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 ◈
◆ 가치(Value): 우리가 디자인하는 사물과 시스템에서 우리는 어떤 가치를 표현하고 재생산하는가?
◆ 실천(Practice): 누가 디자인을 하는가? 우리는 커뮤니티가 디자인 프로세스와 실천 행동을 제어하도록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 내러티브(Narrative): 사물이 디자인된 방식에 관해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하는가? 디자인 과제의 범위는 어떻게 정하며, 디자인 문제를 어떻게 구성하는가?
◆ 현장(Site): 우리는 어디에서 디자인을 하는가? 디자인 프로세스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사람들이 디자인 현장에 접근할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떤 디자인 현장이 특권을 가지며 어떤 현장이 무시되거나 소외되는가?
◆ 교육학(Pedagogy): 우리는 디자인 정의를 어떻게 가르치고 배워야 할까?
◈ 이 책의 구성 ◈
1장은 ‘우리가 디자인하는 사물과 시스템에서 우리는 어떤 가치를 표현하고 재생산하는가?’라는 주제를 다룬다. 현재 백인 우월주의적 이성애 가부장제, 자본주의, 능력주의, 정착민 식민주의의 가치는 우리가 디자인하는 대상, 프로세스, 시스템의 어포던스와 디스어포던스 측면에서 너무나도 자주 재생산된다. 1장은 페이스북을 사용해 트랜스, 퀴어, 이민자 연대 시위를 조직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리고 다음 섹션에서 밸류센서티브 디자인(value-sensitive design, 가치 우선주의 디자인),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 보편적 디자인), 인클루시브 디자인(inclusive design, 장애인ㆍ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포용적 디자인) 같은 접근 방식에 대해 논의한다. 이 장에서는 디자인 정의 관점으로 차등적 인지 부하(differential cognitive load), 교차 계측(intersectional instrumentation), 벤치마킹(benchmarking), A/B 테스트 같은 다양한 디자인 개념들과 도구들을 분석한다. 그리고 ‘지배의 매트릭스로부터의 해방’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2장은 ‘누가 디자인을 하는가? 우리는 커뮤니티가 디자인 프로세스와 실천 행동을 제어하도록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라는 주제에 초점을 맞춘다. 이 장은 ‘우리 없이 우리 이야기를 논하지 말라(nothing about us without us)’라는 슬로건을 널리 알린 장애 정의 운동을 토대로 한다. 그리고 미국 전역의 사회 정의 실무자들을 위한 기술 운동과 관련된 #MoreThanCode를 소개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특히, 기술 디자인 프로세스에서 커뮤니티 책무를 창출하는 방법에 대한 실무자들의 제안을 담았다.
3장에서는 ‘디지털 기술의 디자인에 대해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하는가?’를 묻는다. 요점은 귀속성(attribution)과 관심(attention)이 디자인 프로세스의 중요한 이점(benefits)이며, 이는 보다 공평하게 분배돼야 한다는 점이다. 이 장에서는 궁극적으로 디자인 범주 정의 방식을 결핍에서 자산 기반 접근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디자인 프로세스에서 ‘아이디어 수집’, ‘솔루션 테스트’ 단계뿐 아니라 범위 지정, ‘문제 정의’ 단계에서 커뮤니티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4장에서는 ‘우리는 어디에서 디자인을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고민한다. 물론, 디자인은 하위집단의 디자인 현장과 주변부 커뮤니티를 포함해 모든 곳에서 발생한다. 그러나 특정 현장은 디자인 실천 관점에서 이상적인 장소로 평가된다. 이 장의 앞부분에선 핵랩(hacklabs), 메이커스페이스(makerspaces), 팹랩(falabs), 해커톤(hackathons) 같은 디자인 현장에 관한 문헌들을 살펴본다. 핵랩 참가자의 다양화 외에도 디자인 정의를 위해선 이런 현장들을 사회 운동 네트워크에 의도적으로 연결하는 더 넓은 의미의 문화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결론짓는다.
5장은 디자인 정의의 비판적 교육학(critical pedagogy)에 대해 폭넓게 성찰한다. ‘우리는 디자인 정의를 어떻게 가르치고 배워야 할까?’에 관해 질문한다. 협력적 디자인 스튜디오 사례 연구에서 얻은 것을 종합하고, 10가지 디자인 정의 네트워크 원칙의 틀 안에서 각 사례를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윌리엄 뒤부아(W. E. B. DuBois)와 부커 워싱턴(Booker T. Washington)이 교육의 본질을 주제로 벌인 유명한 논쟁에 대한 성찰로 마무리된다.
◈ 옮긴이의 말 ◈
최근 기업의 ESG 경영, 지속 가능한 사회적 가치가 주목을 받으면서 디자인 업계에서도 환경, 유니버설 디자인, 다양성, 디자인 윤리 등 다양한 가치에 관한 관심이 늘고 있다. 더불어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전환(DX, Digital Transformation)이 가속화되면서, 디지털 시스템ㆍ인프라ㆍ미디어의 영향력과 적용 범주는 강력해지고 넓어졌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다채로운 디지털 혁신을 시도하는 가운데, 저자는 디자이너들이 사회적 관점에서 정작 중요한 문제와 가치를 간과하지 않도록, 유연한 관점과 사고를 갖도록 환기시킨다.
사샤 코스탄자 척은 소외된 계층을 돕고 사회적 평등을 구현하기 위한 활동을 오랫동안 해온 디자인 운동가다. 그녀에게 ‘디자인 정의’란 기존 사회 권력의 구조를 공고히 하고 심지어 지배의 매트릭스를 재생산하는 디자인을 비판하며, 공정하면서도 포용적인 디자인을 모색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그녀는 디자이너가 그동안 해오던 노력들이 기존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을 재생산하고 심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디자이너가 어떤 시각과 태도로 디자인 작업을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함을 강조한다. 디자인의 방향에 따라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은 심화될 수도, 해소될 수도 있음을 믿고 디자인 윤리와 디자인 정의에 대해 다시 고민하는 시간을 갖도록 권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세상을 향한 포용과 다양성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고, 우리의 선택이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권리와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깨닫길 바란다. 코스탄자 척은 MIT에서 디자인 정의를 강의하면서 학생들로 하여금 디자이너들에 의해 간과되곤 하는 사회의 지배 권력 구조와 그 구조적 문제에 대해 고민해보도록 했다. 그녀의 공동체,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참여 행동 연구(PAR, Participatory Action Research)와 협력적 디자인(Co-design)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길 바란다.
미국 사회는 백인, 유색인, 원주민, LGBQT 등 다양한 구성원으로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으로 백인과 유럽 식민지 개척자 중심의 사회체제로 구성돼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모든 시민은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하며, 사회를 다원적으로 해석하고 함께 공동체 발전을 이뤄내야 한다. 저자는 퀴어로서 본인이 겪은 차별과 다양한 연구자 또는 단체들과 진행해온 미디어 정의 활동들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며 풀어낸다. 틀에 갇히지 않은 많은 연구자의 신선하면서도 선한 제안들을 살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