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공간의 흔적을 찾아서
아직까지 유럽 여행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도 많겠지만, 최고의 여행지로 손꼽히는 유럽에서 도시를 순례하는 일은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한 달 넘게 유럽 자전거 여행을 한 이정은, 이용수 남매는 걷거나 혹은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해 도시를 여행하는 방식을 버리고 하루 종일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도시 읽기를 체험했다. 특히 자전거로 여행하기 좋은 도시 파리, 자연과 하나되어 달릴 수 있는 스위스, 자동차보다 자전거가 먼저인 나라 네덜란드, 전통과 현재가 공존하는 독일 등 유럽의 오래된 도시를 중심으로 옛것과 현재가 함께 어우러진 도시를 찾아 마음껏 보고 싶은 건축물을 만나고 낯선 사람들과 어울리며 신나게 유럽의 거리를 달리고 돌아왔다.
테오도르 폴 김은 『사고와 진리에서 태어나는 도시』에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지 못하고 옛것을 새것으로 바꾸기만 하는 도시는 역사 속에서 잊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매년 수억 명의 관광객들이 유럽의 도시를 찾고, 또 다시 찾는 이유는 도시에 보존된 역사적 장소에 조상들의 삶이 현재와 공존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간과 공간의 흔적을 찾아 떠난 자전거 여행을 통해 두 사람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에서만이 진정한 그 나라만의 문화와 삶을 만끽할 수 있으며 미래를 향한 강한 삶의 힘이 내재된 영원불멸의 도시가 될 수 있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자전거 타고 유럽 건축 여행!
두 사람은 자전거 두 대에 짐을 꾸리고 왕복 비행기표 두 장을 사는 것으로 유럽 건축 여행 준비를 완료했다. 동생은 어느 날 갑자기 파리행 티켓을 샀다. 마흔한 살 누나는 자전거를 배우기 시작했고, 온몸에 시퍼렇게 멍이 들었다. 한 달 후 하루에 70km를 주파했고, 유럽으로 날아가 33일 동안 1,800km를 달렸다. 관심 있는 건축가의 작품을 찾아 보러 가는 즐거움뿐 아니라 우연히 마주치는 멋진 건축물과 풍경들이 그들의 여행을 더 풍성하게 해주었다.
유럽의 대도시는 서울과 비교했을 때 놀라울 정도로 그 규모가 작아서, 파리만 해도 개선문에서 자전거를 타고 서쪽으로 달리다 보면 타임머신을 탄 것처럼 거대한 신개선문 라데팡스에 도착한다. 잔디밭에 누워 에펠탑을 올려다보다가 옆 골목을 살짝 돌아 센강가로 나오면 장 누벨이 설계한 ‘케 브랑리 박물관’의 버티컬 가든을 만날 수 있다. 개선문과 라데팡스가 서로 다른 공간에 있는 것이 아니고, 에펠탑에서 불과 5분 거리에 함께 살아 숨쉬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차를 타거나 걸어서는 볼 수 없는 자전거 세계의 앵글로 도시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갖게 해주는 것이 바로 자전거 여행만의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