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은 너희에게 기회가 될 거야!”
부모님의 한마디와 함께 시골, 대자연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게 된 카트린.
카트린의 눈앞에는 수리해야 할 오래된 집, 여기저기 널린 건축 현장, 심어야 할 나무,
만들어야 할 정원이 있다. 땅을 갈고, 가지를 치고, 몽테뉴의 집에서 꺾어 온 장미를 심고,
라블레의 집에서 가져온 무화과나무를 심는다. 변화의 물결에 휩싸인 농촌,
소란스러운 세상을 지켜보며 가족은 가꾸어야 할 꿈과 마주한다.
자연과 예술 속에서 성장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2019년 앙굴렘 국제만화축제 공식 선정작!”
온 가족의 시골 생활,
직접 만들고 가꾸며 만끽한 어린 시절 이야기
카트린은 어린 시절 부모님, 동생 파니와 함께 한적한 시골의 무너져 가는 농장으로 이사한다. 그곳에서 가족은 직접 거실과 방, 주방과 화장실을 만들고, 집 주변을 정리해 꽃과 나무를 심고 채소를 기르며 새로운 터전을 가꾼다.
카트린과 파니는 들판과 숲을 놀이터 삼아, 꽃과 곤충, 가축들을 친구 삼아 하루하루를 신나게 모험한다. 채소밭 한쪽에 작은 정원을 만들어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폐허에서 발견한 오래된 화석을 집에 만든 박물관에 전시하고, 마을 곳곳에서 어른들의 사정과 개발에 관한 어려운 이야기들을 듣기도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카트린은 작은 정원에서 세상의 소란과 동떨어져 사색하고 그림을 그리며 성장한다. 카트린에게 작은 정원은 자연 그 자체이자 세상의 전부였다. 어른이 된 카트린은 묻는다.
“30년 전에 왜 그렇게 큰 건물과 큰 정원이 있는 곳에서 살기로 했어요?”
“우리에겐 항상 자연이 필요했어. 나무 가까이에서 자랄 때 나무가 자라고 있는 것을 보지는 못하지만, 영원하다는 느낌을 받아. 나무들은 항상 그곳에 있었고, 언제까지나 있을 것 같거든.”
시골 생활을 결정하며 부모님이 카트린과 파니에게 진정으로 전해 주고 싶었던 것은 힘들 때 자연으로부터 위로받은 기억 그 자체였다. 태어나서 살아가는 모든 순간 묵묵히 서 있는 나무, 계절마다 피고 지며 생을 반복하는 꽃과 식물들은 기쁠 때나 힘들 때나 항상 우리 곁에 있다. 광활하고 위대한 자연이 우리와 같이 나이 들어가며, 우리를 지켜보는, 평범하지만 경이롭고 특별한 순간들을 이 책은 담고 있다.
자연과 문학, 자연과 예술
그리고 자연과 인간
널찍하고 탁 트인 지평선, 그곳을 온통 채운 초록빛, 꽃과 벌레로 가득한 숲속 풍경에서 우리는 편안함을 느낀다. 그뿐만 아니라 자연은 그 자체로 우리 상상력을 자극해서 역사상 수많은 작품의 배경과 모티프가 되기도 했다. 이 책에는 카트린이 자연을 통해 느끼고 배운 감정들을 담고 있는 여러 문학 작품과 명화도 등장한다. 피에르 로티, 마르셀 프루스트의 작품 속 구절들, 재치 있게 패러디한 코로, 푸생, 프라고나르, 위베르 로베르, 카스파르 프리드리히의 명화들은 우리를 웃게 하는 동시에 감탄을 자아낸다.
이 책을 펴낸 카트린 뫼리스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만화가 중 한 명이다. 그녀는 2015년 세계를 놀라게 한 샤를리 에브도 테러를 경험하고, 삶과 자연, 예술, 인간에 관해 더 깊이 고민하고 작품으로 담고 있다. 현대 문학과 디자인, 그래픽 아트 등 그녀가 공부한 모든 것으로 자연으로부터 받은 위로와 성장의 순간을 담아낸 이 책은 읽는 이에게 자연에 대한 동경과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동시에 숨겨진 여러 작품을 알아보는 재미와 예술적, 문학적 깊이를 전하며, 자연과 문학, 자연과 예술, 자연과 인간은 어떤 관계인지 생각해 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