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길을 건넜을 뿐인데 엄마가 나를 알아볼 수 없다고?
밝은 세상과 어두운 세상의 중간에 머무는
‘반빛 고양이’ 여름이의 이유 있는 모험
바람처럼 쌩쌩 달리는 차들을 피해 오늘도 동물 친구들은 길을 건넙니다. 동물 친구들은 영문을 알 수가 없습니다. 저 빠르게 달리는 차들은 어딜 향해 가는지, 언제 멈춰 서는지, 이 길을 건너기 위한 다른 방법이 있는 것인지. 아무리 기다려 보아도 길 위는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를 않고, 영영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어 용기를 내 달려 보는 것이지요. 운이 좋으면 무사히 길을 건널 수 있지만, 너무 많은 동물 친구가 고속도로 위에서 목숨을 잃습니다.
《한밤중 마녀를 찾아간 고양이》는 바로 이 ‘로드킬’로 희생된 어린 고양이 ‘여름이’의 이야기입니다. 동물 친구들이 ‘바람의 길’이라고 부르는 고속도로를 건넌 뒤 친구들도, 동생들도, 심지어 사랑하는 엄마조차 내가 눈앞에 존재한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하는 이상한 상황 앞에 여름이는 비로소 자신이 ‘죽은’ 고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여름이는 그저 유령처럼 친구들과 가족, 엄마 곁을 맴돌기만 할 수 없어요. 엄마에게 하지 못한 말이 있기 때문이지요. 제목에서처럼 여름이가 ‘마녀’를 찾아가기로 결심한 것은 마녀의 도움을 받아야만 엄마에게 ‘그 말’을 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녀를 둘러싼 소문은 너무도 무시무시한데, 그럼에도 여름이가 용기를 낸 까닭, 대체 ‘그 말’은 어떤 말이기에 여름이가 모험을 결심하게 한 걸까요? 그러니까 이 동화는, 생태 문제와 동물권의 중요성뿐만 아니라 가족을 향한 애틋한 사랑과 진심, 그리고 용기를 담고 있는 모험담입니다.
여러분도 무섭고 힘들 걸 뻔히 알면서도 여름이처럼 고집을 부려 본 적 있나요?
혹시 그런 일이 있었다면 왜 그랬나요? 소중한 것을 얻기 위해서? 그 소중한 것이란 무엇이었나요?
아무리 무섭고 힘들다 해도 여러분은 용감하게 그 험한 길을 나설 수 있을까요?_‘작가의 말’ 중에서
아무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이유를 알 수 없어 당황한 여름이 앞에 나타난 할아버지 고양이는 희한하게도 여름이를 볼 수 있고, 심지어 말도 걸어옵니다.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 묻는 여름이에게 할아버지는 충격적인 사실을 말해 줍니다. 여름이는 바람의 길을 건너다가 목숨을 잃었고, 이 세계와 죽음의 세계 중간에 머무는 ‘반빛 고양이’가 되었기 때문에 이 세상의 존재들은 ‘반빛’을 볼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엄마가 자신을 알아볼 수 있게 해 전해야 할 말이 있다는 여름이에게 유일한 방법을 알려줍니다. ‘마녀’를 찾아가 바람의 길에서 잃어버린 몸을 되찾아 달라고 부탁해 보라고요.
마녀에게 가는 길은 험난하기만 합니다. 극악무도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마녀가 여름이의 부탁을 순순히 들어주리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여름이는 그 험난한 모험길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모험 내내 여름이와 같은 ‘반빛’ 친구들이 많은 도움을 주기도 하고요. 과연 여름이는 마녀를 만나 잃어버린 몸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엄마에게 꼭 전하고 싶었던 ‘그 말’을 전할 수 있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