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의원 출마로 알아가는 세상
〈 6개월 전 나의 포부와 열정으로 가득 찼던 사무실, 이제는 이곳을 찾아준 사람들이 남기고 간 따뜻한 마음이 빈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출마하기 전으로 시간을 돌릴 수 있더라도 나는 다시 출마할 것이다. 시련도 많았지만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겪었기에 출마는 나에게 큰 가르침을 주었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청춘의 한 페이지를 출마로 장식한 것은 우리나라의 정치를 이해하는 데, 내 삶을 이해하는 데, 사람의 소중함을 깨닫기에 훌륭한 경험이었다.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7시를 넘기고 있었다.
사무실 창문으로 쏟아지는 노을빛을 조명 삼아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
무모해 보이는 도전, 낙선이라는 쓴잔. 하지만 시의원후보로 보낸 약 여섯 달의 시간이 그의 인생에 더 크고 많은 것을 남겼다는 것을 필자는 깨닫는다.
무심코 지나다니던 거리, 골목, 아파트단지와 오래된 주택가들. 시의원후보로 선거에 뛰어드는 순간 무심하게 스쳐갔던 그곳에 사람들이 살고 있음을, 정치가 보듬고 도움을 주어야 할 이웃들을 비로소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누군지 이름도 알지 못하는 시의원들이 정작 얼마나 많은 권한을 가지고 우리 이웃들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지도.
이 책은 기본적으로 선거에 뛰어들고자 하는 예비후보자들을 위한 가이드로서의 역할을 자임하고 있으나 한 청년정치인이 바라보는 세상과 그 세상에서 어떻게 사는 것이 의미 있는 삶인지 천착하기도 한다. 돈도 없고 조직도 없는 소수정당 후보로서 선거에 뛰어들어 좌충우돌하는 동안 배우게 된 세상과 인간에 대한 이야기에는 감동이 스며 있다.
〈 현장의 목소리는 바로 내 근처에 있다. 이미 많은 사람이 우리 동네와 일터를 좋게 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고 계신다. 나 역시도 처음에는 다른 정치인들처럼 단순히 정치 경험이 있다는 이유로 선거에 출마했다. 하지만 그 전에 내가 살고 있는 동네를 더 잘 이해하고 공동체에 더 잘 쓰이는 것이 우선이었다. 시민의 대리인이 되기 위해서는 그만큼 시민의 삶 속에서 함께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소중함도 알게 되었다. 선거 과정에서 가장 아쉬운 점이 있다면 선거를 혼자 치를 수 있다고 생각해 참모 구성을 뒤늦게 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선거는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내가 지쳐 쓰러지려 할 때마다 가족, 참모, 당원, 지지자, 유권자 등 많은 사람이 나에게 힘을 주신 덕분에 선거를 끝까지 뛸 수 있었다.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었다. 나아가 이 분들에게 어떻게 마음을 표현하고, 신뢰를 보내야 하는지도 알았다. 이분들에 대한 고마움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배운 만큼 아픔도 많았다. 선거가 끝나고 낙선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해 억울하고 분한 마음으로 며칠 밤을 뒤척이기도 했다. 인간이기 때문에 느끼는 당연한 감정이다. 비록 아픈 기억이지만 모든 과정을 직접 겪었기 때문에 그 시련은 온전한 내 것이 되었다. 4년 뒤, 다시 출마를 한다면 지금까지 겪어온 시련이 고스란히 더 높은 곳을 향한 발판이 될 것이다. 당장은 아프더라도 삶 전체를 통틀어서 볼 때는 성장의 발판이 된 것이다. 돌이켜보면 첫 출마라는 일생의 도전을 무사히 마친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다. 이런 생각을 한 순간 한걸음 성장한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사람들은 간절히 원하는 것이 있을 때 하늘을, 신을 찾고 기도한다. 하지만 정작 사람들이 원하는 바람에 귀를 기울이고 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은 정작 신이 아니라 정치다. 정치에 대한 혐오를 드러내는 것을 ‘시크’한 인간이라도 되는 증표인 것처럼 내세우는 사람들이 많지만 정치는 우리가 숨 쉬는 공기와 마찬가지인 것이다. 맑은 공기가 사람을 건강하게 하듯 건강한 정치 또한 그러하다는 것을 필자는 이 책을 통해 웅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