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걸어온 발자국, 걸어갈 미래이자,
인간 그 자체이기도 한 언어에 관하여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 답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 책은 ‘언어’라고 답합니다. 인간에게 말과 글이 없으면 어떨까요? 우리의 삶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친근한 언어를 구석구석 다양한 방향으로 살펴보며 문학성과 지적인 호기심을 모두 충족시켜주는 그림책입니다. 먼저 최초의 언어는 어떤 모습으로 시작되었는지 언어의 역사를 보여주고, 어디에나 존재하는 언어의 성격과, 보고 듣고 수어로 표현하는 다양한 언어의 형태가 등장합니다.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 언어에 담긴 온도 등 ‘언어’에 대한 다양한 사실들을 깊이 있게 다루면서 적절한 비유를 통해 어린이 독자가 이해하기 쉬운 글로 표현하였습니다.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언어란 무엇인지’, ‘우리가 어떻게 언어를 가꾸어야 하는지’ 언어에 대해, 언어 습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읽어도 좋습니다.
인류에 대한 아름다운 비유가 담긴
섬세하면서도 강렬한 그림의 향연!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은 강렬하고 독특한 표지에서부터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인간의 신체 부분을 클로즈업하여 네 컷으로 나눈 그림이, 보는 사람의 호기심을 이끌어내지요. 더불어 강렬한 표지는 ‘언어’와 ‘인간’에 대한 비유이기도 합니다. 인간은 머리에서 언어로 생각하고, 눈을 통해 언어를 읽고 씁니다. 그리고 입을 통해 말을 하고, 손과 몸으로 언어를 표현합니다. 그래서 읽기 전, 표지와 제목만을 눈여겨보아도 반짝이는 힌트를 갖고 출발점에 설 수 있습니다.
이처럼 그림 작가 안나 포를라티는 언어라는 광범위하고 추상적일 수 있는 소재를 아름다운 비유를 통해 어린이 독자는 읽기 편하도록, 그림책을 좋아하는 성인 독자는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도록 구현해냈습니다.
사원을 감싸 안은 거대한 나무, 그와 대비되는 작은 인간의 모습을 담은 그림과 갓난아기부터 백발의 노인까지 한 사람의 인생과 함께하는 언어의 궤도를 담은 그림 등 한 장 한 장의 감각적이고 풍부한 그림을 살피며 그림책이 주는 매력을 따라가 보세요.
또한, 세계의 언어 그림 속에 한글 자음과 모음도 곳곳에 그려져 있습니다. 그림 속에서 반가운 자음과 모음, 한글을 찾아보는 재미까지 선사하는 책입니다.
유네스코 2022~2032 세계 토착어 10년 선정작
2023년 기준으로 세계에는 약 7,168개의 언어가 존재합니다. 그중 사용자가 적은 토착어는 쏜살같이 사라지고 있어, 유네스코는 언어의 가치에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고자 2022년부터 2032년을 ‘세계 토착어 10년’으로 선포하였습니다. 이 책의 원서 『What Makes Us Human』은 유네스코 세계 토착어 10년 선정작으로 신뢰성과 문학성을 확보하였습니다.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나오는 작가 빅터 D.O. 산토스가 전하는 글에는 사라져 가는 토착어에 대한 안타까움과 세계 모든 언어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습니다. 모든 언어와 문화는 크기와 상관없이 하나하나가 다 소중합니다. 작가는 세계의 모든 언어와 문화가 수놓은 아름다운 자수에 아주 작게나마 이바지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습니다. 인류에 대한 아름다운 비유가 가득한 이 책을 통해 언어의 의미를, 언어에 담긴 인간의 마음을 잠시나마 애틋하게 바라보게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옮긴이의 말]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요? 이 책은 그런 질문을 던집니다. 무슨 그림책이 이렇게 거창하게 시작하느냐고요? 그림책이 다루지 못할 주제는 없고, 답하지 못할 질문도 없다는 것을 모르시는군요! 어린이들도 얼마든지 인간과 세계의 근원과 현상에 대해 궁금해하며 나름대로 해답을 찾아 나갑니다. 어른은 그 길을 함께 가면서 함께 배워야 하고요.
이 책은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으로 ‘언어’를 내놓습니다. 너무나 추상적이고 광범위해 대체 어떻게 설명할까 궁금했는데, 세상에! 이렇게 근사하게 꽉 찬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석기시대부터 현대의 언어까지, 세상 한구석의 작은 언어도 빼놓지 않고, ‘언어’를 이야기합니다. 이야기. 그래요, 이 책은 그림 하나하나마다 언어에 관한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그러니 매번 멈춰 서서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눈과 귀를 뗄 수 없습니다. ‘인간답다’라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지요.
책 끝에 있는 작가의 말에는 사라져 가는 토착어에 대한 근심이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고유한 방식으로 고유한 문화와 철학을 꽃피게 하는 것이 토착어라면, 인간은 모두 자기만의 ‘토착어’를 쓰는 셈입니다. 나는 다른 언어를 그대로 흉내 내지 않고 ‘나만의 토착어’를 가꾸고 있는가, 그래서 인간답고 나답게 이 세상에 존재하는가. 이 책을 읽고 난 뒤 떠오르는 질문입니다. 모두 함께 그 해답을 찾는 길에 나서서 ‘세상 모든 언어, 문화가 수놓은 아름다운 자수’의 한 부분을 이루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