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사교육〉이라는 콘텐츠를 본 적이 있습니다. 선생님이 만나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한다고 가르쳐 줍니다. 길을 가다 부딪히면 “미안해.”라고 말하는 것을 연습시키더군요. 이 영상을 보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웃고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아이들의 사회성에 문제가 있는 것은 확실하니까요. 자존감을 키워 준다는 이유로 자신의 의견을 존중받고 자란 아이들입니다. 그 누구보다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다 보니 자존감은 높아 보입니다. 하지만 내가 귀한 만큼 타인을 존중하는 것이 진짜 자존감입니다. 성적 경쟁이 치열한 분위기 속에서 타인은 경쟁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협력하기보다는 이겨야 하는 존재가 되었지요. 타인이 나의 자존감을 깎아내리는 존재가 되다 보니 점점 협력이 어려워집니다. 타인을 존중하고 협력하여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데 분명한 어려움이 생긴 것이지요.
수행평가 과제 하나를 하더라도 개인 과제의 질은 우수하지만 소집단 과제를 주면 갈등이 발생합니다. 프로젝트의 완성을 위해서 때로는 내 의견을 굽힐 줄 알아야 합니다. 서로 의견이 다른 아이들의 생각을 존중하고 타협해 가야 하지요.
실상은 하나의 과제를 완성해 나가는 과정에서 아이들 각자의 목소리가 너무 큽니다. 당장 ‘안녕’이나 ‘미안해’라는 말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타인과 의견을 조율해 가는 것을 어려워합니다. 〈미래의 사교육〉이라는 콘텐츠가 개그 소재로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이 책이 시작되었습니다.
MZ세대가 갖고 있는 특징이 하나 있습니다. 이름하여 ‘콜 포비아(call-phobia)’입니다. 전화와 공포증을 합한 말로 전화 통화를 기피하는 현상입니다. 전화 통화를 하는 것이 불편해서 문자나 모바일 메신저, 이메일을 선호하는 것입니다. 코로나로 비대면 문화가 일상에 자리 잡았습니다. 전화 통화를 하는 것조차 불편해합니다. 비대면으로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편하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만나서 의견을 조율해야 하는 상황은 어떨까요? 불편하고 조율이 어려울 수 밖에 없겠지요.
사고의 틀이 갖춰진 MZ세대도 그럴진대 인간관계가 서툰 우리 아이들은 오죽할까요. 코로나 이후 대면 수업에서 아이들의 갈등이 늘어난 이유입니다. 학교 폭력 상황이나 학령기 우울증, 자살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집단 활동이 늘어날수록 갈등은 증가하게 될 것입니다. 어릴 때부터 비대면에 익숙하고 조율을 경험하지 못한 아이들은 어떨까요? 협력의 필요성조차 알지 못할 것입니다. 자신의 주장은 자존감 대비 차차 거세질 것입니다. 누구 하나 타협할 줄 모르는 상황에서 어떻게 공동 프로젝트를 완성해 나갈지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이러한 흐름을 읽었을까요?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새롭게 등장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협력적 소통’ 능력입니다. 내 의견이 중요한 만큼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는 자세이지요. 타인의 말을 경청하고 관점을 존중하며 협력적으로 의사 결정을 해 나가는 능력입니다. 현 세대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미래에 필요한 능력을 키우는 데 핵심 키가 되겠지요. 이 책에 협력적 소통 능력을 키워주는 데 필요한 것들을 꼼꼼하게 담았습니다. 협력적 소통의 기본은 나 자신을 정확히 아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자신의 욕구를 알고 관리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협력적으로 소통하는 방법과 공동체와 함께 지내는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로 구성하였습니다. 나를 알고 타인과 어울려 살아가는 방법을 알아갈 때 미래에 필요한 인재가 될 것은 분명합니다. 이 책은 일화를 중심으로 하브루타 질문을 통해 핵심 생각을 아이와 나눌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이 일화들은 학교 현장에서 자주 발생하는 이야기들로 첨예한 대립이나 갈등 상황을 유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제로 이런 상황 속에 처하기 전에 이 상황을 상상하고, 대처 방법을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아이 혼자서는 어렵기에 대화를 통해 생각해 보게 합니다. 이를 통해서 아이들의 협력적 소통 능력의 필요성과 능력을 키울 것입니다.
“아이들 사회 수업을 하다 보면 흔히 ‘일베’라고 하는 사이트에서 봄 직한 표현을 쓰는 아이들이 꽤 있어요. 그 친구들이 인터넷 댓글에서나 쓰는 표현을 수업 시간에 큰 소리로 이야기합니다. 그때 대다수의 친구가 불편함을 호소합니다. 이럴 때는 그 친구를 앞으로 나오게 해서 발표 형식으로 자신의 의견을 말하게 합니다. 그러면 표현도 순화되고 다른 친구들의 의견을 통해 생각이 순화되지요. 이것이 상호 소통의 힘이라는 것을 느끼는 순간입니다.”
어느 사회 선생님의 일화입니다. 내 아이는 아니겠지 생각하기 쉽지만 인터넷에서 악성 댓글을 다는 십대들이 정말 많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해주는 분위기에서 자랍니다. 불편과 부족함을 모르고 자란 아이들은 참을성 없고 이기적인 존재로 변해갑니다. 거기에 학령기의 학업 부담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친구를 경쟁자로 대해야 하는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은 폭력적이고 충동적으로 자라납니다. 생각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쪽 편의 생각으로 균형을 잃어 가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협력적으로 소통하는 능력이 지금 당장 아이에게 필요한 이유입니다.
대인관계 기술과 문제 해결 능력을 습득하여 원만한 대인관계를 가지게 된 아이들은 자아 존중감이 형성된다. 학교에서 소속감을 느끼며 정서가 안정되어 학습 능률과 성적이 향상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Zins, J., (2004). Building Academic Success on Social and)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감정을 건설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고, 배려하고, 존중하는 대인관계를 만들어 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것이 성인기의 우울증, 폭력이나 다른 심각한 정신 건강 문제들을 예방한다. Lantieri, L. (2008). Building Emotional Intelligence. Boulder, CO: Sounds True..
- 사회성·감성 교육, 왜 필요한가? (성진아 칼럼 중에서)
미래의 인재에게 필요한 능력으로 비판적 사고력, 문제 해결 능력, 대인관계 기술, 커뮤니케이션 능력, 창의력이라고 말합니다. 학령기를 넘어서서 인생을 살아가면서 협력적 소통을 하는 미래 인재로 자라나는 과정에서 이 책이 이 모든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반드시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이 책의 활용법
2~4장까지는 실질적으로 아이들에게 필요한 소통 능력을 키우는 연습으로 구성했어요. 맨 앞부분은 부모 가이드입니다. 가이드를 읽고 지도 방향과 방법을 준비하세요. 아이와 함께 상황을 읽고 하브루타 질문으로 대화를 나누시면 됩니다. 마지막 아이들용 가이드를 읽으며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활용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