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채로운 짝짓기 전략을 보여 주는 《곤충의 짝짓기》
작디작은 곤충이 어떻게 넓디넓은 자연 속에서 자기와 같은 종을 알아보고 찾아올까요? 늘 위협이 도사리는 자연에서 어떤 방법으로 자기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무사히 넘길까요? 작디작은 곤충이 번식을 위해 펼치는 짝짓기 전략은 정말 놀랍고 다채롭습니다.
《곤충의 짝짓기》는 크게 시각적으로 첫눈에 반하는 곤충, 후각적으로 향기에 반하는 곤충, 청각적으로 소리에 반하는 곤충, 맘에 드는 짝에게 혼수품을 건네는 곤충, 밥상인 먹이식물에서 짝짓기하는 곤충, 오랜 시간 짝짓기를 하며 번식률을 높이는 곤충으로 갈래를 나누었습니다.
영특한 긴꼬리 수컷은 노랫소리를 크게 증폭시키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합니다. 넓은 잎사귀 한가운데를 씹어 구멍을 만든 뒤 그 구멍 속에 머리만 내밀고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겹쳐진 잎사귀들 틈에서 날개를 비벼 노래를 부르기도 합니다.
긴꼬리의 노랫소리는 온도에 영향을 받는데, 그럼에도 기본적인 박자와 음정은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그래서 암컷들은 어떤 변수가 생긴다 해도 같은 종인 예비 신랑이 내는 특유의 노랫소리를 알아차리고 반응합니다.
_p.300 〈밤낮으로 노래하는 긴꼬리〉에서
수컷 한 마리가 먹잇감을 사냥해 주둥이로 콕콕 찔러 죽인 뒤 다리로 꼭 잡습니다. 그리고 날개를 흔들며 ‘여기 멋진 선물 있어, 나랑 결혼해 줄래?’ 먹잇감을 자랑하며 춤을 춥니다. 그 장면을 본 암컷은 수컷의 선물을 보고 홀딱 반해 선물을 덥석 받아 여섯 다리로 껴안습니다. 이때를 기다린 수컷은 순식간에 암컷의 등에 올라타 생식기를 암컷의 배 꽁무니에 집어넣습니다. 모든 일정은 속전속결로 진행됩니다.
_p.396 〈선물 끌어안고 짝짓기하는 춤파리〉에서
■ 4억 년 동안 대를 이어 온 곤충의 지혜를 보여 주는 《곤충의 짝짓기》
지구 생명체들의 번식 전략은 가장 단순한 방법에서 가장 복잡한 방법으로 다채롭게 발전해 왔습니다. 몸을 딱 반으로 나누어 자기 유전자와 똑같은 복제품을 만들어 내는 ‘무성 생식’에서 암컷과 수컷이 유전자를 교환하는 ‘유성 생식’으로 진화해 왔습니다. 약 4억 년 전 지구에 나타난 곤충도 지금까지 살아남으면서 번식 전략이 나날이 발전했습니다. 생식 기능이 분화하여 암수딴몸으로 진화한 것입니다. 곤충도 암컷과 수컷의 짝짓기를 통해 유전자 다양성을 높입니다.
곤충은 ‘모계 사회’에 가깝기 때문에 주로 암컷이 짝을 선택합니다. 암컷은 성페로몬을 풍겨 수컷을 부르고, 수컷은 암컷에게 선택받기 위해 저마다 다양한 구애 행동을 합니다. 암컷은 그런 수컷을 자기만의 심사 기준으로 평가합니다. 곤충은 어른벌레로 살아가는 시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그 짧은 시간 동안 짝짓기하고 알을 낳으려면 지혜로운 짝짓기 전략이 필요합니다. 저마다 자기만의 방법으로 짝을 찾고 구애 행동을 하는 곤충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았습니다.
모시나비 수컷은 십자군 전쟁 시절도 아닌데, 왜 정조대를 채울까요? 수컷이 수태낭을 암컷의 배 꽁무니에 붙이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자신의 유전자를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자신과 짝짓기한 암컷이 다른 수컷과 또 짝짓기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지요. (중략) 이런 수컷의 행동을 전문 용어로 ‘정자 경쟁’이라고 합니다.
