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新) 친구 대신 새(鳥) 친구가 생겼다!
전학생 문솔은 외톨이입니다. ‘아직 친구가 없을 뿐’이라고 우겨 보지만, 그러기를 벌써 넉 달째인걸요. 급식 시간에도 혼자, 쉬는 시간에도 혼자. 그나마 방과 후 뜨개질부에 가면 조금 덜 외롭긴 합니다. 뜨개질부 친구들은 하나같이 말수가 적은 데다 뜨개질을 시작하면 말수가 더 줄어들거든요.
문솔이 뜨개질만큼이나 좋아하는 건 축구 구경입니다. 사실은 축구 구경을 빙자한 우진이 구경이지만요. 그날도 먼발치에서 남몰래 우진이를 응원하고 있는데, 갈색 털 뭉치가 쌩 날아와 교실 창문에 쾅 부딪히는 게 아니겠어요. 그때 그 녀석을 못 본 척해야 했는데……. 문솔 덕분에 정신을 차린 참새는 사람처럼 조끼를 걸친 데다 해죽해죽 웃기까지 합니다. 여우, 아니 참새에게 홀렸나 싶은 날이었지요.
이튿날 아침, 문솔은 길몽인지 흉몽인지 알 수 없는 꿈에 시달리다 화들짝 놀라 깨어납니다.그 순간, 창가에서 불길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맙소사, 어제 그 참새입니다! 녀석은 어서 열라는 듯 열심히 창문을 두드려 댑니다. 어디서 흥부에게 박씨를 물어다 준 제비 이야기를 듣기라도 한 걸까요? 부리에 반짝이는 금반지를 하나 물고서 말이지요. 문솔이 저도 모르게 반지를 받아 손가락에 끼는 순간 “나랑 결혼해 다오!” 참새의 말이 들리기 시작합니다. 그것만 해도 기절초풍할 노릇인데, 집 밖으로 나서자 온갖 새들의 말이 귓속을 파고듭니다. 참새 왕국의 왕자 치르쿠쿠라는 녀석은 아직 왕도 못 된 주제에 “치르차차 왕국의 국모가 되어 다오!”라며 졸졸 따라다니지, 반지는 안 빠지지, 새들은 자꾸 말을 걸어 오지……. 문솔은 그야말로 머리가 터지기 일보 직전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외톨이 신세인데 이제 이상한 아이 취급까지 당하게 생겼으니 말이지요. 문솔은 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이 위기가 정말 위기이기만 할 걸까요?
친구는 어디에나 있어!
새 학년 새 학기가 되면 어느 교실에서건 치열한 탐색전이 벌어집니다. 하루빨리 마음에 맞는 친구를 찾아내 외톨이 신세를 면하고 싶은 까닭이지요. 그런데 활달하고 붙임성 좋은 친구들에게는 그리 어렵지 않은 새 친구 사귀기가, 소심하고 수줍은 친구들에게는 늘 고역이기만 합니다.
이 책의 주인공 문솔도 사내아이 같은 겉모습과는 달리 소심하고 수줍은 친구입니다. 게다가 전학생이기까지 하니 친구 사귀기가 영 쉽지 않지요. 새들의 마법으로 잠시나마 반의 인기인이 되어 보기도 하지만, 마법으로 산 우정이 알맹이가 있을 리가요. 오히려 새(鳥) 친구들과 나누는 우정이 더 값지게 느껴질 지경입니다. 새들도 알고 보면 상냥한 인간 친구가 싫을 리 없고요.
문솔이 새로 사귄 새(鳥) 친구 중에도 꼭 문솔 같은 친구(?)가 하나 있습니다. 까마귀 전당포의 주인장 까오 영감이지요. 문솔은 마음을 전하는 데 서툰 까오 영감에게 자신을 비춰 보며 다시 한번 용기를 내 보기로 합니다. 물론 지금 당장은 아니고 2학기부터요.
그런데 문솔의 진면목을 알아봐 준 건 새 친구들만이 아니었습니다. 한 학기 내내 문솔을 지켜봐 온 새(新)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다미, 새미, 나미, 이른 바 ‘미 자매’로 불리는 같은 반 친구들입니다. 문솔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주변을 살폈더라면, 먼저 발견할 수도 있었던 친구들이지요. 문솔의 성격상 먼저 다가가지는 못하더라도 ‘나 너희들이랑 친구가 되고 싶어.’ 하고 열심히 신호를 보냈더라면, 미 자매도 더 빨리 문솔에게 다가올 수 있었을지 모릅니다.
이 책을 다 읽고도 ‘나한테도 미 자매 같은 친구들이 다가와 줬으면…….’ 하면서 마냥 기다리기만 하는 친구는 없겠지요?
어린이의 즐거움을 가장 먼저 생각한 책
《참새의 신부가 되었습니다!》는 무엇보다도 어린이의 즐거움을 가장 먼저 생각한 책입니다. 책보다 재미있는 것이 많은 아이들에게 ‘책도 재미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려고 두 작가가 4년여에 걸쳐 머리를 쥐어 짜낸 결과가 바로 이 책이지요. 우선 긴 글을 한 호흡에 읽어 내기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위해 모든 페이지에 걸쳐 만화 기법을 적극 활용한 일러스트를 그려 넣고 한 페이지에 들어가는 글의 양도 최소화했습니다. 장과 장 사이에는 그 전사와 후사에 해당하는 네 컷 만화를 넣어 잠시 숨을 고르게 했지요. 독자가 한눈을 팔 틈이 없도록 끊임없이 말을 걸고, 퀴즈와 숨은그림찾기, 미로찾기를 활용해 참여를 유도하기도 합니다. 어린이책 편집자로 일했던 글 작가와 웹툰 작가로 일했던 그림 작가의 노하우를 이 한 권에 모두 녹여 낸 셈이지요.
두 작가는 세상 부지런한 점이 똑 닮은 자매입니다. 글을 쓴 동생 이지수 작가는 불어불문학을 공부하고 동화로 문단에 나온 뒤, 어린이책 편집자를 거쳐 지금은 어린이책 작가이자 번역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림을 그린 언니 이지아 작가는 의상디자인을 공부하고 웹툰 작가로 활동하다가 최근에 제1회 카카오페이지×창비 영어덜트 장르문학상을 수상하며 소설로까지 활동 반경을 넓혔지요. 지난 4년여 동안 동생은 육아를, 언니는 직장생활을 병행하며 책 작업을 해 온 것은 ‘안’ 비밀입니다.
《참새의 신부가 되었습니다!》는 〈문솔은 새 친구〉라는 타이틀을 걸고 시리즈로 기획된 책입니다. 파란을 예고하는 새 전학생의 등장으로 끝이 난 이 책의 다음 권은 조금 더 빨리 만나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