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끝나지 않았으므로 슬픔도 끝나지 않는다.
“남겨진 사람들에게 죽음은 가혹하다. 배우자나 자녀가 죽었을 때 그들을 향한 사랑을 결코 멈추지 않는다. 사랑이 끝나지 않았는데 왜 슬픔이 끝나기를 기대하는가?”(본문에서)
준비되지 않은 이별, 피할 수 없는 이별의 슬픔과 아픔 속에서 ‘미망인’이라는 라벨이 붙은 한 여성이 새로운 일상으로 회복하는 과정이 드라마처럼 그려진 책이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지 11년이 되었어도 그가 죽은 연말연시는 가장 두려워하는 시기이다. 이때가 되면 그리움과 박탈감과 동경, 취약함, 강인함, 불안 등의 복잡한 감정들이 여전히 그녀를 당혹스럽게 만든다. 돈 아이젠하워는 『생의 마지막 여정을 돕는 웰다잉 코칭』(정익구 옮김, 2023)에서 상실의 슬픔을 겪는 사람들의 감정이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느낌과 같다고 표현했다. 상실의 아픔은 이처럼 쉽게 끝나지도 가라앉지도 않는다. 슬픔의 감정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고요한 듯, 평온한 듯하다가도 어떤 순간에 불쑥불쑥 튀어나와 괴롭힌다.
저자는 자신의 어린 시절, 연애 이야기, 결혼과 부부 사이의 갈등, 남편의 질병과 간병인 생활, 남편이 죽은 뒤 느끼는 외로움과 직장 생활의 어려움 등에 관해 자신의 속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고통받던 남편의 죽음에 안도감이 들기도 하면서 그것이 죄책감이 되어 자신을 괴롭히기도 한다. 저자는 우울에 시달리며 자살 충동에 휩싸이기도 하고, 젊은 여성으로서 이성에 대한 욕구에 잠시 유혹당하기도 한다. 그런 가운데서도 저자는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을 이겨내고, 죽은 남편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며 새로운 삶으로 복귀한다.
상실을 겪는 사람은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박사가 말했듯이 대체로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의 5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그렇지만 사람마다 상실의 슬픈 정도와 애도 방법, 회복하는 과정은 저마다 다 다를 수 있다. 이 책에서도 저자는 그러한 요소들을 두루 경험하지만, 저자만의 독특함으로 이 과정을 겪어나간다.
많은 사람에게 슬픔의 여정은 놀라울 정도로 성장하는 경험이다.
삶이 고통스럽고 목적이 거의 없다고 느낄 때도 더 나은 날이 오기를 바라는 희망을 끈을 놓지 않는다면, 우리는 저자와 같이 많은 배움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삶을 비관하고 비판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 삶이 소중한 선물임을 배운다. 자신의 독특함을 받아들이면서 가장 진정한 모습으로 하루하루를 찬양하며 사는 법을 배운다. 자신과 타인을 용서하고, 공동체의 중요성도 배운다. 과거에 자주 놓쳤던 집안일, 일상, 심지어 아무 생각 없는 일과 같은 평범하고 작은 것들을 알아채고 감사하는 능력을 기르는 법을 배운다.
『고통의 틈에서 아름다움 찾기』는 이론적인 설명이 아니라 눈앞에서 펼쳐지는 드라마를 우리 앞에 보여준다. 저자의 생생한 설명으로 마치 글을 읽는 자신이 당사자가 된 것 같은 감정이 들게 한다. 이를 통해 마음에 지독한 상실감을 느끼고 있는 독자는 공감과 깊은 치유를 느끼게 된다. 이는 실존적 체험을 전달하는 효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이 책은 실존주의 심리상담 전문가들의 에세이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과거에 상실의 슬픔을 경험하였거나, 지금 현재 이러한 끝이 보이지 않는 것 같은 터널을 지나고 있는 분들, 그리고 이들을 돕기 위해 노력하는 코치, 상담가들에게 유용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