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언제 어디에서든 시작할 수 있는 동네 들꽃 여행!
매일매일의 마실 여행에서 설렘으로 가득한 보물찾기!
비록 좁고 복잡한 도시 공간이지만 아주 다양한 자연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겨울이 물러나면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봄꽃들이 앞다투어 꽃을 피워내기 시작하고, 그들이 떠난 자리에 싱그러운 초록 잎과 향기를 품은 꽃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어디 그뿐인가, 가을이면 울긋불긋 단풍에 모양도 각양각색 풍성한 열매로 생명살이의 결실을 맺고, 마침내 모든 것을 내려놓은 모습에 이르기까지 사계절이 주는 자연 선물은 하나하나가 보물이다.
이렇듯 사계절을 오롯이 품은 자연의 생명살이를 체험하고 싶다면 굳이 멀리 갈 필요도 없다. 걸어서 반나절 거리를 다니며 만나는 이런저런 들꽃에 관심을 갖고 이름을 불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한마디로, 동네 들꽃 여행은 누구나 언제 어디에서든 시작할 수 있다.
대학에서 지리학을 전공한 뒤 학생들을 가르치고 정년 퇴임한 동국대학교 권동희 명예교수도 어릴 적부터 마음에 담고 있던 들꽃 여행을 제대로 해야겠다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발이 묶여, 먼저 부담 없는 동네 마실에 나섰고 곳곳에서 만난 푸나무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그 결과, 2년 여 동안 동네 여행지에서 만난 수많은 들꽃과 곤충을 갈무리하여 249종의 들꽃과 26종의 곤충을 주인공으로 한 들꽃 산책 기록을 펴내기에 이르렀다. ‘마실에서 만난 우리 동네 들꽃’(전 2권)이라는 부제를 단《01 같은 듯 다른 들꽃》, 《02 울타리를 넘는 들꽃》에는 매일매일의 마실 여행에서 설렘으로 가득한 보물찾기가 펼쳐진다.
그는 들꽃 여행의 시작은 그들의 이름을 정확히 찾아내 불러주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들꽃의 이름에는 그들의 생태적 특성을 담고 있고, 거기에는 지리적 환경도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이 그들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이 꽃이 그 꽃 같고, 저 꽃이 이 꽃 같은 헷갈림에 포기하고 쓱 일별하며 지나치기 일쑤다.
“자연을 가장 가까이 들여다보라. 자연은 우리의 시선을 가장 작은 잎사귀로 낮추고 곤충의 시선으로 그 면을 바라보도록 초대한다”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말처럼, 들꽃들을 가장 가까이 마주할 수 있는 기회는 바로 동네 마실이다. 그들을 볼 때마다 이름을 부르며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면 소소한 행복으로 가슴이 따뜻해지지 않을까. 그래서 ‘마실에서 만난 우리 동네 들꽃’이 더욱 반갑고 소중한 까닭이다.
어릴 적 들꽃에 얽힌 추억 한 자락과 지리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들꽃 이야기!
‘마실에서 만난 우리 동네 들꽃’의 무대는 저자 권동희 선생이 현재 살고 있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이다. 당연히 분당구 전역 그리고 인근 광주와 용인, 서울과 인천 일부가 물리적인 마실 후보지다. 그러나 모든 여행이 그렇듯 동네 여행도 물리적 거리 못지않게 시간적 거리도 중요한 법. 게다가 들꽃 여행에 걸맞게 이런저런 들꽃들을 쉽게 만날 수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러한 조건을 갖춘 곳은 바로 탄천, 분당천, 야탑천, 성남시청공원, 중앙공원, 율동공원, 밤골계곡, 맹산환경생태학습원, 맹산반딧불이자연학교, 맹산자연생태숲, 불곡산, 문형산, 포은정몽주선생묘역 등이다. 물리적으로는 꽤 거리가 있지만 30~40분이면 갈 수 있는 남한산성과 인천수목원 역시 동네 들꽃 여행지로 삼았다.
