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국선은 개화기 시대 신소설 작가 가운데 한 사람으로, 우화적 상상력으로 인간 세계를 풍자한 신소설 작품 〈금수회의록〉과 단편소설집 《공진회》로 단편소설의 형태 정립에 기여했다.
우화소설은 동물을 인격화하거나 의인화함으로써 이를 통해 인간 그리고 인간 세계 또는 사회를 풍자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소설을 일컫는다. 서사문학으로 사건의 서술, 이야기보다 연설 어법으로 일관되어, 문예적 형상화보다 사람들의 의식을 계도화하기 위한 극화 및 연설 가치가 선행적으로 존재하는 작품으로, 어떤 동물인지 밝혀지지 않은 경우에도 이야기에 등장하는 동물들 모두 자신의 표상인 ‘반포지효’ ‘호가호위’ ‘정와어해’ ‘구밀복검’ ‘무장공자’ ‘영영지극’ ‘가정맹어호’ ‘쌍거쌍래’ 등 인간 세계의 교훈을 전하고 있다.
짐승의 자찬과 인간에 대한 비난이 맞물려, 인간이라는 존재는 까마귀처럼 효도할 줄 모르고 개구리와 같이 분수를 지킬 줄도 모르며, 여우보다 간사하고 호랑이보다 더 포악하고 벌처럼 정직하지 않고 파리처럼 동포를 사랑할 줄 모르고 창자 없는 짓은 게보다도 심하고 부정한 행실은 원앙새가 부끄러울 지경이라는, 크게 8가지의 인간악에 대해 열거한다.
그러나 이는 동물들의 입을 빌려 우화적으로 표현하고 있을 뿐, 실제 작가의 사회관과 인간관을 총체적으로 개관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안국선은 〈금수회의록〉을 통해 놀랄 만큼 신랄한 풍자의 일면을 보여준다. 또한 풍자가로서 외세와 내정의 정치적 국면의 불합리를 지적하고 동서양의 교양을 두루 수용 병렬하면서 인간 사회 전반의 비리를 제거하기 위해 풍자를 발휘하고 있다. 교훈주의적인 설교나 연설의 어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럼에도 안국선은 그 시대의 문제를 의식하고 시도한 작가였다.
《공진회》는 본래 〈기생〉 〈인력거꾼〉 〈시골노인 이야기〉 외 5편의 작품을 수록하여 출간하고자 했으나, 〈탐정순사〉 〈외국인의 화〉 등이 검열 과정에서 두 작품이 삭제되어 3편으로 짜여진 근대 최초 단편집이다. 이 작품집은 단편소설의 형태가 확립된 1920년대의 작품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으며, 근대적 단편소설의 형태를 정립하는 단계에 기여했다. 그 형태적으로 제한적인 질서하에 자(字)수와 매수의 제약이 전제되었으며, 단순 형태의 짧은 서사체와 달리 이 작품집에 수록된 3편의 작품은 균일하게 자수의 범위가 12,000~14,000자인데 200자 원고지로 환산하면 6~70매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근대뿐만 아니라 현대 단편소설의 분량에도 근접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또한 수록작인 〈시골노인 이야기〉에서 액자소설 구성을 실현하고 있다. 이는 현대에서도 시점의 원근법적인 객관화와 거리 조정, 호기심 유발, 서술 내용에 대한 신뢰성 고양을 위해 많이 활용되는 작법이다. 그의 이러한 전제가 있었기에 액자소설의 대표작인 김동인의 단편소설 〈배따라기〉를 보다 촉진할 수 있었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