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이주와 젠더, 이동성과 취약성’은 국제질서 속의 젠더화된 이주 현상과 여성 이주자들이 경험하는 이동성과 취약성에 대한 것이다.
제1장에서 니콜 컨스터블(Nicole Constable)은 인도네시아 출신 여성 인다가 고국과 홍콩, 싱가포르, 네팔을 오가며 경험하는 이주노동과 동거, 결혼, 자녀 양육, 가족 재결합을 좌우하는 이동성과 부동성에 대해 그동안 진행해 온 민족지 연구를 통해 소개한다. 인다의 사례는 이주제도가 이주 과정을 통해 재/생산되는 젠더 규범에 의존하고 착취적으로 작동하는 측면과 함께, 이주여성이 젠더화된 이주제도와 사회적 관행을 거스르는 상황을 보여준다.
제2장에서 황정미는 한국에서 해외이주가 확장된 개발국가 시기(1962~1987)의 출국자 통계와 신문기사에 나타난 담론들을 젠더 관점에서 분석한다. 황정미는 이러한 ‘민족’과 ‘성공’의 프레임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개발 시기 한국을 떠난 재외한인 여성들의 이주와 삶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재조명하는 연구들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제3장에서 유리 둘란(Yuri W. Doolan)은 1970년대와 1980년대 미국 사회에서 문제가 되었던 군사 지역 무허가 마사지업의 확산이 1940년대 이후 한국에서 조장되어 온 해외주둔지 미군 매매춘의 초국적 파생물이었음을 분석한다.
제2부 ‘재외한인의 젠더와 귀속의 정치’에서는 미국, 독일, 호주, 일본 등지로 이주한 한인 여성들의 삶과 경험을 트랜스보더 성원권과 귀속의 차원에서 접근한다.
제4장에서 김민정은 (2장에서 개괄한) 개발국가 시기의 특징이 반영된 한인 여성 이주 사례로서 주한미군의 아내와 파독 간호여성의 이주 경험을 이들의 자전적 글과 자신의 인터뷰 사례를 통해 비교한다.
제5장에서 문경희가 분석하는 호주 한인 ‘1세대’ 여성의 사례 역시 (2장에서 분석한) 개발국가 시기인 1970년대와 1980년대에 한국을 떠난 경우이며, 호주에 ‘재이민’으로 정착한 것이 특징적이다. 이 글은 호주 1세대 이민 여성의 이주를 유발한 동기와 구조를 제시하고, 현지 인터뷰 자료를 통해 이들의 이주생활 속에서 젠더 정체성이 구조화되는 측면을 분석한다.
제6장에서 이지영은 일본 현지 인터뷰 자료를 통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새로운 국가건설 과정에서 한국과 일본 사이에 위치하게 된 재일한인의 민족주의 의식과 종족정체성 전략의 세대별 변화를 분석한다.
제7장에서 김현희는 2014년 한국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했을 때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에 사건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전면광고를 게시한 재미한인 여성들의 집단행동 사례를 분석한다. 이 글은 온라인상의 블로그와 커뮤니티 활동을 주요 자료로 한 민족지로, 재외한인 여성들이 모성을 매개로 한국과의 관계와 미국에서의 삶을 연결하고 한인 디아스포라와 조국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재구성해 내는 트랜스보더 시민활동을 그려낸다.
제3부 “이동과 귀환, 확장과 연대”에서는 어떤 ‘한(국)인’인지를 설명하기 위해서 더 복잡하고 더 많은 수식어가 필요한 젊은 세대의 재외한인으로, 문화적으로 낯선 귀환이주자, 다인종 디아스포라, 인종과 국가 경계가 교차된 가족 안에서 성장한 초국적 입양인의 경험과 귀속의 정치 문제를 다룬다.
제8장 송지은 레지나(Jee Eun Regina Song)의 글은 한국에서 전문직에 종사하는 1.5세대와 2세대 한국계 미국인들의 귀환이주에 대한 사례 연구이다. 한국인이면서 이방인으로 취급된다는 점에서 “양날의 검”으로 표현된 한국계 미국인들의 귀환이주 경험은 정치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논쟁적인 한국 사회의 가부장적 현실과 함께 이러한 사회구조에 도전하면서 개인의 성장을 추구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제9장 헬렌 킴(Helen Kim)의 글은 유럽에서 외국인 입국자의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이면서도 독일인임을 백인 피부와 연결 지으면서 단일인종 국가라고 내세우는 독일 사회의 다인종성에 대한 연구이다. 헬렌 킴은 한국계 다인종 독일 젊은이들이 차이 안에서 그리고 차이를 통해 디아스포라로서 동일하다는 인식을 만들어나가는 “차이의 비판적 실천(critical practice of difference)”에 주목하면서 이를 동일성과 차이가 겹쳐 나타나는 “자발적 어울림(conviviality)”의 기호로 해석한다.
제10장에서 라이언 구스타프손(Ryan S. Gustafsson)은 초국적 입양인을 이주자에서 배제하거나 예외로 분류하는 문제에 대해 세심하고 주의 깊게 분석한 후, 입양인이 저술한 글과 인터뷰를 통해 “과잉(비)가시성(hyper(in)visibility)”과 “다른 곳에(elsewhere) 있다는” 감각 경험으로 인해 다른 이주자들과는 다른 삶을 경험하게 되는 점을 제시한다.
제11장에서 구영은(Youngeun Koo)은 코펜하겐에서의 현장 연구와 한인 입양인 활동가 인터뷰를 통해 국제 입양인들 중 가장 수가 많은 덴마크 내 한국 출신 입양인의 입양비판 정치활동을 분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