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게도 영혼이 있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공기처럼 익숙한 나무를 살아 있는 존재로 보게 되는 특별한 동화
이 작품에는 네 개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바이올린 신동 소리를 듣고 자랐지만 콩쿠르에서 수상하지 못해 슬럼프에 빠진 예준이, 엄마와 아빠 그리고 친구들에게 모두 버림받았다고 느끼는 서윤이, 손주를 보느라 자신의 삶이 사라진 김붙들이 할머니, 마지막으로 이들을 모두 보듬어 준 느티나무의 이야기. 한 아파트 단지 안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하나로 엮어 준 건 어느 날 관리사무소에서 올린 공고문이었다.
부족한 주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지 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나무들을 베어 주차 공간을 늘리자는 의견이 있고, 이에 대한 주민의 찬반 의견을 받겠다는 것이다. 퇴근하고 오면 항상 주차할 곳이 없어 단지 내 주차장을 몇 번씩 돌아 본 적 있는 어른들이라면 아마 찬성 의견이 절대적으로 많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의 편의를 위해 나무는, 자연은 쉽게 희생되어도 되는 것일까? 《느티나무에 부는 바람》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그린 작품이다. 정답이라기보다, 나무의 입장과 나무를 지켜야 할 이유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지 않은 이들에게 ‘이러한 가치가 있다’는 걸 알려 주는 이야기이다.
세 주인공을 중심으로 느티나무를 지키는 데 앞장선 이들과 동대표 아저씨를 비롯하여 주차장을 늘리는 데 동의하는 주민들의 대립 관계는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주인공들의 이야기 못지않게 주차장을 늘리고 싶은 주민들의 모습 또한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들의 모습이며,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과연 어떤 의견이 선택될까?
‘느티나무냐 주차장이냐’의 문제는 아파트 주민들의 관심과 열기에 힘입어 아이들의 교실에서도 토론의 주제가 되었다. 부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아이들인 만큼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주차장 확장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우세했으나 예준이가 먼저 반대 의견을 제시하지 서윤이도 용기 내어 느티나무를 지켜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예준이는 나무의 가치를 모두가 좋아하는 ‘돈’으로 환산한 자료를 발표해 설득력을 높였다.
하지만 《느티나무에 부는 바람》이 좀 더 특별한 부분은 마지막 ‘초대장’ 부분에 있다. 느티나무 관점에서 독백하듯 서술한 부분으로, 작가의 나무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오롯이 드러나는 지점이다. 느티나무를, 자연을 두고 우리 인간이 지키자 혹은 개발하자 아무리 얘기해도 그건 인간의 입장이지 자연의 입장은 아닌 것이다. 느티나무 역시 인간과 함께 지구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왔으며 자신의 생존을 지킬 엄연한 권리가 있는 존재라는 점을 작가는 작품 전체에 풀어 놓고 ‘초대장’ 부분에서 느티나무의 목소리로 더 확실하게 보여 주고 있다.
《느티나무에 부는 바람》은 나무가 주는 위로와 공감, 등장인물들의 유머와 재치가 어우러진 따뜻한 이야기를 통해 나무와 자연에 대한 다른 차원의 이해를 보여 주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