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는 아동의 언어다
놀이는 아이들이 자신을 표현하는 언어이다. 아동은 놀이를 통해 자신의 모든 행동이 완전하게 받아들여지고 존중받으며, 교육이나 훈련이 아닌 온전히 무언가를 즐기는 시간을 갖는다. 사실 이는 모든 아이가 누려야 하는 권리이다. 전문가들은 놀이는 어떠한 형태이든 아동의 인지·정서·사회성 발달을 촉진하고, 치유적이며, 강력한 힘을 지닌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놀이는 아이와의 대화를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 놀이치료 대상은 최근 청소년과 성인으로도 확장되는 추세이지만, 대부분은 2~12세의 아동이다. 어린아이들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언어로 이야기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놀이 과정에 표현되는 아동의 심리를 이해하는 일은 아동의 심리사회적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동은 장난감, 미술 재료, 이야기 만들기 등 놀이치료에서 활용하는 놀잇감으로 상담자와 의사소통을 한다. 또한 이 놀이 과정에서 자기 생각을 이해받거나, 불안, 긴장, 적대감 등의 감정을 적절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등 다양한 사회적 관계 맺기 기술을 배운다. 나아가 자기 행동을 인지하고, 대안을 탐색하며, 결과를 책임지는 법까지 깨우쳐 간다. 놀이는 아이와 소통하는 방법인 동시에 심리적 어려움을 치료하는 과정인 것이다. 놀이의 방법과 효과를 연구함으로써 아동과 효과적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아동이 겪게 되는 삶의 다양한 어려움들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치료·상담 현장에서
활용되는 다양한 놀이치료 접근들
그동안 놀이치료 서적 대부분이 외국의 번역서인 경우가 많아 우리 문화에 그대로 적용해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었다. 이 책은 우리나라 상담 현장에서 많이 쓰이는 놀이치료를 중심으로 구성하였고, 심리학의 역사와 맥을 같이하며 발달해온 다양한 놀이치료의 이론들을 가능한 한 발달되어 온 순서로 제시하여 학습자들이 좀더 효과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했다.
아동의 놀이치료에는 다양한 치료접근이 필요하다. 많은 아동이 한 가지 장애만 있는 것으로 진단받기보다는 여러 심리적 문제가 공존하는 것으로 진단받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주의력 문제를 가진 아동은 불안 문제도 있을 가능성이 높다. 놀이치료사는 많은 사례를 만나면서 다른 치료접근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며, 상황에 따라 하나의 이론적 접근만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이론적 접근을 유연하게 취해야 한다. 교육과 치료 현장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기획된 이 책에서는 다양한 이론적 접근을 빠짐없이 다루고자 했으며, 상담기법이나 태도, 윤리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훈련할 수 있도록 총괄적으로 세부 내용을 구성하였다. 총 15장으로 되어 있어 한 학기 강의에 적합한 본서는 이론적 개념부터 실제적 적용까지 놀이치료에 대한 체계적 접근이 가능한 종합 입문서로 기능할 것이다.
1장은 놀이치료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개괄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놀이치료의 정의와 치료적 가치, 놀이치료사의 자격, 놀이치료에 적합한 아동, 놀이치료의 효과와 접근 방식, 지금까지 개발된 놀이치료까지 놀이치료의 개념과 역사를 알기 쉽게 서술한다.
2장에서는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에 기반하여 등장한 ‘정신분석적 놀이치료’의 역사와 이론적 배경, 특징을 소개하고 치료 과정과 효과에 대해 설명한다.
3장은 칼 로저스의 인간중심치료의 이론을 바탕으로 하여 아동의 성장 가능성과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잠재적 능력을 신뢰하는 ‘아동중심 놀이치료’에 대해 다룬다.
4장은 인지행동치료를 놀이치료 체계 안에서 아동에 적용한 ‘인지행동 놀이치료’에 대해 다룬다.
5장에서는 게슈탈트 심리학의 관점을 바탕으로 하여 다른 치료법과 구분되는 독특한 특징을 지니는 ‘게슈탈트 놀이치료’를 소개하고 있다.
6장은 아동에게 치유와 성장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요인을 고려하여 구성해야 하는 놀이치료실의 요건과 주의사항, 아동에게 표현을 위한 어휘가 되어주는 놀잇감의 조건과 범주, 기능까지 ‘놀이치료실과 놀잇감’에 대해 상세하게 다룬다.
7장에서는 아동과 긍정적인 치료적 관계를 바탕으로 효과적인 놀이치료를 실시하기 위해 놀이치료사가 갖추어야 할 자질을 설명하고, 놀이치료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수요가 증가하면서 강조되고 있는 놀이치료사의 윤리적 책임에 대해서 논한다.
8장은 놀이치료사의 대표적인 언어표현 기술인 비언어적 행동 반영하기, 내용 반영하기, 감정 반영하기와 제한설정하기에 대해 설명하고, 각 기술을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안내하고 있다.
9장에서는 초기면접부터 심리 평가, 여기서 수집된 정보를 종합하여 주호소 문제의 원인과 치료 방법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사례개념화를 다룬 후, 놀이치료의 과정을 개괄한다. 초기면접지 양식을 부록으로 담아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
10장에서는 현실적이고 목표지향적인 놀이를 추구하게 되는 학령기 초기 이후의 아동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놀잇감 중 하나인 게임을 통한 놀이치료에 대해 다루고 있다.
11장에서는 모래놀이치료의 역사부터 이론적 배경, 모래놀이치료가 기반으로 하는 분석심리학의 개념과 모래상자를 해석하기 위한 다양한 분석 요소 등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12장은 아기가 생애 초기 단계에서 부모와 형성해야 했던 애착, 건강한 자아, 심리사회적 건강성 등 관계에 기초한 발달과업들을 치료자-아동 관계에서 재구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발달놀이치료’의 개념과 방법, 단계에 관해 안내하고 있다.
13장에서는 미국에서 개발된 ‘치료놀이’의 특징과 절차, 가능성을 소개하고, 치료놀이를 뒷받침하는 이론과 치료 원리에 대해서 다룬다.
14장은 예방적인 접근법으로도 유용한 ‘부모자녀 놀이치료’의 필요성과 의의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또한 2장에서 다뤘던 아동중심 놀이치료를 부모가 자녀에게 실시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법과 절차를 소개하고 있다.
끝으로 15장에서는 아동의 변화를 촉진할 수 있는 치료적 동맹의 주체인 부모와의 소통, ‘부모상담’을 다룬다. ‘부모상담’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부모상담의 과정과 다양한 기법들을 소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