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를 닮은 소녀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소녀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의 소용돌이의 시작
푹푹 찌는 무더운 여름날 모래사장. 그곳에서 펼쳐진 나쓰와 도오루의 운명적인 첫 만남. 부모에게 충분한 애정을 받지 못하고 자란 불우한 가정 환경의 소년 도오루는 혼자 시간을 보내곤 하는 모래사장에서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동급생 소녀 나쓰를 만난다. 나쓰는 밝고 상냥한 성격으로 언제나 반의 중심에 있는 아이지만 그런 그녀는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아이처럼 울고 있었다. 그렇게 소년과 소녀는 거대한 운명의 소용돌이 시작점에 서게 된다.
나쓰와 말을 튼 도오루는 그녀와 해안가를 걸으며 비치코밍, 즉 보물찾기를 하면서 어린아이처럼 가슴이 뛰었고, 학교에서 열린 문화제에서 하는 연극의 주연을 나란히 맡으며 둘의 사이는 급속도로 더 가까워진다. 여느 날처럼 연습을 위해 모래사장 찾은 도오루는 나쓰를 기다리는 동안 한쪽 다리를 절뚝거리는, 마치 인어 같다는 생각이 드는 오묘한 여자아이를 만난다. 그 여자아이는 말투나 나이는 전혀 다르지만 어딘가 나쓰와 닮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기적처럼 하얗고 희유한 결정은 당신을 생각하는 나의 소원이 돌고 도는 것
언젠가 너에게, ‘7월의 눈’을 보여 줄게
7월의 눈. ‘7월’과 ‘눈’은 곧바로 연결되지 않는 생소한 조합의 말이다. 평범하게 생각하면 그런 일은 있을 리가 없지만, 나쓰는 도오루에게 언젠가 ‘7월의 눈’을 보여주겠다고 말한다. 문화제에서 선보이는 연극 ‘인어의 꿈’을 무사히 끝낸 소년과 소녀. 많은 일을 함께 헤쳐 나가며 도오루는 나쓰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깨닫고, 마침내 수줍은 고백을 건넨다. 두 사람의 마음이 닿아 간질거리고 사랑스러운 만남을 이어가던 어느 날, 도오루는 사소하지만 확실한 위화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분명 도오루가 먼저 사랑을 고백했건만 친구들은 나쓰가 먼저 고백했다고 한다. 친구들이 착각한 것일까?
잔잔하게 흘러가는 나쓰와 도오루의 하루하루. 서로의 아픔에 공감하고, 위로받으며 두 사람의 사이는 더욱 견고해져 간다. 서로에게 안정감을 느끼며 가족계획도 세우게 된 두 사람은 함께라면 무슨 일이 일어나도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만 같다. 둘이라면, 행복하고 편안한 가족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를 만나고 도오루는 세상에 있을 수 없는 일이란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야말로 ‘7월의 눈’처럼. 나쓰의 말이 진정 옳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느껴오던 위화감이 무엇이었는지 알게 된 것은 그녀가 없어져 버린 후의 일이다.
‘소원’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
‘우리’를 구하는 건 누구였을까? 운명을 바꾸기 위한 끝없는 시도
7월의 눈을 보여주겠다던 나쓰는 도오루의 곁을 떠났다. 그건 7월 31일, 7월의 마지막 날의 일이다. 나쓰의 손에 이끌려 따라간 수족관에서 만난 신비로운 7월의 눈. 하지만 행복과 불행은 번갈아 찾아오는 것일까? 좋은 일이 일어나면 비웃는 것처럼 나쁜 일이 일어난다. 충만한 행복감을 가득 안은 채 수족관에서 돌아오는 길, 두 사람에게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커다란 불행이 닥친다.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나쓰. 그날 도오루의 세상은 무너져 내렸다.
시간이 흘러 발견한 나쓰의 흔적. 나쓰가 집 안 이곳저곳에 남긴 편지에는 도오루를 향한 사랑이 묻어 있었다. 하지만 마치 자신이 그렇게 될 것을 예상이라도 했던 것 같은 내용의 마지막으로 발견한 한 장의 편지는 도오루의 가슴을 요동치게 했다. 그녀는 진정 자신의 미래를 알고 있던 것일까? 그래서 도로우는 인어의 전설에 나오는 것처럼 ‘소원’을 빌어야겠다고 결심한다. 그녀를 구하기 위해, 그녀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다시 한번 나쓰와의 만남을 시작하려 한다. 하지만 다시 만난 나쓰의 입에선 생각지도 못한 말이 나오고, 흐릿한 시야 속에서는 인어를 닮은 여자아이의 모습이 보인다.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사건의 소용돌이 속 도오루는 소원을 이룰 수 있을까? 모든 비극을 딛고 ‘우리’를 구하는 건 어디의,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