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어떻게 나를 위로하는가
지나고 보면 시간은 항상 빠르게 흘러 있다. 계속해서 생겨나는 일상의 크고 작은 일과 감정은 기록해놓지 않으면 손가락 사이의 모래처럼 줄줄 흘러버리기 십상이다. 내 시간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건 그때의 내가 기억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글쓰기는 그런 순간을 붙잡아주는 훌륭한 도구다. 그때의 나는 무슨 일을 했고 어떻게 느꼈는지 기록해야만 지금의 내가 어떻게 존재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아갈 수 있다. 글쓰기는 적극적인 ‘슬픔 재활용’의 장이 되기도 한다. 《슬픔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의 저자 김소민은 “글로 쓰면 슬픔도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볼 수 있다. 대체 나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왜 벌어졌는지, 다른 사람들은 이런 슬픔을 어떻게 견디는지 알아가다 보면, 슬프지 않아지는 건 아니지만 압도당하지는 않을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나에 대해 좀 더 알게 됐다”고 말한다. 이 외에도 자신의 진실된 감정을 마주하거나, 잃고 싶지 않은 소중한 순간을 담아두거나, 서로의 고통을 이해하며 연대하는 등 이 책의 1부에는 글쓰기가 주는 다양한 위안이 등장한다.
좋은 글에는 반드시 ‘이것’이 있다
글쓰기의 숱한 장점을 받아들였다면 2부는 글쓰기의 태도를 제안한다. 저자는 우선 내 안의 비평가를 잠재우라고 말한다. “세상에 많고 많은 평가자 중에 제일 독한 놈은 자기 자신일 때가 많다. 남이 나한테 했다면 멱살을 잡으려 달려들 이야기를 자신에게는 수시로 한다. 이런 평가질은 자기 안에 한 톨이라도 남아 있는 창조력을 말려버린다.” 이 외에도 쓰고자 하는 대상에 ‘가까이, 짜증날 만큼 가까이’ 다가갈 것, 좋은 작가는 어떻게 읽는 사람에게 ‘질문’을 던지는지, 뻔한 이야기보다는 미움받을 용기를 내 색다른 관점에서 주제를 잡아볼 것 등을 권한다.
탁월한 문장을 향한 기초 수업
3부에서는 오랜 신문사 기자 생활을 해온 저자의 문장 수업이 시작된다. 글 하나에 주장은 하나만 담을 것, 근거를 가지고 설득해야 하는 이유,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의 중요성, 단문 사용 방법, 조사와 부사의 활용, 번역 투와 인용 문제, 추상이 아닌 구체를 기록할 것, 퇴고 등을 다룬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좋은 문장을 짓는 태도와 기술에 대해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