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정태 시인의 시적 이미지는 정확하게 말해 시인 자신의 내면세계를 향하고 있다. 내면에 자리 잡은 시인의 가슴 깊이 깃들어 있던 형상들이 긴 세월을 살아오는 동안 안으로 뜨겁게 성숙하여 결실 상태로 간직되어 있기 때문이다. 시인은 그렇게 자신의 내면세계에 점진적으로 다가가면서 평소에는 잊힌 듯 숨죽이고 있던 상념들이 비로소 숨을 쉬며 빛을 발하게 하는 솜씨를 마음껏 발휘하고 있다.
배정태 시인의 시 세계가 바로 모든 생활 요소에 대한 존재로서의 긍정을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있다. 생활의 단면들을 담담하게 그려냄으로써 객관적 시선으로 시인의 삶에 대한 흔적을 풀어내고 있다.
배정태 시인의 이 시집은 모두 시조의 형식미를 최대한 내세워 정형에서의 이탈을 발견할 수가 없다. 시조가 명실공히 민족문학이라면 필연적으로 특수성과 개별성이 전제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 특수성, 개별성은 예외적인 현상이 아니라 체계라야 할 것이고, 그 체계는 궁극적으로 보편성으로 이어져야 한다.
배정태 시인의 시조는 언어라는 매체를 이용하여 인간의 내적 이미지를 잘 나타내고 있으며, 표현 매체인 언어의 활용에만 급급한 것이 아니라 표현된 언어가 가지는 그 이면의 뜻, 즉 숨겨진 이미지를 가감 없이 잘 그려내고 있다. 이는 20여 년이 넘는 오랜 시력(詩歷)과 한국인터넷문학상, 제10회 전·현직 공무원 문예대전 행자부장관상, 《대전문학》 올해의 작가상, 《동구문학》 공로상, 한밭아동문학상, 대전동구문학상, 대전문학상, 한밭시조문학상, 《한밭아동문학》 공로상, 대전 동구청장 공로상(문학 부문) 등 왕성한 작품 활동을 인정하는 많은 수상 경력이 바탕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