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우니까 사람이라고 했던가?
저자의 10대와 20대는 지독히도 외로운 시간이었다. 유독 외로움을 잘 타는 성격이었던 이유도 있지만, 일찌감치 세상과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들을 겪어낸 마음엔 굳은살이 박일 대로 박혔다. 상처에 가장 효과적인 약은 상처에서 나오는 진물이란다. 감정의 바닥을 찍어 본 경험들은 그것에 대처할 수 있는 진통제까지 건넸다. 그에게 그런 ‘약’ 중의 하나가 글쓰기였다.
박완서 작가는 글 쓰는 작업은 외로운 운명을 각오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충만한 감성을 위해서라도 외로워져 볼 필요가 있다. 타인에게 분산되지 않는 시선으로 스스로에게 전념하는 시간, 많은 철학자와 문인들이 그런 고독의 힘을 믿고 살았다. 니체가 높이 평가하는 고귀한 인간은 고독 속을 걷는 존재이다. 니체에겐 고독을 모르는 인간들은 정신적으로 독립이 안 된 그저 ‘평균인’에 지나지 않았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라고 했던가? 인간은 결국 외롭지 않으려 누군가를 만나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물론 인‘간’이기에 관계를 벗어나 살아갈 수만도 없지만, ‘인’간이기에 그 관계 안에서의 존재의미를 돌아볼 필요도 있다. 그런 성찰은 단절과 고립 속에서만 가능하다.
고독이란 감정마저도 관계를 매개로 한 이름일 정도로, 우리는 관계의 울타리를 벗어나 나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낯설어한다. 그러나 ‘발견’이란 것도 익숙한 것들의 낯선 뒷모습인 경우가 있지 않던가. 고독은 구조를 지탱하는 부품으로서의 역할이 아닌 하나의 ‘인격’으로 회귀하는 시간이며, 관계로부터 소외된 나 자신을 낯설게 돌아보는 발견의 시간이다.
* 다반 - 일상의 책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에서 착안한 「다반」은 사람에게 중요한 밥과 차에 책의 의미를 더하여, 사람의 삶에서 늘 필요한 책을 만들자는 취지로 2011년 1월 20일 설립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