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류하는 중일관계
21세기에 들어와 동아시아의 강자이자 글로벌 강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은 공세적이고 확장적인 외교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일본도 패전국으로서의 전후 레짐에서 탈피를 꾀하며 이에 ‘힘으로 대항’하면서 긴장이 계속되고 있다. 동아시아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큰 영향을 미치는 중일관계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중국이 이렇게 급속히 대국이 되어 힘을 과시할 것이라고는, 일본의 ‘전후 레짐으로부터의 탈피’가 이렇게 빠르고 강력하게 추진될 것이라고는 예측하기 어려웠으며, 중국과 일본 양국 관계가 새로운 ‘힘의 대치’ 시대로 진입해 커다란 망망대해를 표류하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라고 이야기한다.
□ 중일관계의 네 가지 단계와 세 가지 이슈
저자는 1972년 중일 국교 정상화 이래 40여 년의 중일 양국 관계를 묘사하면서 동시에 주로 21세기에 들어선 이후부터를 ‘현실주의’의 시각에서 다시 고찰한다. 먼저 중일 국교 정상화 이후 40년간을 크게 1970년대의 ‘전략적 우호 시기’,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중반의 ‘허니문 15년’, 1990년대 중반에서 2010년의 ‘구조 변동 시기’, 2010년부터 현재까지의 ‘힘의 대항’, 네 가지 단계로 나눈다. 또한 중국과 일본 양국 간의 중요 이슈로 ‘역사 문제’, ‘지역 패권과 리더십 문제’, 영토·영해, 자원, 저작권 등 ‘구체적 이익 문제’의 세 가지를 든다. ‘구조 변동 시기’까지는 이 세 가지 이슈가 개별적으로 분쟁화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힘의 대항’에 진입한 이후부터는 일본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입 문제, 센카구 열도/ 댜오위다오 문제 등처럼 이 세 가지 이슈들이 상호 간에 결합되어 뒤얽혀져 버렸다고 고찰한다.
□ 성숙한 국가 관계를 바라며
한중일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환경, 중일 양국 간 관계는 낙관하기 어렵다. 불신과 대립이 더 깊어질 가능성도 크다. 저자는 동아시아의 주요 3국은 모두 대단히 젊은 국민국가이며 성숙함에 도달하기에는 아직 긴 과정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닐까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중일 관계에 대해서, 먼저 관계의 제도화와 이성화를 통해 아무리 격렬한 대립이 있더라도 대화의 채널은 결코 닫지 않을 것, 미중 관계·미일 관계를 살펴보면서 상호 관계를 다국 간의 협력 관계에서 고려할 것, 힘에 의한 대항이나 군사적 확장으로 연결되는 움직임을 방지할 수 있는 양국 간 및 다국 간 메커니즘을 최대한 일찍 구축할 것을 제안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이 책에서 두 개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음을 밝힌다. 첫 번째는 중일 관계의 전제에는 쇼와 천황의 전쟁책임, 아시아 사람들의 피해에 대한 책임 등, 일본의 전쟁책임 문제가 있고 이를 어떻게 마무리 지을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배타적인·정적인 민족주의로부터 중일 양국 국민들이 하루빨리 벗어나길 바란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