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삶을 하나로 엮고 풀어낸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 많은 세월을 일기처럼 채워 쓴다 해도 그것이 어찌 내가 될 수 있을까. 글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삶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이런 뜻에서 이 책은 내 삶에서 나를 찾기 위한 첫 페이지가 될 것이다.
이제 내 삶이 흐르는 강에 돌 하나 놓는다. 믿음의 돌이다. 그 돌을 징검다리 삼아 내 삶에 녹아든 주님의 역사를 만날 것이다.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이야기들이 나오고, 그 사이사이에서 나도 미처 알지 못했던 진실을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것은 나의 소박한 기대이다.
나의 이야기는 삼강(三江)에서 시작된다. 송화 강, 흑룡 강(아무르 강), 우수리 강이다. 그 강은 내 어릴 적 삶이 묻어있다. 나이 들어 그곳을 방문한 적이 있다. 두 강이 만나는 곳은 물색마저 달랐다. 흑룡강물은 송화강물보다 더 검고 진했다. 어깨동무하며 흘러도 물도 성격이 있어 어쩔 수 없다. 우리의 삶의 모습도 그렇지 않겠는가. 강도 때론 도도하다. 그 강가에 교회가 서있다.
삼강만 어찌 강일까. 우리는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주님의 강에서 살고 있다. 단순한 강이 아니다. 그 강은 주님과 함께 하는 믿음의 강, 주님의 은혜가 넘치는 강, 소망이 넘치는 강이다. 삼강이 길고 삼강평야가 넓듯 나에게 있어서 주님의 강은 길고 주님의 평야는 넓었다. 우리는 그 강에서 춤을 추었다.
나는 만주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6.25, 4.19, 5.16을 거치며 자랐다. 그리고 미국에 건너가 살았다. 삼강이 삼국이 되었다. 그런데 "나의 손자가 미국에서 편히 사는 것이 편치 않다."는 유화례 선교사의 한 마디 말씀이 나를 흔들어놓았다. 그분은 50년 이상 한국을 위해 선교사로 헌신한 분이었다. 그는 자신의 성경을 나에게 주었다. 나는 곧 한국으로 왔고, 한양대학 교수이면서도 목사가 되어 활동했다. 한양대학에 사회봉사 과목을 소개하는 일에 앞장섰고, 연변과기대와 연결되어 그곳에서도 오랫동안 가르쳤다.
이 책에는 이런 과정에서 우러나온 여러 얘기들이 녹아있다. 삼강에서 출발한 기차는 골목을 누비고 만을 지나기도 한다. 그 때마다 큰 주제가 건물처럼 서 있기도 했다. 대학에서는 사회봉사라는 주제가, 연길에서는 거룩한 헌신이 나를 사로잡았다. 그러나 처음부터 끝까지 나와 함께 해 주었던 것은 하나님의 말씀이었다. 성경은 지금도 내 곁을 떠나지 않고 나를 지켜준다. 내가 지쳐 있을 때 그 말씀은 나를 찾아왔고, 목마를 때 생수를 부어주었다.
삼강은 아직도 내 안에서 흐르고 있다. 그것이 평야를 지나며 곡식을 내고 열매를 거두게 하듯 삶의 여행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내가 누구를 만났으며, 무엇과 친하게 지냈는지 알게 될 것이다. 자랑스럽던, 부끄럽던 그 모두가 내 역사가 되어 나를 만들어주었다. 그런 점에서 나는 감사를 해야 한다.
이 책을 마무리 하면서 특히 감사드려야 할 분이 있다. 바로 우리 주님이시다. 나의 이름은 "삼위일체 하나님께서 나를 지으셨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나를 지으신 분, 그리고 지금까지 나를 이끌어주신 분이 바로 우리 주님이시다. 나의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이 만큼 설 수 있도록 하셨으니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은혜의 강가에서 노래를 부른다. "은혜 아니면 나 서지 못하리." 모든 영광을 주님께 올려드린다. 온전히 경배함으로.
양 창 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