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차 집사에게 9마리 고양이가 알려준 만남과 헤어짐,
그 너머 고양이와 함께 한 모든 요일.”
평생을 돌봐주고 함께 해 온 사람에게 남기는 고양이의 마지막 메시지와 선물은 무엇이었을까? 고양이의 보은 실화.
“세 마리 합치면 환갑, 내 고양이들이 스무 살 넘게 살 줄이야!”
고양이가 몇 살이냐는 질문에 19, 20, 22살이라 답하면, 고양이가 그렇게까지 오래 사냐며 다들 놀란다. 그러게, 이렇게 될 줄 집사인 나조차 몰랐다.
“모르고 누린 시간과 알고서 통과하는 시간이 있다. 둘 다 사랑에 꿰어져 있기는 마찬가지다.”
23년 전, 장화 신은 고양이 한 마리가 내 삶 속에 걸어들어왔다. 이후 9마리가 내게 다녀가면서 삶이 달라졌다. 고양이들과의 시간은 모두 사랑이었다.
그러다 맞은 고양이의 노년. 고양이의 나이는 더욱 숫자에 불과, 그들은 우리에겐 평생 아기 고양이일 뿐. 하지만 모든 집사가 두려워할 바로 그 시간이 다가온다.
모르고 누린 시간은 다 보냈고 이제는 알고서 통과하는 시간을 겪을 차례. 이제야 허겁지겁 제정신이 난 듯, 아이들과의 남은 시간을 하루하루 사랑으로 채우려 한다. 시간과 감정의 밀도가 최대치로 올라간다.
“그러다 결국 그 시점이 다가왔고, 빼도 박도 못하게 그 순간을 겪어내야만 했다.
겪어내었다. 그러면서 알게 되었다. 아이들이 죽음의 문턱까지 걸어가 이윽고 거기를 통과하는 것을 지켜보는 과정 속에는, 단지 슬픔이라는 괄호로만 묶어버리기엔 아까운 무언가가 깃들여 있음을. 느껴버렸다.
헤어짐이 단지 슬프기만 했다면 말을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다.”
막내 고양이 모리에게 갑자기 내려진 시한부 암 선고. 모리와의 시간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병이 낫게 하기 위해 딱히 해줄 것이 없다는 좌절 속, 마음이 한 번 죽음을 맛본다.
그럼에도 최선을 다하여야만 한다. 이내, 모리를 간호할 힘을 얻으려, 그리고 헤어져 가는 과정을 놓치지 않기 위해 마지막 날들을 기록하기 시작한다. 이러면서 차츰, 고양이들과 살아온 지난날들이 되살아난다. 이렇게 점점 내 모든 고양이의 역사가 하나의 도톰한 빨강 실타래로 감겨 갔다.
겪고 보니, 이별의 순간이란 단지 두려운 것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지나온 사랑의 궤적을 되살려 예쁜 상자에 담는 시간, 끝이 아니라 마무리였다.
마침내 다가오는 작별, 모리가 숨을 거두기 얼마 전부터, 지브리 애니메이션 속에나 나올 법하게 신비한 일이 일어나게 되는데......
전래 동화 속에 나오는 신령한 동물들의 힘을 느끼듯, 홀린 듯한 나날을 보내며 작가는 확인한다. 고양이들은 그냥 가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남긴다는 걸. 고양이의 보은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고양이는 평생 반려인의 행복으로 지내오던 끝에, 떠나는 과정을 통해서마저도 가장 귀한 메시지와 선물을 남긴다.
“반려동물하고의 만남과 이별 속에는 신비로운 사랑의 열쇠 같은 것이 숨어 있었다.”
이별조차 선물로 바꾸는 고양이의 배려.
깊은 교감의 세계에선 마법이 일어난다.
이별을 앞에 두면 감정은 최고점을 찍는다. 끝은 끝이 아니라 클라이맥스다. 고양이가 한 층씩 뛰어 올라가 안착하는, 캣 타워의 맨 꼭대기 자리와도 같은 것이다.
숨을 모아 발판을 디디고 또 오르면, 슬픔을 넘어간 세계 속엔 바꿀 수 없이 아름다운 무언가가 기다린다.
빈자리가 빈자리가 아니다. 그들이 떠나고 남긴 빈자리에마저 따스한 온기가 감돈다. 보이지 않지만 그들은 사랑 그 자체의 에너지로 여전히 곁에 있다.
그저 막연히 아프리라고만 믿었던 과정을 겪어내며 집사는 깨닫는다. 모든 게 변하는 세상 속, 이 우주를 지탱하는 사랑만이 영원하며, 고양이는 존재 그 자체를 통해 사랑을 가르쳐준다는 걸.
그러니까 고양이는 영원이다.
그리하여 이 책은 고양이들의 사랑, 그 깊이와 방식에 대한 간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