살아 있는 생명체인 들꽃은 자신의 환경에 머무르지 않는다. 가끔은 울타리를 벗어나 산을 넘고 강을 건넌다. 때로는 바다와 대륙을 넘나들기도 한다. 들꽃은 곤충을 부르고 곤충은 들꽃으로 날아든다. 둘의 공생관계는 사람에게도 적용된다. 원시사회에서 들꽃이나 곤충은 인간의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었고, 현대인의 삶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같은 듯 다른 들꽃, 사람과 들꽃, 시간을 알려주는 들꽃, 장소를 가리는 들꽃, 곤충을 부르는 들꽃, 울타리를 넘는 들꽃 등 여섯 가지 소주제는 이렇게 해서 탄생했다.
‘마실에서 만난 우리 동네 들꽃 02’ 《울타리를 넘는 들꽃》은 마치 맞춤 시계가 있는 듯한 〈시간을 알리는 들꽃〉, 가장 최적의 생태 조건을 찾아 정착한 〈장소를 가리는 들꽃〉, 곤충과 공생관계를 이루는 〈곤충을 부르는 들꽃〉, 상상을 뛰어넘는 확장성이 돋보이는 〈울타리를 넘는 들꽃〉의 소주제로 엮었다.
밤 10시에서야 꽃봉오리를 연다는 달맞이꽃, 그러나 이제는 낮에도 꽃봉오리를 여는 낮달맞이꽃도 등장했다! 새벽 4시에 꽃을 피우는 메꽃을 시작으로 닭의장풀, 원추리, 둥근이질풀이 오전에 피우고, 오후 3시 무렵이면 대청부채에 이어 분꽃, 옥잠화가 꽃을 피우는 등 저마다 맞춤 시계를 장착한 들꽃을 15항목으로 나눠 〈시간을 알리는 들꽃〉으로 문을 연다. 도랑가의 터줏대감 고마리, 골프장이 최적의 서식지인 수크령, 무덤가에서 만나는 할미꽃, 석회질 초원을 고집하는 타래난초 등등 18항목으로 〈장소를 가리는 들꽃〉을 소개한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식물과 곤충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러한 까닭에 식물과 곤충 사이에는 나름 고유의 질서가 있다. 곤충은 제가 좋아하는 식물을 찾아가고, 식물도 그런 곤충을 끌어들이기 위해 교묘한 전략을 펼친다. 특히 여름 들꽃 여행에서 파리풀에 집착하는 나나니등에를 비롯해 꽃과 곤충을 함께 만나는 즐거움을 〈곤충을 부르는 들꽃〉 18항목으로 만난다. 이어서 텃밭에 심어놓은 작물 중에 울타리를 벗어나 도랑가나 산자락에 뿌리를 내리는가 하면, 토종 수수꽃다리가 지구를 한 바퀴 돌아 다시 돌아와 ‘미스킴라일락’으로 금의환향하기도 하고, 수많은 외래작물이 끈질기게 살아남아 귀화식물로 정착하는 등 12항목으로 정리한 〈울타리를 넘는 들꽃〉이 마지막을 장식한다.
지리학자는 어떤 시선으로 들꽃 세상을 바라볼까? 역시나 249종의 들꽃과 26종의 곤충을 소개하면서 그들을 만난 장소와 시기를 꼼꼼하게 기록하는 것을 놓치지 않는다. 언제쯤 그곳에 가면 그가 만난 들꽃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작은 설렘마저 느낀다. 선생이 어릴 때 시골에서 만난 들꽃에 얽힌 이야기를 함께 풀어내면 우리 동네에서 만난 들꽃 이야기가 더욱 풍성해진다. 팍팍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지금 당장이라도 마실에 나서서 동네 어귀에 피어난 들꽃에 눈을 맞추며 그들의 이름을 불러보고 싶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