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정치의 원동력, 미디어 전략의 실체를 밝히다
2022년 10월, 중국공산당 20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은 3연임을 달성하며 마오쩌둥에 버금가는 중국 최고지도자임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수많은 사회주의 국가가 패망하고 독재자들이 몰락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시진핑은 1인 지배를 흔들림 없이 유지하고 중국을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가로 만들었을까?
이 책은 시진핑과 중국공산당이 실행하는 미디어 전략이 그 원동력의 하나임을 밝혀냈다. 시진핑이 이끄는 중국공산당은 중국몽, 즉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위해 애국주의를 고취하는 데 미디어가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미디어는 당이 관리한다는 원칙하에 매일 각 언론사에 보도지침을 내려보내며 미디어가 여론 선도 기능을 하도록 통제한다. 또한 미디어 선전 전략을 활용하여 9,600만여 명의 중국공산당원과 14억 5천만 명의 중국 인민이 당의 지침을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도록 동원한다. 이러한 중국 미디어 전략은 사회 구성원을 단합시키고, 정권의 합법성을 높이며, 국가적 총동원체제를 가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언론의 자유와 감시 기능을 저해하며, 지나친 민족주의 강요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박탈하고,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자초할 수 있는 위험도 있다.
베이징 특파원 출신 중국 미디어 전문가인 저자는 오랜 현장 경험과 연구를 토대로 객관적이고 종합적인 관점에서 중국 미디어 전략을 탐구한다. 중국몽 실현을 위해 미디어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관영 매체부터 소셜미디어까지 폭넓게 살펴보고, 그 효과와 부작용을 함께 진단한다. 나아가 최고지도자의 의지가 당과 미디어, 인민을 거치며 어떻게 실현되는지, 미디어와 정치는 서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깊이 있게 통찰한다.
중국 미디어가 오늘에 이른 과정을 추적하다
중국은 북한과 더불어 언론 통제가 극심한 국가로 알려져 있다. 2022년 중국의 언론자유지수는 180개국 중 175위를 기록했으며, 중국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를 쓴 외국 언론인들을 중국 영토에서 추방한 사례도 있다. 많은 서구 언론은 이를 사회주의 체제의 한계로 지적한다. 과연 오늘날 중국의 언론 상황은 사회주의 체제에서 기인한 것일까?
이 책은 고대부터 현재까지 중국 미디어의 흐름을 조망하며 중국 미디어가 오늘에 이른 과정을 추적한다. 중국의 역대 왕조는 미디어를 통치수단으로 삼고 언론을 통제하며 피지배계층의 표현의 자유를 막았다. 국공 대립 시기에 중국 역사상 처음으로 언론자유를 법적으로 보장했지만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공산당은 1921년 창당 때부터 “미디어는 당이 직접 관리한다”는 원칙을 내세웠고 이는 오늘날까지 유지되고 있다. 특히 마오쩌둥은 “미디어는 공산당의 ‘목구멍과 혀’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문화대혁명 시기에 미디어를 계급혁명의 수단으로 철저히 이용했다. 이때 형성된 ‘미디어는 당의 선전도구’라는 인식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저자는 중국 미디어의 형성과 발전 과정뿐만 아니라 중국의 기나긴 역사 속에서 미디어의 위상과 역할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면밀하게 살펴본다. 특히 중국 미디어의 토대를 구축했다고 평가받는 마오쩌둥 시대의 미디어를 심층적으로 들여다보며 미디어가 국가 경영과 정치적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탐구한다.
뉴미디어 시대, 중국 사회의 변화상을 조명하다
뉴미디어 시대를 맞아 중국 사회도 변화하고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일반화되면서 인민의 의사표현 욕구가 날로 높아지고 법망을 우회하는 소통기술도 발달하고 있다. 한편 당국은 인터넷을 통제하고 역이용하는 미디어 전략을 계속 개발 중이다. 인터넷 검열을 합법화하는 인터넷안전법을 제정하고 인터넷정보판공실을 설치하는가 하면 인터넷 애국청년 조직 샤오펀훙도 키우고 있다.
저자는 미디어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중국 인민과 당국 간의 팽팽한 힘겨루기를 ‘시소게임’이라고 표현했다. 이러한 양상은 코로나19 시기에 극명하게 드러났다. 코로나19 초기에 당국의 언론 통제와 그에 따른 정보의 불투명성으로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퍼져 갔고,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시진핑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당국은 일시적으로 미디어 검열을 완화하고 국가총동원 체제를 가동하여 위기를 극복했다. 그리고 안정기에 접어들자 중국이 방역에 성공한 모범국가라는 미디어 선전에 열을 올렸다.
기자로서 연구자로서 오랫동안 중국 사회를 관찰하고 수많은 중국인들과 교류해 온 저자는 자신의 체험과 인터뷰, 취재 기록은 물론이고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문헌 자료를 바탕으로 오늘날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중국 뉴미디어와 중국 사회를 조명한다. 중국에 대한 책은 많지만 이 책과 같이 오늘의 중국 사회를 뉴미디어라는 프리즘을 통해 들여다본 책은 흔치 않다. 독자는 미처 몰랐던 중국, 새로운 중국을 발견하며 중국에 대한 이해와 견문을 넓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