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숙하고 평온한 삶보다 우연과 불확신의 생을 택하다!
작가는 생에 더 이상 어려울 것이 없을 것 같은 어느 날 모든 것을 버리고 낯선 곳으로 훌쩍 떠났다. 삶의 진정한 의미, 가치와 값어치를 깨달아가는 한 화가의 치열한 도전기, 그 누구도 들려주지 않았던 이야기가 이번 책에 담겼다. 가난과 불안이 행복보다 났다는 보장은 없지만 안락하고 안전한 삶의 길보다 화려한 뉴욕의 한가운데서 생의 정면과 맞부딪치며 만나는 영혼의 떨림은 이 책만의 또 다른 울림이 된다.
작가는 밖으로 나갈 차비조차 없는 낯선 곳에서 무서운 고독감에 혼자 울고 쓰러져있으면서도 무의식의 저편을 탐구한다. 내면의 빛을 찾아가며 일어서는 작가의 오롯한 정신이 그림과 문장에서 살아 번뜩인다. 이 책은 비단 뉴욕만이 아닌, 세상의 어느 낯선 곳으로 떠나거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안겨준다. 여행의 결말이 아무것도 없는 빈손으로 되돌아옴일지라도 그래서 더 가치 있고 값어치 있음을, 어느 날 쓸쓸함과 불안함이 생을 덮쳐도 그것을 어루만질 수 있을 힘을 얻을 것이라고. 이번 생을 더 열렬히 사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서른다섯 살 미혼의 여자. 당시 내 손에는 뉴욕행 편도 티켓과 현금 육백만 원이 전부였다. 익숙한 곳을 벗어날 용기는 시간과 돈을 담보로 하지만,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어도 나는 떠나기로 결심했다. ‘나중에 시간이 생기면’, ‘다음에 충분히 돈이 모이면’ 같은 말을 도저히 신뢰할 수 없었다. ‘나중에’와 ‘다음에’를 기다리다가, 결국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남은 생을 입버릇으로만 중얼거리게 될 것 같았다. 나도 한 번쯤 뉴욕에 살고 싶었다고.
-프롤로그 중에서
▶ 낯선 정글 속 찾아낸 내 마음의 빈 곳
나 역시도 쉽고 편한 길이 얼마나 유혹적인지 안다. 험난한 인생에 쉽고 편한 길이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달콤하다. 내 무거운 짐을 다 대신 지어준다는 어느 종교 광고에 마음이 혹하기도 한다. 그러나 내 인생을 살아내는 것은 오롯이 나 자신. 재력 좋은 보호자가 갈고닦아준 길이라도 장애물 없는 인생은 없다. 보호막이 사라져 내 심장이 칼바람 맞는 거 같아도, 그 고통 온전히 겪어 내 힘으로 이겨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낯설고 아픈 일을 견디면서 천천히 걸을 수만 있다면 괜찮지 않을까? 그럴 수만 있다면 언젠가 꽃피고 열매 맺지 않을까?
-〈어려운 쪽을 붙잡는 일〉 중에서
익숙한 곳을 떠나 보호막이 사라진 자신을 노출하는 일은 무섭고 두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나를 낯선 곳에 두는 것은 꽃피는 생명력, 어려움에 저항하여 나를 성장시키는 일, 그것에서 생의 울림을 발견하고 온전히 ‘나’로 태어나는 길이 될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그래서 불안을 인정하고 빈 곳과 함께 사는 방법을 익힌다.
이거구나! 인생의 깨달음은 책상 앞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찰나의 순간에, 나의 가장 낮은 곳에서, 이렇게 시끄러운 맨해튼 한복판에도 소리 없이 오는 거구나. 이 답 하나 얻으러 내가 먼 길을 애쓰면서 왔구나! 그래 낯섦과 생경함, 그에 따른 두려움과 불안함 열렬히 감수할 만하다. 사하라사막에서 뉴욕까지 이토록 헤맬 만하다. 오늘에서야 비로소 뉴욕이라는 낯선 정글을 홀로 헤매다가, 나의 아름다운 빈 곳 하나를 찾은 것 같다.
-〈내 마음의 빈 곳〉 중에서
내 마음의 빈 곳이 요동치고 발화하는 순간은 아주 특별한 순간에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그저 일상적인 경험 속에서, 두려움과 불안함 속에서 내가 이런 사람이었구나 하고 깨닫게 된다. 이는 스스로의 마음을 자주 들여다본 작가였기에 자신의 찰나를 놓치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작가는 그 순간을 아름답다고 말한다. 이 아름다움은 장면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서사의 아름다움일 것이다. 작가가 경험한 사하라사막이 그렇고 뉴욕이 그렇고 지금의 일상이 그렇다. 서사가 쌓이고 쌓여 빈 곳의 발견을 아름답게 만들어낸다. 자신의 빈 곳을 피하지 않고 함께 살아보자고 다짐해 낸다.
