 완전히 삶이 바뀝니다. 이 체험을 통해서 바오로는 자신이 파괴하려고 했던 것, 즉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의 교회와 하나가 됩니다. 그는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드님이고 참 메시아라는 굳은 신앙을 갖게 되고, 하느님의 특별한 계시에 의해 이방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라는 사명을 받았습니다.
그의 편지들은 그를 잘 알 수 있는 여러 가지 사항을 전해 주고 있습니다. 그는 불굴의 의지, 끈기 있는 노력, 열정, 적극성, 성실함, 비범한 지구력 등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한편 그는 섬세하고 다정다감하며 부드러운 면모도 지니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에게 애착을 느끼고 그들의 슬픔과 괴로움을 함께 느낄 줄 아는 마음을 지녔으며,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도 친밀하게 지냈습니다.
바오로는 탁월한 언변과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가 사용한 어휘들은 풍부했으며 그는 언어에 뛰어난 자질이 있었습니다. 그가 쓴 글은 아주 강한 표현력과 탁월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는 바리사이로서 랍비 교육을 받았던 까닭에, 구약 성경에 관해 해박한 지식과 이해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성경 해석의 논리와 방법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구약 전체를 그리스도께서 가져다주실 진리와 구원을 준비하고 예시한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그는 초대 교회 공동체의 믿음을 바탕으로 모든 이의 구원을 위해 사람이 되시고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분이시며 하느님의 아드님이시요 구세주이신 예수님에 관한 자신의 교의를 확고하게 다져 나갔습니다. 그는 하느님과 그리스도로부터 직접 계시를 받기도 했습니다.
바오로는 바르나바가 찾아가서 다시 불러줄 때까지 거의 7~8년의 세월을 고향 타르수스에서 묻혀 지내야 했던 것입니다. 마르티니 추기경은 실제로 바오로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라는 물음을 던지며 이렇게 말합니다.
“다마스쿠스와 예루살렘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온 바오로는 깊은 고독과 번민의 때를 가져야 했을 것이다.”
다마스쿠스 사건 이후의 바오로의 10년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고 합니다. 다마스쿠스에서의 불안, 예루살렘의 몰이해, 그리고 타르수스에서의 심한 고독과 번민의 시간들이었다고. 그리고 그는 물음을 던집니다.
마르티니 추기경은 우리는 아무도 상처 입지 않는 사람이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자비로운 계획에 눈을 떠야 하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주님은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에 시련을 겪게 하신다는 말씀은 전적으로 맞습니다. 고독과 번민의 때, 시련과 어려움의 시기를 보내시고 있는 분이 있다면, 지금이 은총의 시간임을 잊지 않으시기 바랍니다.
우리에게는 일회적인 회심이 아니라 끊임없는 정화의 시간이 필요한 것입니다. 이 정화를 위해 그의 편지를 다시 읽는 것, 그 자체로 떨리는 가슴입니다. 그 체험으로 깊숙이 들어가 보십시오.
이 책의 표지가 예쁘지요? 서예원 아나다시아 님의 작품입니다. 예수님의 최후 만찬입니다. 원래 라파엘라 작품이 유명하지만, 서 아나다시아 님에 의해 나름대로 한국적인 정감이 어려있는 독특한 색채로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80살이 넘은 나이에도 예수님의 최후 만찬을 기도로 아름답게 표현했습니다. 그녀의 열정에 저는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그의 신앙심을 본받고 싶어 이 그림을 표지로 썼습니다. 제 마음으로부터 존경과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