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히 베스트셀러 홍수의 시대라 해도 좋을 지금, 수많은 책들이 등장했다가 사라진다. 한때 큰 인기를 끌었던 책이라 해도 트렌드의 변화에 따라 잊히기 십상이다. 수 세기동안 변함없이 사랑받아온 세계 문학 고전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다. 인간 근본을 탐구하는 인문학적 시선은 인류가 살아온,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모든 시간을 관통한다.
『세계문학 오디세이아 - 광인의 복화술과 텍스트의 오르가슴』은 이런 고전 작품들을 한 데 모아 깊은 사유의 장을 펼친다. 저자는 현대인이 사랑하는 여러 작품들을 ‘사랑’, ‘근대’, ‘구원’ 등 16개 주제로 다시 읽어내며, 새로운 시각을 덧입혀 독자에게 내놓는다. 가령, 리처드 도킨슨의 주장처럼 생명이 유전자의 운반책일 뿐이라면,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1947년)가 다룬 것은 인간의 비극일까? 아니면 인간 유전자의 위기일까? 또한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의 ‘비극’과 『위대한 개츠비』, 『경멸』 의 ‘비극’이 서로 다른 것은, 근대시기 신분의 한계가 사라지고 오직 ‘사랑’만이 남았기 때문일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질문은 자신만의 명쾌한 해답을 찾아가는 사유의 쾌락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텍스트를 읽는 동안 느껴지는 말의 리듬과 절묘한 표현이 주는 ‘말맛’은 또 다른 쾌락이다. 저자는 때로는 장황하게, 때로는 간단명료하게, 강약을 조절해가며 문장 자체를 읽음직하게 만든다. 책 말미에는 본문에 배경으로 흐릿하게 사용한 고흐의 그림들이 별도로 수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