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혁명과 미국 건국의 사상적 기반이 된 불후의 명작
《법의 정신》은 프랑스 대혁명의 사상적 기반이 되었고, 미국 연방주의 헌법에 이론적 토대
를 제공한 정치학과 법학의 기념비적 고전이다. 입법부와 행정부의 분립을 주장한 존 로크에 이어 몽테스키외는 사법부를 더한 ‘삼권분립’을 제안함으로써 서양의 민주주의 원칙을 규정하는 데 중요한 나침반 역할을 수행했다.
1748년 출간되자마자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지만, 한편으로는 종교계의 비난을 받아 1751년 로마 가톨릭교회가 금서로 지정하기도 했다. 《법의 정신》이 인간의 모든 제도에 필연적인 합리성이 내재되었다고 설명함으로써 종교보다 사회적이고 물리적인 요소를 우위에 둔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후대에도 몽테스키외를 둘러싼 수많은 평가가 이어졌다. 특히 저명한 현대 사회학자 레몽 아롱은, 초자연적인 것으로 인간 사회를 설명하지 않고 도덕, 관습, 사상, 법률 등을 편견 없이 가치중립적인 입장에서 서술하고 비교한 사실에 주목하며 몽테스키외가 사회학의 선구자라고 주장했다.
위대한 계몽주의자 몽테스키외가 20년을 바쳐 완성한 역작
몽테스키외는 어느 한 분야의 학문에만 국한되지 않고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을 총망라하는 박학한 지식인의 계보에 속하는 인물이었다. 그는 이 책에서 300종 이상의 저서를 인용하고 2천여 개의 각주를 수록하여 법을 다양한 학문의 관점에서 분석했다. 그래서 책의 원제는 “법의 정신 또는 각 정체의 구조, 풍습, 풍토, 종교, 상업 등과 법이 맺어야 하는 관계에 대하여. 여기에 저자가 덧붙인, 상속에 관한 로마법 및 프랑스법과 봉건법에 대한 새로운 고찰”이었다. 20년을 바쳐 완성한 역작에서 위대한 계몽주의자가 선보인 학문적 풍부함은 철학이나 정치학,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에 새로운 탐구의 길을 열어주는 토대가 되었다.
이 책의 논지를 이루는 세 줄기는 정체론, 자유론, 풍토론 및 국민의 ‘일반정신’에 관한 이론이다. 몽테스키외는 정부의 형태를 정체의 본질에 따라 공화정체, 군주정체, 전제정체로 분류하고 각 정체의 원리를 규정했다. 즉 민주정체의 원리는 ‘덕성’, 귀족정체의 원리는 ‘절제’, 군주정체의 원리는 ‘명예’, 전제정치의 원리는 ‘공포’라고 설명한다. 몽테스키외의 진가를 밝혀주는 정치적 자유론에서는 정치적 자유가 실현되기 위해 반드시 입법, 사법, 행정이라는 세 기능이 분리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기후나 풍토와 같은 자연적 조건과 종교, 풍속과 같은 정신적 조건과 법의 관계를 밝혔다.
국내 최초의 프랑스어 원서 완역
프랑스 인문학을 연구해온 역자 진인혜는 프랑스 갈리마르출판사의 플레이아드총서 중 《전집》 II에 수록된 《법의 정신》을 저본으로 삼아 원문에 충실하게 완역했다. 몽테스키외가 서문에서 책 전체를 다 읽고 판단해 달라 당부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번역본은 일부분을 발췌, 번역한 소책자이거나 일부 문단이나 장이 누락되어 있었고, 완역본이더라도 영역본을 옮긴 이중번역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에 출간된 한국어판은 몽테스키외 사상의 정수가 담긴 원문을 모두 온전히 번역하였다. 따라서 다양한 분야의 국내 연구자들에게 원문에 충실한 완역본을 제공함으로써 후속 연구를 촉진할 수 있고, 일반 독자에게는 서양 사상의 근저를 원형 그대로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