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노승이 온몸으로 펼쳐 보이는
삶의 애환, 그리고 깨달음의 기록!
“남은 미역국에 밥 말아 먹으니 세상이 배 안에 담겨 부족함 없이 행복하다. 누군가 법당의 부처님 앞에 사과 한 알을 놓고 가, 그 사과로 후식까지 즐기고 있으니 이만하면 산골 늙은이의 화려한 점심을 마친 셈이다.” -본문 중에서
노인들을 보면 간혹 부러울 때가 있다. 그들이라고 어찌 인생이 쉬웠겠는가. 그러나 어쨌든 그들은 숱한 위기와 위험의 나날들을 견뎠고 살아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견고한 삶의 지혜마저 자연스레 형성되었을 터이다. 늙어가며 죽을 날이 가까이 다가온다는 건, 그만큼 고통스런 날들도 차츰 소멸되어 간다는 의미도 품고 있다. 오늘의 삶에 충실하며 당당하게 죽음을 준비하는 노인들을 보면, 몹시도 부러울 때가 있다.
산골 노승, 향봉 스님은 말한다. “무엇이든 나누면 기쁘고 덜어내면 가뿐하다. 있으면 있는 대로 행복하고 없으면 없는 대로 자유롭다.” 어떤 상황에서도 편안함의 여유와 당당함의 결기를 잃지 않는 모습에서 진정한 자유인의 경지를 엿볼 수 있다. 그렇다면 스님의 젊은 시절 모습은 어땠을까? 스님은 솔직하다.
“젊은 시절 별명은 ‘일방통행’이거나 ‘불칼’이었다. 성질이 지랄처럼 급하고 말투와 행동이 거시기하게 거칠었던 탓이다. 그러긴 하나 쉽게 미안해하고 고마워하며, 마음이 여리어 영화를 보면서도 눈물을 찔금거리는 못난이 바보였다. 강한 자에겐 더욱 강하였고, 적당히 타협하는 어설픈 일 따위는 체질상 맞지 않아 ‘전쟁’ 아니면 ‘평화’였다.”
오죽했으면 해인사 ‘똥물 사건’과 ‘곡괭이 사건’의 주동자였을까. 어찌 보면 이 책 『산골 노승의 화려한 점심』은 향봉 스님의 ‘구도기’이자 ‘깨달음의 기록’이다. 1장은 젊은 날의 자화상, 2장은 산골 사자암의 일상, 3장은 치열한 구도행의 흔적, 4장은 스님이 확철하게 깨친 진리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향봉 스님이 이끄는 대로 웃다가 울다가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한층 성장한 자신의 모습과 대면하게 된다. 그리고 삶의 본질적인 질문 앞에 다시 서게 된다. “나는 누구이고, 이 세상은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아직 답을 섣불리 말할 필요는 없다. 이 책을 곁에 두고 오래도록 곱씹다 보면 답은 선명하게 떠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