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라서 채식합니다
비건 엄마가 가장 자주 듣는 말은 “아이는 그래도 고기를 먹여야지”였다. 실제로 작가도 비건이 환경을 위한 일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바로 선택할 수 없었다.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이기 전에 아이의 영양을 살펴야 하는 엄마이기에 그렇다. 공부를 해야 했다. 비건 책을 읽었고 관련 다큐멘터리를 찾아봤다. 채소에도 식물성 단백질이 있어서 균형 잡힌 섭취가 가능했다. 또한 아이에게는 유제품 알레르기가 있어서 음식 섭취에 제한이 있었다. 여러 정보를 바탕으로 가치 있는 일이 확신으로 바뀌었다. 내 아이의 고른 영양 섭취와 내 아이가 앞으로 살게 될 지구를 위해 비건을 결심했다.
메탄가스는 온실효과의 주범이고, 점점 상승하는 기온은 폭염과 폭우, 강해진 태풍 등을 유발해 각종 재난을 만들어내고 있다. 내 식탁에 올라온 고기반찬이 어떤 재난으로 돌아올지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지금의 내 나이가 되었을 때 조금 더 안온한 삶을 살 수 있게 지금을 보살펴야 한다.
-〈과정이 사라진 육식〉 중에서
소나 돼지 같은 동물이 만들어내는 메탄가스의 양은 이미 지구가 견뎌내기에 포화 상태이다. 작가는 “수요는 공급을 만든다”라고 말한다. 많은 사람의 고기 섭취가 공장식 축산업을 활성화시키고 있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우리의 식탁에 올라온 고기반찬이 어떤 재난으로 돌아오는지는 뉴스만 봐도 알 수 있다. 미세먼지, 코로나, 산불 등 기후 위기는 우리들의 삶 앞에 예측 불가능한 위협으로 서 있다. 언제 어떤 일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세상이 된 것이다.
작가는 2050년이 되면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내 아이가 33살이 된다고 말한다. 아이가 조금 더 안온한 지구에서 살 수 있도록 지금의 어른이 조금씩 실천해야 한다. 좋은 교육은 어른이 먼저 본보기를 보이는 것에서 시작한다. 어른이 먼저 행동하자. 거기서부터 미래를 꿈꿀 수 있다.
▶ 80만 명이 열광한 간편 환경 레시피
물가 상승으로 외식비가 너무 비싸고 그렇다고 집에서 음식을 해먹기에는 재료 구입부터 요리 시간까지 귀찮아지는 요즘이다. 그런 현대인들에게 간단하면서도 가성비 좋은 그러면서도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환경 레시피는 없을까. 《내 아이를 살리는 환경 레시피》 박현진 작가가 요즘 인스타그램 릴스에 올리는 10초 레시피는 ‘간편함+가성비+환경’ 바로 이 세 가지를 모두 충족시켜준다. 그래서인지 저자가 개발하여 소개하는 레시피 〈볶음밥이 쉽고 고급스러워지는 대파오일〉 〈오이와 환상궁합 크래미 샌드위치〉 〈만들어서 바로 먹는 더 건강한 오이절임〉 〈상큼 고소 든든 병아리콩 샐러드〉 〈항산화 물질이 가득 캐슈너트 밀크〉 등은 올리자마자 사람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냈다.
“식구들과 매번 외식을 하기에는 너무 비싸고 음식을 해먹자니 재료 구입부터 너무 번거로웠어요. 특히 일을 하고 있는 주부들에게요.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한 끼 정도는 기존에 있는 재료로 가족들과 즐거운 레시피 놀이 겸 간편하게 만들어 먹었더니 아이들도 좋아하고 냉장고에 남은 음식들도 처리하는 환경적으로도 일거양득이더라고요.”
박현진 저자의 환경 레시피가 인기를 얻는 비결이다.
