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 메고 신혼여행!
영국에서부터 이탈리아 로마까지
우리 무사히 완주할 수 있을까?
우리가 처음 비아 프란치제나 순례길을 생각한 때는 풋풋한 연애 초기였다. 나는 ‘비아 프란치제나’라는 생소한 이름을 마음에 담았다. 시간이 흘러 우리의 결혼식이 딱 한 달 남았을 때 나는 비아 프란치제나 순례길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그렇게 우리는 겁도 없이 한 달 만에 각종 장비를 사고 딱 한 번의 연습을 마친 뒤 수영복 대신 비옷을 입고 마사지 대신 파스를 붙이며 걷는 순례길 신혼여행을 시작했다.
신혼여행이라 쓰고 도보여행이라 읽는
56일간의 비아 프란치제나 순례길 이야기!
널리 알려진 산티아고 순례길과 달리 비아 프란치제나 순례길은 이름 자체도 생소하다. 비아 프란치제나는 영국 캔터베리 성당에서 시작해 프랑스, 스위스, 알프스산맥을 거쳐 이탈리아 로마에서 마무리되는 총 1800km에 달하는 순례길이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만큼 순례자도 적고 시설도 부족한데, 이 점이 비아 프란치제나 순례길의 매력 중 하나다.
<길 위의 낭만, 순례길 신혼여행을 꿈꾸다> 저자는 풋풋한 연애 초기에 처음 비아 프란치제나 순례길을 생각했다. 지금은 남편이 된 그 시절의 남자 친구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고 그렇게 ‘비아 프란치제나’라는 생소한 이름을 마음에 담았다. 그 후 각자의 꿈을 위해 헤어지게 되면서 비아 프란치제나는 기억 너머로 사라지는 듯했지만 결국 돌고 돌아 서로가 인생에서 가장 지쳐 있을 시기에 패잔병처럼 다시 만나 결혼을 결심했다. 그리고 식을 한 달 남긴 어느 날, 겁도 없이 한 달 만에 각종 장비를 사고 딱 한 번의 연습을 마친 뒤 56일 동안 20kg을 들고 떠나는 순례길 신혼여행을 시작했다.
때로는 달콤하게 때로는 살벌하게
낭만 가득한 우리들의 신혼여행!
보통 신혼여행이라 하면 휴양지에서 보내는 달콤한 허니문을 생각하겠지만 순례길 신혼여행은 수영복 대신 비옷을 입고 마사지 대신 파스를 붙이며 걷는 험난한 길이다. 더군다나 이제 막 결혼한 한 달 차 신혼부부에게 순례길은 위험천만한 여정이었다. 길을 걸으며 하루 중 한두 시간은 싸우는 데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고, 부부 싸움의 외줄을 아슬아슬하게 타며 긴장되는 순간을 보내는 건 일상이었다. 숙소를 구하지 못해 숲속에서 몰래 아영을 하기도 하고, 화장실을 쓰기 위해 처음 보는 사람에게 실례를 무릅쓰는 건 길의 시작부터 끝까지 이어졌다.
그래도 명색이 신혼여행이니 항상 살벌한 순간만 있었던 건 아니다. 아름다운 도시를 만나면 며칠을 내리 쉬기도 했고 길을 걷다 보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경로를 벗어나기도 했으며 일정을 조금 미루고 숙소 주인과 소담스런 아침 식사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저자는 신혼여행의 낭만과 순례자의 본분 사이에서 자주 갈등했지만 눈앞에 주어지는 모든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했다. 순례길을 걷는 동안 수많은 낯선 천사를 만나고 셀 수 없는 도움을 받기도 했다. 잘 곳 없는 신혼부부에게 자신의 앞마당을 선뜻 내어 주기도 했고, 낯선 이들을 저녁 식사에 초대하기도 했다. 먼저 도움을 청했건 먼저 손을 내밀어 주었건 대가 없는 친절을 받으며 순례자 신혼부부는 순례길을 걷는 동안 한 번도 굶지 않았다.
하루 20km가 넘는 길을 걸었던 탓에 하루 종일 걸었던 발은 늘 부어 있었고 배낭 무게로 골반에는 멍이 훈장처럼 따라다녔지만, 저자는 순례길을 걸었을 때 인생에서 마음과 정신이 가장 건강했다고 한다. 비록 90일로 계획했던 순례길이 미완으로 마무리되었지만 56일간 함께 1000km 가까이 되는 길을 걸으며 새내기 신혼부부는 어느새 결혼 10년 차 부부만큼 서로의 감정 알아채기에 능숙해졌다. 수없이 다투고 화해하고 격려하면서 이 긴 순례길을 함께 걸었다. 저자는 어느덧 6년 차 부부가 되었고 두 아이의 부모가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아이들과 함께 미완의 순례길을 다시 완주할 그날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