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판 우물 하나가
100가지 문제를 해결한다
n잡은 n개의 노동과 n개의 일, n개의 수당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어설픈 n잡은 n개의 스트레스만 유발한다. n잡을 하나로 관통시킬 굵직한 핵심 역량을 찾지 못하면 반쪽자리 n잡러의 비애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도 보면 흔히 말하는 잡부, 철거 인력이 가장 바쁘고 정신없다. 일은 가장 힘들게 하는데 가장 낮은 일당을 받는다. 역량은 일의 고됨으로 평가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일의 개수보다 중요한 게 ‘상품화할 수 있는 본인의 능력’이다. 주변의 고소득자를 보면 대부분 탁월한 자기 상품 능력을 가지고 있다. 소위 말하는 의사, 판사, 변호사 등 고학력 직군뿐만 아니라 미용업, 요식업, 교육업 등 모든 영역에 고소득자는 존재한다.
월 1,000만 원 이상 고소득을 안겨주는 한 개의 직업과 월 100만 원 미만의 저소득 n개 직업 중 하나를 택하라면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사람들이 돈 버는 방법을 몰라서 헤매는 게 아니다. 문제집을 제대로 읽기도 전에 해답지부터 펼치던 어린 시절 버릇이 그대로 발현되는 게 문제다.
시드머니가 충분하지 않은 사람일수록 집중투자가 필요하다. 얼마 되지도 않는 돈을 쪼개서 여러 종목에 나누면 주식이 올라도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괜히 이것저것 관리하다가 팔 때와 살 때를 놓치고 결국에는 감당하지 못할 수준에 이르기도 한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분산투자가 오히려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경험 자본, 능력 자본, 인력 자본, 금전 자본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단 하나의 필살기가 필요하다. 넓게 파려면 깊이 파야 한다. 높이 올라가려면 더 깊게 파야 한다. 얕은 우물 100개를 파는 것보다 깊은 우물 하나를 제대로 파내는 게 중요하다. 그 우물 하나가 100가지 문제를 해결해 주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디깅(digging)의 힘이다.
‘채굴, 팔굴’을 뜻하는 디깅은 어떤 것에 집중해 깊게 파고드는 행위를 의미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혁신의 아이콘들을 살펴보라. 그들은 비범한 생각,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크리에이터들이 아니다. 무서울 정도의 집요함과 답답할 정도의 진득함으로 자신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발굴하는 디거(digger, 깊게 파는 사람)들이다. 디거들은 자신이 ‘성장에 미친놈’이라는 사실을 과정과 결과로 증명해낸다. 일단 방향이 결정됐으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멀리 돌아가든 개의치 않고, 어떻게든 그것을 완성해 낸다. 궤도를 벗어나는 두려움보다 목표를 방해하는 요소를 더 경계한다.
일당 6만 원 받던 일용직 노동자를
일 매출 3,000만 원 CEO로 만든 "디깅"의 힘!
일당 6만 원 일용직 노동자를 일 매출 3,000만 원, 연 매출 100억 원 CEO로 만든 것 역시 한 분야를 파고 또 파고 들어간 힘이었다. 비가 내릴 때까지 지내는 기우제처럼 그것이 무엇이든 될 때까지 해낸 집념이었다. 누군가 적당히 일하고 편하게 돈 버는 방법을 찾아다닐 때 현장에서 몸이 부서지도록 기술을 디깅한 결과였다.
이 책의 저자 역시 대학 시절 남들이 그렇듯 열심히 스펙을 쌓아 대기업에 입사했다. 대기업의 장점인 시스템이 개인의 성장을 방해한다는 생각에 퇴사를 결정한 후, 건축 자재를 납품하는 중견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덕분에 현장을 방문할 일이 많았는데 그곳에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조직이라면 정년퇴직을 하고도 남았을 연배의 사람들이 연봉 1억 원을 받으며 현장을 누비고 있었던 것이다. “기술은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생각에 바로 사표를 던지고 관련 학원을 찾아가 기술을 배웠다.
학원을 다닐 당시 저자보다 역량과 센스가 뛰어난 사람은 많았다. 재능이나 스킬로 성공의 기준을 삼는다면 그는 열등생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끝까지, 될 때까지 파고드는 힘 하나로 독자적 영역을 구축한 유일한 생존자가 됐다.
한 우물을 판다는 건 결국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전문성은 경험을 축적하고 기술을 숙련하는 지난한 과정 위에 쌓인다. 고통스러울 정도로 지루한 반복을 지속해야만 익숙함을 변주하는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 무엇보다 시간을 버티는 힘이 필요한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무한 성장을 위해 자신만의 시간을 버티고 있는 이 땅의 디거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