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은 전형적 경남 마산 출신의 ‘보리 문둥이’ 사나이이다. 같은 경상도 출신이라도 성격이 많이 달라 함께 가기에 힘든 동반자라는 말이 수시로 내 입에서 나올 정도였다. 내가 호주 와서 영어가 안돼 당한 억울함을 호소하면 ‘와, 너무 나라에 와서 너무 다리 건지노?’라고 핀잔을 주곤 했다. 다시 태어나면 함께 살 정도는 아니나 그래도 반듯하고 책임감 강하고 참 가정적인 남자이다.
내가 한국 정치에 관여하고부터 ‘와 너무 나라에 와서 너무 다리 건지노’라는 표현이 참 맞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 국내분들에게 ‘한국이 싫어 외국 가서는 왜 한국 정치를 간섭하느냐’라는 소리를 가끔 듣는다. 그러나 해외에서도 이렇게 모국에 신경을 써주니 참 고맙고 우리가 더 분발해야 한다고 응원하는 분들이 훨씬 많다. 나의 피가 신숭겸과 신사임당 후손이어서인지 불의와 부정을 보면 참지 못하는 성정이 있음을 뒤늦게 깨닫기 시작했다. 즉 세 자녀의 엄마로 가정에 충실함이 나의 제일 첫 임무이고 그래서 사회생활도 뒤늦게 한 온순하고 평범한 여인이 의로운 분노를 느끼고 행동하는 사회운동가로의 기질을 나이 60이 다되어 깨닫게 된 것이다.
지난 5년간 한국 정치는 한 편의 대하드라마 같은 실제 우리의 생활에 영향을 주는 역동의 사건들이 터졌다. 특히 호주라는 비교적 사회정의와 평등을 기초로 자유민주가 건강하게 자리 잡은 사회에서 바라본 모국의 정치는 불법 탄핵을 거치면서 5대 공직선거에서 터진 부정선거 의혹까지, 경제대국에 맞게 발전하기보다 더욱 후퇴하는 사태들을 보면서 울분과 분노로 가득한 글이 저절로 나왔다. 따라서 이 책의 글들은 어떤 정치적 편향에서라기보다 좌우 떠난 옳고 그른 관점 그리고 법치의 관점에서 하나하나 하늘의 영감을 받아 쓴 것임을 밝혀둔다.
이 책은 소위 좌파들이 보기엔 불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왜냐 하면 나의 정치적 포지션이 다분히 우파적 보수적인 색채를 띨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나는 좌도 우도 아니고 그렇다고 중도도 아니다. 굳이 말하라면 옳은 대한민국파라 보면 된다. 나는 좌도 우도 민주국가를 위해 ‘Check and Balance’ 양 날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보수·진보 구분도 실제 불필요하고 정확하지 않다고 본다. 문제를 지적하라면 좌우 다 많다. 굳이 말하자면 미국과 한국 건국 정신을 따른 법치주의, 자유민주 체제, 천부인권의 권리, 개인자유, 책임, 진실, 시장경제 등 보수 가치를 지지한다.
하필 내가 정치에 관여했을 시기가 모국에서 불법탄핵이 좌쪽에 의해 시작되었고 그 뒤 부정선거를 일으킨 여러 정황들을 보며 나는 모국에 대해 보수를 지지하는 입장이 되었을 뿐이다. 호주에서는 우연이지만 노동당 회원으로 2003년 전에 가입해서 활동하고 있다. 물론 내 선택이 아닌 주위 아는 한 호주인의 호소로 할 수 없이 노동당원이 되어 이름만 올려놓아 처음에는 배우자는 태도였다. 그러다 한국정치에 관여하면서 보수색채인 자유연합당(Coalition Party)으로 바꿀까 고민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한국 미국 좌파 민주당이 지극히 극좌파세력에 의해 오염되고 타락한 현재의 정치 분위기에서 호주에서는 오히려 건강한 노동당을 만드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이민자라는 소수민족의 이익을 대변하는 노동당에 그대로 있기로 했다. 호주 노동당원으로 한국에는 보수를 지지하는 입장에 있으니 오해도 받은 적이 있지만 나의 정치적 포지션은 굉장히 유연하고 유동적이다. 좌든 우든 합리적, 상식적 공정한 헌법에 기초한 자유민주 체제가 되길 바란다. 굳이 말하자면 민주보다는 자유가 우선이고 국가보다는 개인이, 민족보다는 국가가 우선되어야 민주, 국가가 상생하기에 이런 순서의 체제를 바라는 소박한 시민임을 천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