_p.101 〈독점욕 강한 수컷 모시나비〉에서
쇠측범잠자리 수컷은 자기 유전자가 맨 먼저 선택되길 바라는 마음이 병적일 만큼 커서 암컷을 붙잡고 다닙니다.
심지어 어떤 잠자리 수컷은 이미 결혼한 경험이 있는 기혼 암컷과 짝짓기를 할 때 생식기 끝에 있는 돌기로 암컷 수정낭 속에 들어 있는 다른 수컷의 정자를 긁어내기도 합니다. 또 어떤 경우에는 먼저 짝짓기한 수컷의 정자를 수정낭 구석으로 밀친 뒤에 자기 정자를 넣기도 합니다. 이처럼 수컷들끼리 자기 정자를 수정시키기 위해 벌이는 경쟁을 ‘정자 경쟁’이라고 합니다.
_p.679 〈집요하게 암컷을 보호하는 수컷 쇠측범잠자리〉에서
■ 생생한 사진과 세밀화가 어우러져 볼거리가 풍성한 《곤충의 짝짓기》
곤충은 참 작습니다. 《곤충의 짝짓기》에서는 저자 정부희가 관찰하고 기록한 생생한 사진을 통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곤충의 번식 전략을 돋보기로 들여다보듯이 자세하게 보여 줍니다. 여기에 보리 세밀화를 넣어서 비슷한 종끼리 톺아볼 수 있게 하였고, 따뜻함까지 더했습니다. 생생한 사진과 세밀화를 보면서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대를 이어 가는 곤충 이야기에 한번 푹 빠져 보세요.
_p.98~100 모시나비 짝짓기 모습과 암컷의 수태낭
_p.730~731 세밀화로 보는 곤충 ‘풍뎅이 무리’
■ 곤충을 사랑하는 정부희 선생님의 따뜻한 시선이 가득한 《곤충의 짝짓기》
우리가 무서워하고, 관심 없고, 쓸모없다고 여기는 곤충은 과연 그런 대접을 받아야 할까요? 곤충은 사람들이 어찌 여기건 상관없이 스스로 삶을 이어가기 위해 애씁니다. 곤충, 그리고 수많은 식물과 생명들이 어우러져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문제없이 돌아갑니다.
정부희 선생님은 늦깎이로 ‘곤충’을 공부하기 시작해 20년 넘게 사랑 가득한 시선으로 이들을 연구하고 기록해 오고 있습니다. 《곤충의 짝짓기》에도 정부희 선생님의 곤충에 대한 사랑과 따뜻한 시선이 가득합니다. 정부희 선생님은 곤충의 삶을 애정 어린 글로 보여 줄 뿐만 아니라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생생한 사진으로 시각화해서 보여 줍니다. 거기에 보리출판사가 지금까지 개발해 온 따뜻한 세밀화를 더해 미시 세계인 곤충 세계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도록 도왔습니다.
‘정부희 곤충기’는 10권 기획물로, 앞으로도 계속 나옵니다.
정부희 곤충기1
곤충의 밥상
먹이 그물로 얽힌 곤충의 세계
식물의 꽃과 잎, 버섯, 시체, 똥 같은
‘먹이(食)’와 관련한 곤충 이야기를 담았다.
정부희 곤충기2
곤충의 보금자리
곤충이 살아가는 다양한 삶터
물속, 물낯, 땅, 모래, 흙 같은
‘삶터(住)’와 관련한 곤충 이야기를 담았다.
정부희 곤충기3
곤충의 살아남기
스스로 몸을 지키는 곤충의 능력
보호색, 경고색 같은 ‘옷(衣)’과 독 같은 ‘무기’로
제 몸을 지키는 곤충의 방어 전략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정부희 곤충기4
곤충과 들꽃
생존을 위한 곤충과 식물의 공진화
꽃을 피우고, 꽃밥을 먹으며 ‘따로 또 같이’ 살아가는
식물과 곤충의 공진화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