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임시정부에 대한 오해와 폄훼
중국을 움직여 얻어낸 자유 독립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무엇을 했느냐고 묻는 이들이 있다. 8월 15일 해방은 되었지만, 한반도는 다시 미국과 소련에 점령되었다. 두 나라는 일본에 승리한 후 전리품으로 한반도를 차지한 것이다. 그러나 엄청난 희생과 대가를 치르고 얻은 한반도지만 두 나라는 3년 만에 물러났고, 한민족은 1948년 독립된 국가와 정부를 갖게 되었다. 이를 미국과 소련이 베푼 은혜로 보는 이들이 있다. 과연 그럴까?
한민족이 독립운동을 하지 않았어도 연합군이 독립을 보장해 주었을 거라고 믿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그럴 리는 만무하다. 카이로회의에서 한국의 독립이 결정되는 과정만 보아도 알 수 있다. 한국의 독립은 연합국이 준 일방적 선물이 아니다. 50여 년에 걸친 독립운동의 결과였고, 임시정부가 장제스를 움직여 얻어낸 성과였다.
대한민국은 1919년 4월 11일 건립되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존재와 가치를 폄훼하고 역사를 지우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정부가 주도해 ‘건국 60년’을 기념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려 한 것이다. ‘광복절’은 일제의 식민지지배에서 벗어난 것을 기념하는 것이므로 ‘광복’보다는 ‘건국’이 더 중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이뿐만 아니다. 국정 역사 교과서 편찬을 밀어붙이기도 했다. 그때마다 독립운동 관련 단체들의 거센 항의와 연구 단체들의 반대 성명 발표로 무산되었지만, 이 과정을 겪으면서 국민들의 혼란은 가중되었다.
저자는 「제헌국회속기록」에 있는 이승만 국회의장의 개회사를 인용해 대한민국은 1948년에 건국된 것이 아니라 1919년 4월 11일 중국 상하이에서 건립되었고, 1948년 8월 15일에 수립된 대한민국 정부는 1919년에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이은 것임을 확인시킨다. 덧붙여 이승만을 ‘건국대통령’이라고 하는 것은 그의 역사의식을 왜곡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이승만을 욕되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22개 주제로 좇는
단절되지 않고 이어온 역사
1910년부터 1945년까지 일제시기를 민족의 역사가 단절된 것으로 보거나, 해방 이후 역사가 새로 시작된 것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일제에 나라를 빼앗기고 식민지지배를 받았지만, 우리 민족의 역사는 단절된 적이 없다. 1910년 8월 대한제국이 망한 것을 융희황제가 주권을 포기한 것으로 설명하고, 군주가 포기한 주권을 국민들이 계승해야 한다며 임시정부 수립을 제창한 「대동단결선언」은 1919년 3월 1일 “오등(吾等)은 자(玆)에 아조선(我朝鮮)의 독립국(獨立國)임과 조선인(朝鮮人)의 자주민(自主民)임을 선언하노라”라고 선포한 「3·1독립선언」로 이어져 독립국인 대한민국 건국을 이루어낸다.
일제에 나라를 빼앗기고 식민지지배를 받았지만, 민족의 역사는 단절된 적이 없다. 그동안에도 우리 민족은 살아 있었고, 나라를 되찾기 위해 독립운동을 전개했다. 독립운동 과정에서 우리 민족의 역사는 크게 변화하고 발전했다. ‘대한민국’을 건립하고 ‘임시정부’를 수립했으며, 군주주권에서 국민주권의 역사로, 전제군주제의 역사에서 민주공화제의 역사로 바꿨다. 독립운동 과정에서 얻은 역사적 경험들은 해방 후 역사의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1948년 대한민국 정부로 이어졌다. 국회의장 이승만은 제헌국회 개회사를 통해 임시정부를 계승·재건·부활하자고 제안했고, 제헌국회에서는 이승만의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여 정부를 수립했다. 그리고 제헌헌법 전문에 대한민국 정부는 임시정부를 계승·재건한 것임을 천명한 것이다.
이 책은 우리 역사가 단절된 것이 아니라 언제나 살아 있었음을 정확히 짚어준다. 저자는 40여 년 동안 임시정부를 연구해 오면서 얻은 생각과 결론을 일반 독자들에게 알리고자 이 책을 기획했다. 독자들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22개 주제를 정해 쉬운 문체로 써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