▶ 샤넬백 대신 에코백을 들며
사람들은 그래도 명품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의 품위 유지를 위해 정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작가는 패션 회사에 다녔으니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실제로 근무했던 패션 회사 직원들은 옷차림에 신경을 많이 썼다. 그게 업무 능력이고 트렌드를 읽는 능력인 것처럼 여겨졌다.
샤넬백을 구매 당시 가격의 반값 정도로 처분했다. 그러고 나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판매를 아쉽게 여기지 않았다. 샤넬백만이 아니었다. 패션 디자이너로 일할 때 산 옷과 가방 중 더 이상 입지 않는 옷, 들지 않는 가방을 지역 중고 앱을 통해 처분하거나, 아름다운 가게에 기증했다. 처음부터 불필요한 소비를 한 셈이다. 있어 보이고 싶었고 이 정도쯤은 살 수 있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다. 내가 갖고 싶어서가 아닌, 남이 보는 나를 위해 산 거였다.
-〈샤넬백 대신 에코백을 들며〉
작가는 신혼여행지로 파리를 골랐다. 다른 관광지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샤넬의 본고장에서 명품 백을 사기 위해서였다. 5년 동안 근무한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이유를 붙였지만 막상 구매하니 분에 넘치는 불필요한 소비에 불과했다. 때가 탈까 봐 자주 들고 다니지 못했고 집에 오면 종이를 집어넣어 모양이 망가지지 않게 했다. 작가의 말대로 “내가 갖고 싶어서가 아닌, 남이 보는 나를 위해 산” 명품 백이었던 것이다.
멋있고 화려한 삶도 있지만 진짜 내 마음이 편한 삶도 있다. 내게 불편한 요소가 하나도 없는, 환경에 미안함을 가지지 않아도 되는 삶이 그러하다. 그럴 때 오롯한 내가 보인다. 잘 어울리는 스타일이 보이고 질리지 않는 옷이 보인다. 비싼 옷을 입어서 잘 꾸미는 게 아니라 자신을 정확하게 알 때 잘 꾸밀 수 있다. 작가는 옷장의 많은 옷을 비웠지만 오히려 나만의 스타일을 정확하게 알게 됐다고 말한다.
▶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실천
작가는 “완벽한 비건 한 명보다 불완전한 비건 열 명이 환경에 더 도움이 된다”라고 말한다. 환경 운동에 있어서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조금 부족해도 된다. 다만 조금이라도 더 환경을 위해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작가는 선택에 있어서 자신만의 기준이 있다고 한다. 바로 지구에 유해한지 아닌지 그 여부를 따지는 것이다. 한 번의 고민이 건강한 지구에 힘을 보탤 수 있다. 이런 고민들이 많아진다면 그 미래는 꽤나 희망적일 것이다.
모든 서울 시민이 쓰레기를 하루 10그램만 줄여도 하루에 배출되는 쓰레기 100톤을 줄일 수 있다. 제로 웨이스트든 미니멀리스트이든 레스 웨이스트든 완전 비건이든 플렉시테리언이든 무엇으로 불리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내 행동의 결과가 탄소 발생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요즘 내가 SNS에서 자주 쓰는 태그가 있다.
‘#야너두할수있어 #레스웨이스트’
-〈미니멀리스트와 제로 웨이스트는 같은가? 반대되는가?〉 중에서
꼭 완벽하게 제로 웨이스터, 미니멀리스트, 비건일 필요는 없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애쓰고 자신이 한 만큼 변화하면 된다. 작가는 완벽한 실천을 못 한, 그래서 자책하고 있을 사람들에게 응원한다고 지지한다고 말한다. 완벽하지 않으면 레스 웨이스트, 플렉시테리언이 되면 된다. 중요한 건 완벽하고 아니고 가 아니라 실천했다는 사실에 있다. 행동을 했고 그런 고민을 했고 조금이라도 나은 선택을 했다는 게 중요하다. 그런 순간들이 모여서 조금이라도 지구가 나아질 수 있다면, 우리 아이에게 건강한 지구를 물려줄 수 있다면 작가의 말대로 “실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