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나무 사이에서 살아가는 존재들
같이 살자 우리
우리는 흔히 나무가 움직이지 않고 한자리에서 가만히 자란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나무야말로 환경에 따라 잎의 성분을 변화시키거나 몸의 형태를 적극적으로 바꾸며 살아가는 생명이다. 또한 여러 동식물 나아가 인간 존재들이 이 땅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이로운 존재이기도 하다. 『나무 마음 나무』이라는 제목은 대부분의 시간 아스팔트 위 건물 사이를 종종거리는 우리들이 실은 이런 나무와 나무 사이에서 살아가는 존재임을 상기시킨다. 나무가 모여 이룬 숲속에서 깊은 숨을 내쉬고 비로소 평안을 얻게 되는 우리들이 나무와 손잡고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도 담겼다.
싸이월드 디자인 상품 기획자이자 아트디렉터 활동을 시작으로 광고, 출판, 전시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던 홍시야 작가. 그는 2016년 서울에서 제주로 삶터를 옮긴 뒤 작품 속에 더욱 적극적으로 자연과 그 너머 생명을 보듬기 시작했다. 세계 곳곳의 숲을 탐방하고, 요가와 명상을 꾸준히 하며, 싱잉볼로 사운드 드로잉 작업을 하면서 그의 그림은 더욱 깊고 다채로워졌다. 흔히 지나칠 수 있는 작은 동식물과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 햇살, 소리까지 캔버스 위에 담아낸다. 때로는 너무나 단순해서 친근하고 때로는 수만 가지 색과 형태로 깊은 사유를 불러일으킨다.
그의 그림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형태와 색의 틀을 벗어나 특유의 시선과 방식으로 끊임없이 변화하며 살아가는 생명의 참모습을 보여준다. 마음속에 나무를 심는 일은 이렇듯 변화무쌍한 나무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품는 행위이다. 나와 다르지 않은 ‘생명’으로 나무를 대하고 함께 살아가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작든 크든 인간도 비인간 존재도 모두 소중하다 이야기하고 싶다. 살아 있는 모든 유기체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똑같이 귀하다. 언젠가부터 돌 하나, 풀 한 포기에 눈, 코, 입을 그려 넣기 시작한 이유다. 아주 작은 미물에게도 생명력을 부여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바라보고, 또 그들을 조금 더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다.”
〈같이 살자 우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