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지』의 깊이를 더하다
단순 번역을 넘어 『인물지』와 『논어』의 일관된 흐름을 찾다
이한우는 고전 재해석을 통해 새로운 관점과 통찰을 제시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주희식 교조적 해석과 역사적 맥락에 묻혀 텍스트 자체의 본질이 훼손된 『논어』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복원하는 연구를 제시하는가 하면, 운명을 점치는 점술서로 폄하된 『주역』에 대해 ‘제왕의 리더십 교과서’로 재평가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한우의 설원』(상하권, 21세기북스)을 통해 기존에 이야기 모음집으로 인식되어온 『설원』을 『논어』와 관련지어 해석했다. 지금까지 시도되지 않았던 새로운 접근법이었다. 그 뒤를 이어서 또 다른 고전 번역을 내놓았다. 그 대상은 유소의 『인물지』이다.
이한우는 “제대로 이해된 공자적 입장에서 보자면 유소는 철저한 공자 사상 계승자”라고 말한다. 공자가 가르친 사람 보는 법, 즉 “그가 하는 행동을 보고, 왜 그렇게 했는지를 살피고, 무엇을 편안해하는지를 꿰뚫어 보라”라는 시관찰(視觀察) 3단계를 심화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중용(中庸)을 갖춘 사람을 최고로 평가하고 불벌(不伐)을 결론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인물지』는 철저하게 공자적인 사고를 수용한 책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공자 유학의 본령에서 지인지감의 가르침을 염두에 두고 『인물지』를 읽어나간다면, 더 깊고 입체적인 접근이 가능해질 것이다.
‘어떤 사람을 어떻게 쓸 것인가?’ 사람을 알아보는 12가지 방법
뛰어난 임금이 뛰어난 신하를 만나 뛰어난 치세를 이룬다!
『인물지』는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고 잘 쓰는 원칙을 12가지로 설명한다. 먼저 사람의 내면이 겉으로 드러나는 9가지 징후인 구징(九徵)을 제시한다. 그리고 성격에 따른 구분인 체별(體別), 유형에 따른 직분인 유업(流業)을 말한다. 탁월한 인재와 한 분야에 뛰어난 사람을 구분한 재리(材理), 인재의 역량 파악과 배치를 다룬 재능(材能), 인재를 쓸 때의 고려할 이로움과 해로움에 대한 이해(利害), 사람 알아보는 법을 다룬 접식(接識), 큰일을 해내는 큰 인물인 영웅과 웅재에 관한 영웅(英雄)이 이어진다. 그리고 사람을 살피는 여덟 가지 방법인 팔관(八觀), 인재를 감별할 때 흔히 범하는 일곱 가지 오류 칠무(七繆), 사람을 알아보기 어려운 이유를 다룬 효난(效難)을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성숙한 인재의 조건으로 석쟁(釋爭)을 제시한다.
『인물지』의 이상은 『논어』의 이상과 다르지 않다. 임금다운 임금, 신하다운 신하가 협력하여 처한 상황에 맞게 그에 가장 마땅한 도리를 찾아내 일을 풀어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물지』가 말하는 임금과 신하의 모범은 무엇일까? 『인물지』가 말하는 최고의 제왕은 요(堯)임금이다. 그는 아들에게 권력을 물려주고 싶은 사욕을 버리고, 백성을 편안하게 해줄, 가장 뛰어난 사람인 순(舜)임금을 찾아내어 그에게 자리를 물려준다. 요임금은 사람을 알아보는 밝은 눈을 가진 리더였다. 그리고 최고의 신하는 중용(中庸)과 불벌(不伐)의 미덕을 갖춘 사람이다. 이런 인재는 용기와 능력을 갖추었으되 겸손을 잃지 않는다. 『인물지』는 책 전체의 결론을 제시하듯 이렇게 끝맺는다. “크게 공로가 없으면서도 스스로 뽐내는 것이 맨 아래 등급이고, 공로가 있다 해서 그것을 자랑하는 것이 중간 등급이며, 공로가 큰 데도 자랑하지 않는 것이 맨 위 등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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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우의 설원』(전 2권), 『이한우의 태종 이방원』(전 2권), 『이한우의 태종실록』(전 19권), 『이한우의 주역』(전 3권), 『완역 한서』(전 10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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