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사적지에 본격적으로 조경 정비가 시행된 것은 1967년 ‘현충사 성역화사업’에서부터이다. 현충사 조경 정비는 1974년까지 7여 년에 걸쳐 시행되었고 한국의 조경분야가 교육기술산업 등의 전문적 체계를 갖추기도 전에 이루어진 대대적인 사업이었다. 이러한 문화유적지 정비 사업은 조경의 수요를 유발하여 한국 조경분야의 발전에 크게 이비자하였다.
_253쪽에서
조경 전문인력이 부족하던 1970년대에 조경교육과 실무를 이끈 이는 임학이나 원예전문가들이다. 이들은 주로 조림사업과 훼손지 녹화와 같은 식재사업을 조경이라는 이름으로 시행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조경은 “나무 심는 분야, 가드닝, 식재기술로 오해”(488쪽)되곤하는데 조경은 “공간 환경을 계획설계관리하여 아름답고, 쾌적한 인간 정주 환경을 조성”하는 분야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조경을 가드닝이나 식재기술, 나무 심는 분야로 생각하고 있는데 《조경개념사전》은 이런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는다. ‘조경’, ‘랜드스케이프’, ‘경관’, ‘정원’, ‘공원’ 등 조경 관련 용어 126항목의 정의는 물론 쓰임의 변천사, 용어에 담겨 있는 다중적 가치 전달 등 낱말 풀이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나라 조경의 도입, 전통조경, 기후변화, 도시재생, 마을만들기, 커뮤니티 계획 등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떼려야 뗄 수 없는 조경 분야의 전반을 이야기한다.
“한국 조경용어사전의 출발점인 첫 번째 기본 개념 사전”이라는 집필진의 말처럼 《조경개념사전》은 한국에 학문적 의미의 조경학이 도입된 지 50년 만에 출간되는 첫 번째 개념사전이다. 집필진은 이 책을 토대로 앞으로 더욱 완벽한 체계와 충분한 어뤼를 갖춘 책이 출간되기를 원한다고 말한다.
전문 직종으로서 조경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것은 1849년 네스필드(William Andrews Nesfield)가 영국 버킹엄궁의 정원을 디자인할 때 자신을 ‘조경가(Landscape Architect)’라고 칭하면서부터라고 알려져 있다. 전문 직업으로서 조경가는 1860년 옴스테드(Frederick Law Olmsted)와 보(Calvert Vaux)가 최초로 임명되었다. 전문 분야로서 조경은 1899년 미국조경가협회(ASLA)가 창립되면서 시작되었다. 학문으로서 조경은 1900년 미국 하버드대학에 조경학과가 개설되면서 시작되었다.
_355쪽에서
조경 관련 용어 126항목의 기본 개념 정립
“조경은 아름답고 유용하며 지속가능한 환경을 형성하기 위해 인문적 과학적 지식을 응용하여 토지와 경관을 계획 설계 조성 관리하는 문화적 행위이다.” 한국조경헌장의 정의이다. 한국조경헌장에서는 조경의 대상을 정원, 공원과 녹지, 광장과 가로, 건축 외부 공간, 체육공간, 관광과 여가공간, 역사공간과 문화재, 해안·하천·수공간, 경관을 조경의 대상으로 꼽는다. 한국조경헌장에서는 조경의 영역을 정책, 계획, 설계, 시공, 감리, 운영 및 관리, 연구, 교육, 산업으로 구분한다.
《조경개념사전》은 현재 통용되고 있는 조경 관련 용어의 기본 개념을 명확히 정의하고 새로이 떠오르고 있는 조경개념 및 정책 관련 어휘까지 망라했다. 여느 사전처럼 가나다 순 차례와 6개로 구분한 영역별 차례를 함께 넣어 조경전문가와 연구자, 조경 관련 행정 담당자는 물론 미래의 조경 현장을 이끌 학생들이 필요에 따라 찾아보기 쉽게 구성했다. 6개의 영역은 조경총론·조경설계, 조경계획, 학국역사경관, 시각경관계획, 경관생태계획, 조경운영관리 영역이다. 조경 실무, 조경이론, 커뮤니티 디자인이나 주민참여를 통한 지역환경의 계획·조성·운영의 통합방법론 등 조경분야를 실무, 이론, 시각적·물리적 경관 관점, 전통, 커뮤니티 및 운영관리 등 조경학에서 다루는 전반을 이해하기 쉽게 구분한 것이다. 각 영역은 대학에서 조경실무, 이론, 역사, 커뮤니티 계획 및 지역활성화 시스템론 등을 강의하는 6명의 중진 학자가 책임 집필했다.
집필진의 개념 설명에 앞서 각 용어의 사전적·법률적 정의를 밝혀 놓았는데 각 용어의 정의와 쓰임을 명확히하기 위한 장치이다. 또한 책에 소개된 126항목의 연관성을 알 수 있도록 각 항목 첫 페이지에 함께 보면 좋은 관련 용어를 표시해 폭넓게 이해할 수 있게 했다.
랜드스케이프(landscape)에서 ‘랜드(land)’는 대상이 되는 토지영역으로 구성 요소들에 의해 분석이 가능한 객관적 실체이고, ‘스케이프(sacpe)’는 보고 느끼는 것 이상으로 대상지와 관련된 과거와 현재의 역사와 보는 이의 정서와 희망을 불러일으키는 주관성을 뜻한다. 랜드스케이프는 원래 이 양면의 의미가 결합된 용어이다.
_179쪽에서
한국에서는 고려시대에 원림(園林), 임천(林泉), 가원(家園), 정원(庭院), 문정(門庭), 원유(園囿), 임원(林園) 등의 용어가 사용되었으며, 이 중에서 원림이라는 용어가 가장 많이 사용되었다. 이 용어들은 이후 조선시대에도 별다른 변화없이 통용되다가 일제강점기에 일본 문화가 유입되면서 정원(庭園)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_338쪽에서
한국의 공원은 서구의 그것과 유사한 과정을 거쳤지만, 서구의 공원이 시민 사회의 성숙이 이루어 낸 사회적 선물이라면, 개항과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조성되기 시작한 한국의 공원은 땅과 장소의 연속성을 단절시키고 정체성을 해체하면서 자리 잡은 근대성의 상징공간이었다.
_481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