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 들어왔다 뛰쳐나가는 치유의 공간, 히끄네 집
히끄와 아부지, 마음 기댈 곳 없던 두 생명은 참 많이 닮았다. 길에서 만난 둘은 팍팍한 세상에서 지금까지 잘 버텨왔다고, 이제는 함께 행복하자고 서로를 다독인다. ‘고양이 무식자’였던 필자가 온전히 제 손길이 필요한 생명을 돌보며 고양이에 대해 배워가고, 길고양이 급식소를 열어 동네 고양이들을 먹이게 되는 변화는 뭉클하기까지 하다.
고양이 한 마리가 가져다준 변화는 더 큰 사랑이 되어 뻗어나갔다. 큰 병을 얻어 기다시피 히끄네 집을 찾은 유기견도, 배고파 마당을 기웃거리던 길고양이도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곳, 히끄네 집은 그런 곳이다. 이곳에서 치유되어 돌아가는 건 길 위의 동물들뿐만이 아니다. 아부지의 기발한 태그 드립과 히끄의 익살스러운 몸짓에 웃다 보면, 독자들도 어느덧 치유되는 평안을 맛보게 될 것이다.
인스타그램을 평정한 ‘우주 대스타’ 히끄의 무한한 매력
귀여운 고양이 사진은 인스타그램에 차고 넘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히끄가 20만 명이 넘는 세계 애묘인에게 사랑받는 건, 한때 길에서 힘든 시기를 버텨온 고양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든 ‘똥꼬발랄함’ 덕분이다. 가자미눈을 뜨고 앞발로 간식을 낚아채 입에 홀랑 넣고도 시치미 뚝 떼고, 기분이 좋으면 강아지처럼 꼬리를 붕붕 흔들며, 딸에게 결혼을 닦달하러 들이닥친 필자의 부모님 마음마저 애교로 녹여버린 히끄. 동글동글 사랑스러운 몸매의 이 고양이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필자가 매일 찍는 사진에 자연스럽게 담긴 제주도 시골마을의 소박한 풍경도 또 다른 볼거리다. 담쟁이덩굴이 담장을 뒤덮은 마당에서 마음껏 뒹굴고, 고구마 밭에서 흙장난을 하다 잡혀 와서 ‘냥빨(고양이 목욕)’을 당하는 히끄의 모습은 웃음을 머금게 한다. 인스타그램으로만 접했던 히끄의 사랑스러운 모습은 물론, 숨겨진 ‘회끄 시절’까지 양장본에 오롯이 담아 애묘인을 위한 애장도서로 추천할 만하다. 제주 유기동물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필자의 뜻에 따라《히끄네 집》의 인세 일부는 (사)제주동물친구들에 기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