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의 80% 이상이 청소년인 공공도서관. 보호자와 함께 오는 경우보다 친구를 따라 혹은 스스로 찾아오는 청소년의 수가 훨씬 더 많은 공공도서관. 지난 2021년 8월 도서문화재단씨앗(이하 '재단')이 경기도 성남시에 문을 연 청소년 중심의 공공도서관 '라이브러리 티티섬(이하 '티티섬')'의 이야기다.
"2000년대 후반, 재단은 '담작은도서관'이라는 어린이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찾아오는 초등학교 고학년 이용자가 점점 줄어드는 것이 중요한 계기였다. 그렇게 어린이 도서관을 떠난 청소년들은 어디로 갈까, 라는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청소년기는 자신의 관심과 취향을 탐색하면서 앞으로의 삶의 방향을 잡아가는 중요한 시기이다. 하지만 정작 이들에게 스스로를 알아갈 수 있는, 다양하게 경험하면서 자유롭게 시도할 기회는 거의 주어지지 않는다.
재단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공의 영역인 도서관이야말로 청소년들이 언제든 부담 없이 드나들 수 있고, 하고 싶은 것을 스스로 선택해 시도해 볼 수 있으며, 자기다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청소년들의 일상 속에 그런 공간이 자연스럽게 자리할 때 비로소 가능해질 변화를 기대하며, 재단은 '티티섬'이라는 조금 색다른 도서관 설립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진짜로' 함께 만든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는 12~19세의 생각을 알 수 없으니 12~19세 중심의 공공도서관은 그들과 함께 만들어야 했다."
전에 없던 개념의 도서관을 만드는 일인 만큼, 완성된 도서관이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 그 누구도 명확한 상을 제시하기 어려웠다. 결국, 티티섬을 만들기 위해 모인 기획자들과 협력자들이 각자의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다 같이 토론하며 하나씩 정해나가기로 했다.
또한 티티섬은 청소년 중심 공공도서관이므로, 청소년들의 욕구를 먼저 조사한 후 그를 바탕으로 설계를 시작했다. 공간을 이미 다 완성해 놓고 이용자들이 거기에 맞추어 사용하는 방식은 재단이 지향하는 바가 아니었다. 이름뿐인 '참여 설계'가 아니라, 진짜로 청소년들이 동등한 주체로서 티티섬을 함께 만들기를 바랐다.
"먼저 그들끼리 있는 공간에서 '해야 한다'보다 '하고 싶다'에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다, 싶었다. 그러고 나면 다른 나이대의 사람들과 섞이는 공간에서도 트윈과 틴이 점점 자기다운 모습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적지 않은 청소년들이 어른들과 함께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꺼내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눈치를 보거나, 수동적으로 따르는 데에 더 익숙하다. 재단은 청소년들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내는 경험, 자신의 욕구에 집중하는 경험을 해볼 수 있기를 바랐다. 그래서 티티섬 공간의 절반은 청소년 전용 공간으로 꾸렸다.
그렇다면 왜 청소년 '전용 도서관'이 아니라 청소년을 포함한 다양한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공도서관이었을까. 재단은 도서관이 지니고 있는 공공공간으로서의 정체성에 주목한다.
"사실 도서관은 우리 사회에 몇 안 되는, 어떤 특징으로 이용자를 구분하지 않는(않아야 하는) 공공의 공간이다. 어린이/장애인/노인을 위한 시설처럼 대부분의 기관들이 서비스하는 대상을 기준으로 나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나이와 상관없이 갈 수 있는 공간도 입장료를 내야 하거나 명확한 목적이 있을 때만 방문하게 된다."
그러니 일부 공간을 전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내어주는 것을 시작으로도 충분히, 청소년도 함께 어우러지는 도서관이 되어갈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렇게 되면 청소년에게 공공도서관은, 또래뿐만 아니라 다양한 세대의 사람들을 만나 교류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특별한 일상의 공간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청소년 중심 공공도서관'이라는 전혀 새로운 개념의 공간을 현실로 만들어 내는 건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라이브러리 티티섬이 문을 열기까지>는 그 모든 과정을 단순히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각의 단계에서 어떤 부분에 특히 신경을 썼고, 무엇이 좋고 아쉬웠는지, 또 무엇이 어려웠으며 무엇을 배웠는지를 충실히 기록했다. 이 책이 도서관의 변화를 만들어 가는 이들, 청소년에 관심을 갖는 공간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유용한 자료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