▶ 커피 한잔이 사치였고 행복이었던 달콤 씁쓸한 이야기
작가는 단돈 600만 원을 가지고 뉴욕으로 갔다. 당연히 그곳에서 생활이 순탄치 않았다. 그럼에도 작가는 커피 한잔의 행복을 아는 사람이었고 화분 하나의 기쁨으로 오늘을 즐길 줄 알았다. 어쩌면 작가가 중요시하는 빈 곳도 여기서 기인한 것 아닐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 여유가 없어도 자신만의 삶을 만족하고 내면을 단단히 채우는 일이 작가만의 빈 곳과 함께 사는 방법이 아닐까.
나는 지금 여기서 내 삶이 좀 위태롭다고 해서 보이지도 않는 탈출구가 보인다고 말하는 소용없는 위로를 하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이 금액으로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는 것보다 더 근사한 일은 없으니. 그러면 또 견딜 만할 테니까. 커피가 내 불안의 시간을 달래주는 달콤한 눈속임일 뿐이라도, 달게 쉬고 또 씩씩하게 걸어가면 좀 더 멀리 갈 수 있을 테니까. 어차피 멀리 떠나온 여행길이니 대범하게 나만의 사치를 부려본 것이다. 그것이 고깟 커피 한잔이라도.
-〈사치, 고깟 커피 한잔〉 중에서
작가의 빈 곳은 허식과 욕망이 사라진 자리에서 발견된다. 작가는 경제적 안정보다 예술가로서의 삶을 선택한 사람이었다. 안정감이라는 단어는 작가에게 크나큰 빈 곳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뉴욕에서의 생활을 통해 결국 불안은 어딜 가나 존재하는 것이며 그 불안을 어떻게 견디는지가 중요함을 알게 된다. 모든 사람이 보편적으로 가지는 빈 곳은 불안함이다. 이 불안함은 경제적으로 채워지는 것이 아니다. 내가 누릴 수 있는 작은 것에 감사함을 느끼고 내면을 단단히 만들어 불안함과 함께 사는 방법을 익히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인 것이다. 작가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빈 곳을 찾아내고 다시는 빈 곳에 침식되어 삶이 흔들리지 않을 굳센 심지를 다져낸다. 우리가 불안함에 흔들릴 때 이 책을 펼친다면 중심을 잡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 타국에서 집 구하는 방법과 로망을 실현해 줄 투 두 리스트
낯선 곳으로 훌쩍 떠나는 일은 설레는 일이기도 하지만 두려운 일이기도 하다. 예상치 못한 장소와 공간은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고 위험 요소로 작용할지 모른다. 그렇기에 낯선 국가에서 집을 구하는 일은 신중에 신중을 더해야 하는 일이다. 내가 살아왔던 문화와 다르고 내가 만나온 사람들과 다르기 때문이다.
나 같은 경우 익숙하지 않은 곳에 혼자 살아야 할 때 꼭 확인하는 게 있다. 바로 아이들이다. 특히 늦은 시간에도 아이들이 뛰어노는 동네가 좋다.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항상 들리는 곳은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가족 단위의 이웃이 많은 곳이 좋은 이유다. 또 집을 보러 가는 길에 식물이나 꽃 화분이 많은 동네가 좋다. 집 안팎을 가꿀 수 있는 사람은 왠지 자신도 잘 가꾸며 살지 않을까 싶어 안심된다.
-〈내 집은 어디인가?〉 중에서
작가는 아이들이 뛰어놀고 화분이 놓인 집이 많아야 한다고 한다. 공격성이 적은 존재들로 가득하다면 내가 마음 놓고 생활할 수 있다. 작가가 기술한 정보는 우리가 안전하고 윤택한 타국 생활이 가능하도록 이끌 것이다.
작가는 주거에 대한 팁(생존)과 로망을 실현해 줄 투 두 리스트(낭만)를 함께 제시해 준다. ‘날마다 기록하기, 주말마다 동네 산책하기, 길 가다 만난 사람에게 웃으며 인사하기, 마음에 드는 상대에게 말 걸어보기, 탱고 레슨 받아보기, 자전거로 출퇴근해 보기’ 이렇게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작고 소소한 행복들을 새롭고 낯선 공간에서 해보자는 것이다. 타국이기에 느낄 수 있는 낭만을 작가가 제시하는 투 두 리스트와 함께 누려보면 어떨까. 가장 유용한 유학 생활 팁은 직접 경험한 자만이 전달해 줄 수 있다. 작가는 살이 되고 삶이 되는 이야기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