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징악, 인과응보를 넘어 돈이 권력인 세상을 고발하다
조선 후기는 두 번의 큰 전쟁을 치른 뒤, 새로운 농업 방식이 등장하고, 상공업이 발달하고, 조세 제도를 개혁하는 등 경제 변화가 많은 시기였다. 특히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경제력이 향상되어 부를 쌓은 농민이 늘어났지만, 정착하지 못하고 떠도는 농민도 늘었고, 관직을 얻지 못하고 경제적으로 몰락한 양반이 생겨났지만, 부와 권력을 양손에 쥐고 세상을 호령하는 양반도 있었다. 그래서 부를 쌓은 농민은 돈으로 신분 상승을 하기도 하고, 몰락한 양반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품을 팔기도 했으며 부자는 더욱 부자로, 가난한 이는 더욱 가난에 허덕였다. 기존 조선 사회가 신분에 의해 좌지우지되었다면, 조선 후기는 점점 돈이 힘이 되고 권력이 되는 사회였다.
조선 후기 서민 문화의 중심인 판소리와 판소리계 소설의 대표작인 《흥부전》은 서민 계층의 고단한 삶과 부자로 잘살아 보고 싶은 소망이 잘 투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보통 흥부와 놀부 이야기는 ‘형제의 우애’ 혹은 마음씨 착한 흥부는 복을 받고, 욕심 많은 놀부는 벌을 받는다는 ‘인과응보’, 착한 일을 권장하고 악한 일을 벌한다는 ‘권선징악’을 주제로 본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시대를 반영한 빈부의 갈등을 보여 주며 흥부라는 인물로 대표되는 서민은 피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굶주려야 하고, 놀부로 대표되는 부자와 권력자는 악질적인 행위에도 불구하고 부를 누리며 떵떵거리고 산다는 사회의 모순을 고발하고 있다.
답답한 현실을 벗어나는 통쾌함,
팍팍한 삶을 위로받는 따뜻함
《흥부전》을 읽고 있으면 흥부의 비참하고 어려운 상황에서조차 저절로 웃음이 날 때가 많다. 당시 이야기꾼이나 소리꾼에 의해 슬프고 우울한 것이 아닌 과장되고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유쾌하게 재탄생했기 때문이다. 흥부가 매품을 팔러 갔다가 가난한 사람들끼리 가난을 자랑하는 장면이나, 놀부가 부자가 된 흥부 집을 찾아갔다가 양귀비를 보고 정신을 못 차리며 절절매는 행동이 그것이다. 이렇듯 말과 행동을 과장되게 표현하거나 대상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하는 것이 바로 풍자와 해학이다.
풍자는 사회 부조리나 잘못을 직접 비판하기보다 빙 에둘러서 비꼬는 방식이다. 놀부가 제비 다리를 일부러 부러뜨려 놓고 온갖 정성을 다해 과하게 제비를 고쳐 준 일, 박을 하나씩 탈 때마다 점점 몰락하면서도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모습을 통해 앞뒤가 다르고 탐욕으로 가득 찬 지배 계층의 모습을 빗대어 풍자한다. 사회에 대한 불만을 직접 표현할 수 없던 힘없는 서민은 이런 방법으로 사회를 비판했다. 해학은 사회적 현상이나 현실을 일부러 익살스럽게 그려 내는 방식이다. 가난한 흥부네 아이들이 옷 지어 입을 돈이 없어 가마니를 뒤집어쓰고 쪼르르 늘어앉은 모습이나 궁색한 흥부네 집을 묘사한 장면을 보면 불쌍하거나 슬프다는 생각보다 그저 웃음이 난다. 이처럼 힘든 상황을 웃음으로 극복하고 대상에 대한 연민을 느끼게 하는 것이 바로 해학이다. 이러한 익살과 웃음은 절박한 상황을 벗어나 보려는 백성의 긍정적인 삶의 의지다. 비록 현실에서는 불가능해도 제비가 도움을 준다는 초현실적 방법으로 부자가 된 흥부 이야기는 한 번쯤 부자로 살고 싶은 수많은 서민의 바람을 대신 채워 주었다. 또 놀부가 호되게 벌 받는 장면에서는 억울함과 불만으로 억눌렸던 마음이 시원하게 풀리며 통쾌함마저 느낀다.
