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예술가의 눈, 이방인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
예술과 인문학이 만나는 지적인 사색의 기록
『펜으로 쓰는 춤』은 안무가이자 공연예술가의 시선에 비친 일상을 담은 에세이다. 예술과 인생에 대한 고찰, 세계 각국을 여행하며 쓴 진솔한 여행기와 인상 깊은 예술 문화 작품에 대한 감상은 일상에서 예술을 발견하는 일의 즐거움을 일깨운다.
첫 번째 장은 인생에서 예술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공연예술가에게 ‘무대’가 지니는 의미와 예술에 주어지는 상에 대한 단상부터, 독서와 공연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찾아가는 일화들은 예술이 인생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알려준다.
두 번째 장에서는 무대를 바깥으로 옮겨 독일살이와 여행기를 다룬다. “독일에서도 한국에서도 늘 아웃사이더로서의 삶에 익숙하다 보니, 어디를 가도 관찰하고 영감을 받는 것이 나의 정체성이 되어버렸다”는 저자는 20여 년 넘게 이방인으로 살면서 겪은 경험을 털어놓는다. 또한 공연을 위해, 개인적인 여행을 위해, 친구를 만나기 위해 떠난 수많은 여행은 내면을 한 뼘씩 성장시켰음을 발견한다. 새로운 세계와의 조우는 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한다.
여행은 자기라는 실체를 잊고 다시 태어난 듯 새로운 시간과 공간이 주어지는 것이다. 일상에서 형성된 의식들이 새로운 공기와 섞이는 순간, 기분 좋게 자기 부정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러니까 시간의 법칙과 공간의 법칙을 넘나들 수 있는 또 다른 세계를 만나는 것이다. _「아프리카, 카보베르데」, 141쪽
마지막 장은 저자에게 영감을 준 전시와 영화, 문학 작품에 대한 감상록이다. 쿠사마 야요이, 페데리코 펠리니, 파스칼 키냐르, 페르난두 페소아, 버지니아 울프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에서 건져 올린 사유의 결과물은 저자의 유연하면서도 단단한 문장이 만들어진 과정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펜으로 쓰는 춤』에는 한결같이 삶을 예찬하는 긍정의 힘이 있다. 삶에서 피할 수 없는 사랑, 죽음, 만남과 이별을 말하면서도 비관이 아닌 긍정주의를 견지하는 태도는 우리에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위로와 용기를 준다. “내일, 아니 한 시간 뒤, 10분 뒤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우리는 모르기 때문”에 “매 순간 하고 싶은 말과 감정을 표현하고 살아야 한다”라는 저자의 말은 그래서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