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생명체가 되고 싶다.
누구에게도 상처받지 않고, 누구에게도 동정받지 않는,
초연한 생명체가 되고 싶다.”
크로스핏의 유행과 퍼스널트레이닝의 대중적 확산, SNS상에서의 보디프로필 열기를 동시에 찾아볼 수 있는 지금 『나의 친구, 스미스』의 주인공 U노가 겪는 아이러니에 공감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실제로 이 년가량 헬스장을 다니는 사이 전문적으로 신체를 단련하는 보디빌딩, 피지크 선수들을 관찰하며 이 작품을 구상했다는 작가는 소설에서 U노를 대회 도전으로 이끄는 O시마의 결정적인 대사, “여기서 훈련하면 다른 생명체가 될 거야”라는 말에 방점을 찍는다.
“처음에는 ‘남자처럼 되고 싶다’ ‘여자답지 않게 되고 싶다’는 표현을 생각했지만, 결국 ‘다른 생명체가 되고 싶다’는 비유가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나 역시 일상생활에서 남자 아니면 여자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무언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북아사히 인터뷰에서)
여성스러움이란, 아름다움이란 원래 무엇이었을까?
일상 속 젠더에 대한 의문에 도전하는 야심찬 데뷔작
젠더와 몸에 대한 담화가 여느 때보다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여전히 경직되어 있는 현대사회에서 일상적으로 느끼는 의문을 담아낸 소설의 주제는 주인공의 직장과 가족의 반응에서 보다 또렷이 드러난다. 대회 준비를 위해 머리를 기르고 식단을 관리하는 U노에게 동료들은 ‘남자친구가 생겼나보다’ ‘여자들은 힘들겠다’며 스스럼없이 말하고, 텔레비전에서 우연히 보디빌딩 대회 중계를 본 어머니는 “너도 저렇게 울룩불룩해지는 건 아니지?”라고 염려한다. 미용이나 패션과는 담을 쌓고 살았던 주인공은 단순히 강인해지고 싶다는 마음으로 도전한 대회 준비 과정에서 새로운 세계를 접한다. 혼란과 깨달음을 반복하는 U노의 시점을 통해 우리 역시 아름다움과 강인함에 대한 본능적인 열망, 보여지는 것으로서의 젠더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