시대를 뛰어넘어 널리 읽히며 재미와 가치를 전하는 고전 《흥부전》 속 풍자와 해학은 웃음으로 눈물을 훔치며 답답한 현실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팍팍한 삶을 위로받았던 민중의 고민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삶을 살아내는 의지이자 바람이다.
두루 읽고 넓게 보고 깊게 생각하는
십 대를 위한 알차고 즐거운 고전 읽기
“너른 생각 우리 고전”
흔히 사람들은 오래된 것을 흘려 보거나 고리타분하다 좋지 않게 여기지만, 고전은 그렇지 않다. 오랜 시간 사람들에게 읽히면서 그 중요성과 가치가 검증된 책이 바로 고전이다. 그래서 읽을수록 의미가 더 깊게 다가오고, 새록새록 재미있는 것이 고전이기도 하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방식은 그다지 변함이 없고, 사람다움의 멋도 변함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고전을 읽으며 오늘날 이 세상 사는 법을 배운다. 세상을 닮은 우리 고전을 좀 더 알차고 즐겁고 의미 있게 담기 위해 “너른 생각 우리 고전”은 다양하고 다채롭게 시도하고 새롭게 구성했다.
◎ 교과를 넘나들며 깊이 있게 읽는 우리 고전
어떤 고전이든 탄생의 배경을 아는 것은 고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수많은 고대 소설이 작자 미상에 집필 연도를 알기 힘들지만, 이야기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배경을 알 수 있다. “국어 시간에 고전 읽기”는 고전문학의 배경과 작가, 등장인물은 물론 고전문학적 가치를 되새겨 보고, 고전을 읽고 난 뒤에는 통합 교과 학습이 가능하도록 사회, 역사, 음악, 과학, 미술 등 학문과 교과의 경계를 넘나들며 깊이 있는 사고와 다양한 시각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도록 구성했다.
◎ 옛이야기를 읽듯 쉽고 재미있는 우리 고전
수많은 이본을 두루 살피는 것은 물론 원전을 대상 독자에 맞게 풀어쓰기란 쉽지 않다. 이에 고전문학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전문가이며 십 대를 위한 글쓰기에 탁월한 여섯 명의 작가가 오랜 시간을 들여 고심해서 풀어냈다. 판소리계 소설인 《흥부전》 곳곳에는 즉흥적인 말장난과 농담, 혹은 지금의 ‘라임’처럼 말맛을 살려 흥겨운 운율과 가락을 살려낸 부분이 많다. 힘든 삶을 우울함이 아닌 흥겹고 신나게 표현한 원작을 최대한 살려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현대적으로 해석해 다듬었다.
◎ 감각적이고 개성 넘치는 일러스트와 함께 보는 우리 고전
웹툰은 물론 다양한 유튜브 영상을 접하는 십 대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 고전에 새로운 옷을 입혔다. 쉽고 재미있는 고전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일러스트 또한 만화적 구성과 개성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 내고, 현대와 고전을 넘나들며 흥미롭게 해석하기 위해 노력했다.
◎ 알찬 독후 활동으로 문해력과 사고력을 키우는 우리 고전
문해력을 키우기 위해 초등 3~6학년 국어 교과에는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어요’와 ‘책을 읽고 생각을 넓혀요’라는 시간이 있다. 특히나 고전문학은 사자성어나 속담, 기본적인 한자어 등이 포함되어 있어 어휘력을 높여 문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에 “흥부전 읽고 생각을 넓혀요” 코너에서는 도입-어휘-내용 학습-탐구 활동-심화 활동-창의융합 활동의 단계별 독후 활동을 제공함으로써 문해력뿐만 아니라 고전 속에서 세상을 보고 생각의 깊이를 더하는 기회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