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젠가는 부탄, 언젠가는 히말라야를 꿈꾸는 이들에게
- 한국팀 최초 ‘부탄 스노우맨 트레킹’ 여행기 출간
부탄은 ‘유일한’, ‘독특한’ 같은 수식어가 많이 붙는다. 국민총생산이 아니라 국민총행복 지수가 헌법에 명시된 나라, 불교 전통을 중시하는 나라, 왕이 자발적으로 민주화를 이룩하고, 세계에서 탄소 흡수량이 탄소 배출량 보다 많은 유일한 나라, 국토의 60% 이상이 산림으로 보존되어야 한다고 헌법에 명시돼 있는 나라, 학교와 직장에서 전통의상을 입는 나라, 6층 이상의 건물이 없는 나라, 국민이 왕을 사랑하는 나라, 비싼 관광세로 관광객 수를 제한하는 나라. 그리고 여기 부탄에도 히말라야가 있다. 히말라야 중에서도 난도 ‘상’에 속하며, 에베레스트를 등반한 사람보다 완주자가 적을 정도로 소수만 도전하는 스노우맨 트레킹. 거칠부 작가가 걸었던 2022년에 스노우맨 트레킹 I·II 완주자는 고작 131명뿐이다.
- “감히 아름다운 여정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모든 것이 좋았다.”
과장을 꺼리는 작가가 ‘감히’라는 단어를 쓴 것처럼, 부탄 히말라야는 사뭇 달랐다. 다채로운 가을 단풍을 지나자, 고개 정상에서 청록빛 호수와 압도적인 장면이 펼쳐지고, 사막을 걸어가나 싶더니 어느새 눈밭에 서 있다. 그러다 마주하는 연둣빛의 몽환적인 연둣빛 이끼 숲. 부탄이 품은 원시의 자연과 탁월한 풍경, 거침없이 나아가야 하는 트레커의 숙명은 이전 히말라야와 비슷하다.
그런데 부탄은 무엇이 다른 걸까. 흙탕물에 빠진 개미를 일일이 꺼내주고 다른 사람의 기도가 담긴 타르초를 돌보는 가이드 소남이 있다. 앞치마를 두른 요리사 바브, 요리사가 새벽부터 준비한 음식을 보온 통에 넣어 낮 동안 지고 다니는 스태프들이 있다. 대부분 혼자였던 저자의 사진첩 속에 일행들과 어우러진 단체사진이 수십 장 있다. 돌아가신 엄마가 있고, 눈물이 있고, 그리움이 있다. 기도가 있고, 존중과 감사가 있다. 예의 높은 고개와 진흙탕 길과 죽음과 사고 소식이 이어지지만, 부탄에서는 이 모든 것이 삶이라는 듯 자연스럽게, 저마다 빛을 내며, 함께 흘러간다.
- 7년간 7천킬로미터 히말라야 횡단의 완성
- 1만 킬로미터의 히말라야를 기다리며
오래 생각했다.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그의 여정은 계속 될 텐데 완성이란 표현이 적절한 걸까. 진흙탕 길 끝에 당도한 마지막 마을 두르에서 가볍게 하이파이브로 축하하는 그들처럼, 요란스러운 환호성이 아니라 덤덤함으로 맞이하고 싶다. 책구름 출판사의 ‘거칠부의 히말라야 시리즈’도 이로써 한 챕터를 마무리한다. 삶이 그렇듯, 그의 히말라야도 이어질 것이다. 1만 킬로미터의 히말라야. ‘히말라야 트레킹의 독보적 존재’를 꿈꾸는 그의 문장에 가슴이 뛴다. 언젠가 그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한 곳에 오래 머물며 깊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모습도 상상해 본다. 함께 해주시는 독자 여러분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