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고 외로웠던 그 겨울, 나를 견디게 해준 옆방 남자
다예는 미대입시 재수생.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홀로 작은 방에 살면서 미술학원에 다닌다. 올해만 견디자는 마음으로 친구도 만들지 않고 학원과 집을 오가는 생활을 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노골적으로 학원 원장이 추근거린다. 학원의 다른 아이들 무리가 그걸 눈치 채고 수군대는 것 같기도 하다. 다예는 짜증나고 억울하지만, 조금만 참자는 마음으로 시간을 견딘다.
그러던 중, 옆방에 살던 여자가 이사를 가고 그리로 훤칠하고 잘생긴 남자가 이사를 온다. 하루의 피로를 날려줄 만큼 상큼한 그 남자. 다예는 아무것도 모른 채 사랑에 빠지(기로 한)다.
오늘 옆방 남자가 버린 담배꽁초를 주웠다.
나는 결벽증인데!
그 남자는 말보로 담배를 피우고, 카페라떼를 즐겨 마시며 친한 친구가 두 명 있다. 어떻게 알을까? 다예의 관심은 이제 옆방 남자에게 완전히 집중된다. 하루 종일 그 남자 생각을 하고, 옆방에서 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가 우편물을 보고 이름을 알아낸다. 이름을 단서로 SNS를 뒤지고, 그러다 그가 버린 쓰레기를 엿보기까지 한다. 마치 탐정이 된 듯!
그리고 알게 된 그 남자의 끔찍한 비밀...
우리는 저마다 좁은 방에 갇혀
외로운 시절을 견디게 해준 짝사랑의 존재. 하지만 그 마음은 점점 위험해져 간다. 〈좁은 방〉은 다예의 관심이 집착으로 달려가는 아슬아슬한 지점을 담아냈다. 입시라는 한 가지 목표만 바라보며 견뎠던 1년. 에너지를 온통 입시에만 쏟기 위해 인간관계도 인간적인 생활도 접어두었지만, 마음 붙일 곳 하나는 필요했던 시기. 마음 가는 대상을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고 엿보기만 했던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까.
작가는 다예의 경험을 통해 우리에게 서늘한 질문을 던진다. 서로가 자기만의 좁은 방에 갇힌 채 소통 없이 추위와 고독을 견뎠던 날들. 그때의 우리에게 정말로 필요했던 건 뭐였을까?
예술적 지면 연출, 500쪽이 넘는 벽돌책
작가가 직접 편집 디자인을 해, 웹툰과는 다른 지면만을 위한 연출을 선보인다. 500쪽이 훌쩍 넘는 양장본 벽돌책! 묵직한 울림을 주는 소장 가치 충분한 그래픽 노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