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이야기가 가득한 자연으로 걸음을 옮겨
수백 년, 수천 년의 시간을 견딘 공간 언저리에서 위안을 찾다.
하루하루 조금 더 편리하게 살려는 욕망이 가득한 오늘날, 오히려 그 욕망이 만들어낸 부산물 때문에 일상이 불편하다. 부귀와 명예를 차지하려는 경쟁이 우리를 옭아매는 듯하다. 사람끼리 서로 부대껴야 영위할 수 있는 것이 일상인데도 살아있으려거든 사람을 멀리하라고 재촉하는 듯하다. 하지만 사람이기에 사람에게서 오롯이 멀어지기 마냥 쉽지 않다. 조금은 불안하기도 하다. 저자는 궁여지책으로 사람 이야기가 가득한 자연으로 걸음을 옮긴다.
저자는 지친 마음과 몸을 다스리고자 낙동강을 따라 걷기 시작하였다. 낙동강과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130개에 이르는 지천을 따라 수천 킬로미터를 몇 번이고 걸었다. 걷다가 지칠 때쯤이면 어김없이 정자가 나타난다. 《흐르는 강물 따라 걷다 듣다 느끼다》에는 그렇게 만난 낙동강, 황강, 남강 따라 자리한 정자 열 곳의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가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온몸으로 느끼고 온 정자의 오늘날 모습과 정자를 지은 사람, 그 정자를 이제까지 지켜온 후손들, 지금 그곳을 지키며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오랜 세월 동안 사람 살아가는 모습이 변하고, 길이 끊기고, 물길도 달라졌다. 시대가 다르고 사람들이 천착했던 구체적인 문제는 다를지언정 삶의 지난한 모습은 다르지 않다. 흐르는 강물을 보며, 불어오는 강바람을 맞으며 정자를 거쳐 간 사람들의 삶에 비추어 나는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나의 삶을 돌아보며 나를 찾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자연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인간을 탐색하는 깊이 있는 인문기행서
낙동강 기슭에 건물 한 채 짓고 다섯 형제가 함께 의좋게 지낸 욱재 민구령, 학문 닦기는 한결같아야 함을 강조한 광심 송지일, 벼슬길 출세보다 제자 가르침을 즐기며 흥학교민의 기치를 걸고 학문과 교육을 권장한 한강 정구 등 선인들이 정자에 깃들어 살며 남긴 시 한 구절을 읊다 보면 그들의 삶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하다. 저자는 이들의 글을 이해하기 좋도록 아름다운 우리말로 풀어 적었다. 원문을 함께 실어 궁금하다면 확인할 수 있다.
담장이 없어 맑은 강물이 조화를 부린 아름다운 풍경을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오의정, 조선 선비들의 학문하는 자세와 군자의 길을 떠올려 보는 공간 군자정, 일생 서로 의지하고 격려하며 우정과 학문을 나누는 지음의 행복을 생각하게 하는 황강정 등 정자와 일대 아름다운 풍광을 사진으로 담아 읽는 즐거움을 더했다. 책장을 넘기는 것만으로도 직접 그곳에 발걸음 한 것 같은 경험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이 땅 곳곳에 깃든 선조들 자취를 더듬어 가는 저자의 발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그들 삶이 우리 삶에 한 올 한 올 엮이며 아롱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