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보여주는 철학적 에세이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수학자들 중 한명으로 인정받는 고드프리 해럴드 하디는 영국 케임브리지, 옥스퍼드 대학에서 강의하며 평생 수학을 연구했다. 해석학과 정수론이 주요 연구 분야였다. 특히 동료 수학자였던 리틀우드와 35년에 걸친 공동연구는 수학사에서 가장 성공적이고 가장 유명한 공동연구 사례로 손꼽힌다.
또한 인도의 수학자 스리니바사 라마누잔의 천재성을 간파하고 그를 케임브리지로 초대하여 공동연구를 진행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하디는 제1차 세계대전(1914~1918) 기간 동안 전쟁에 응용되는 과학, 수학의 유용성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를 밝히며 영국의 참전을 반대했다. 1939년 62세의 나이에 이르러 정신력이 쇠퇴하는 가운데 유럽이 다시 전쟁에 돌입하게 되자 평생에 걸친 자신의 수학적 연구의 의미를 정당화시킬 필요성을 느꼈으며 그에 대해 정리한 것이 〈수학자의 변명〉(19141)이다.
하디는 이 책에서 ‘수학에 있어서 필요한 것은 유용성이 아니며, 아름다움이야말로 수학이 존재해야 할 마땅한 근거’라고 선언한다.
진짜 수학자들의 진짜 수학
문학적인 용어로 변론(defense)을 의미하는 변명(apology)의 형태로 작성된 이 책은 순수 수학자로서 자신이 평생을 바쳐 이룩해 온 업적에 대한 자기 방어였다. 일반인들이 자신의 변론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학술적인 언어를 버리고 일반 청중을 대상으로 강연하듯 간결하고 단순한 작문 스타일로 작성되어 있다. 출간 직후부터 수학계와 철학계를 중심으로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출간 직후에는 유명한 학술 잡지인 〈네이처(Nature)〉와 〈사이언틱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을 비롯한 다양한 언론 매체에 평론과 비평이 실렸다.
이들 매체에서는 하디의 철학과 그의 글쓰기 스타일, 수학에 대한 비전을 강조하며, 이 책이 수학의 아름다움과 의미를 일반 독자에게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인슈타인은 이 책을 읽고 하디를 ‘순수 수학의 가장 인상적인 대변자’로 칭했으며, 브라이언 그린은 ‘수학의 아름다움과 그 깊이를 보여주는 훌륭한 작품’이라고 상찬했다. 훗날 스티븐 호킹은 ‘수학의 중요성과 아름다움을 매력적으로 전달한다’며 하디의 철학적인 시각을 높이 평가했다.
하디가 극명하게 구분하는 순수 수학과 응용 수학 사이의 경계는 오늘날에도 대부분의 대학에 존재한다. 순수 수학과 응용 수학 사이의 경계가 흐려질 수 있지만 곧 지워지지는 않을 것 같다. 그 경계가 존재하는 한 이 책은 꾸준히 소환되어 읽히게 될 것이다. 수학자 랜돌프(J. F. Randolph)가 1942년의 평론에서 표현한 것보다 더 자세한 요약은 없을 것이다.
“이 책은 수학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이상, 예술, 아름다움, 중요성, 진지함, 일반성, 깊이, 청년, 노인 그리고 하디 자신에 관한 것이다. 읽고, 생각하고, 이야기하고, 비판하고, 다시 읽어야 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