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만 보면 생각이 없어지는 대호, 뭐든 없애 주는 쓱싹 마녀를 만나다
노는 게 제일 좋고, 수학을 제일 싫어하는 대호는 매번 엄마의 잔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요리조리 빠져나간다. 하지만 오늘은 생각 없이 팽이를 세 개나 사고, 수학 학원까지 빼먹어서 엄마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 같다. 대호는 현관문 앞 ‘707호’ 숫자만 봐도 머리가 어질어질, 속이 울렁거린다. 대호는 숫자 때문에 수학이 싫어진 건지, 수학 때문에 숫자가 싫어진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엄마의 잔소리와 다니기 싫은 수학 학원을 벗어나려면 숫자가 없어져야만 한다.
“으, 수학 공부하기 싫어. 어떻게 하면 수학 공부를 안 할 수 있을까? 맞다! 그냥 아예 숫자가 없어져 버리면 되잖아. 그럼 수학 공부를 할 필요가 없지. 역시 난 천재야. 이 세상 숫자야 모두 없어져라. 숫자야, 없어져라!”
대호의 외침이 온 사방에 울려 퍼질 때쯤, 온통 빨간색으로 휘감은 할머니가 나타나 대호의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한다. 대호는 소원을 이루고 아주 행복해졌을까? 공부하기는 싫고, 수학은 더 싫은 천방지축 대호의 유쾌한 성장기를『숫자야 없어져라, 얍!』에서 만날 수 있다.
‘놀면서’생각하기 연습으로
막무가내 우대호에서 생각하는 우대호로 변신!
대호는 숫자만 없어지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더 큰 걱정과 고민에 빠진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이 숫자로 되어 있는지는 생각하지 못한 탓이다. 대호는 다시 쓱싹 마녀 할머니를 불러서 눈물 콧물을 쏟으며 새로운 다짐을 한다. 쓱싹 마녀 할머니도 대호의 간절함에 ‘놀면서’ 생각하기 연습과 계획표 세우기를 제안한다. 학교, 학원, 숙제까지 시간도 없는데 생각하기 연습과 계획표 세우기라니. 대호는 생각만으로도 벌써 머리가 지끈해진다.
제일 좋아하는 팽이치기를 하면서 생각하라니, 대호는 쓱싹 마녀의 말이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그리고 계획표라면 엄마가 짜 주는 공부 계획표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쓱싹 마녀는 공부 계획이 아니라도 하고 싶은 일부터 적어 보라고 말한다. ‘오늘 뭐하고 놀 건지, 오늘 무슨 음식을 먹을 건지’ 등등 엉뚱한 상상까지 모두 계획을 세우다 보면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음을 전한다. 너무나 쉬운 방법에 대호는 깜짝 놀란다. 생각할 시간조차 없이 엄마가 정해준 대로만 움직이는 요즘 아이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조언이 아닐 수 없다.
작은 일에도 욱하고 화부터 내던 대호는 쓱싹 마녀의 말대로 좋아하는 팽이를 머릿속으로 돌리며 곰곰이 생각한다. 동생이 놀자고 떼를 쓸 때면 항상 주먹 먼저 나갔지만, 쓱싹 마녀 할머니의 말을 떠올려 본다. 그제야 동생이 매일 대호의 눈치만 보며 함께하기를 기다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동안 엄마 말이라면 무조건 잔소리로 생각하고 엄마를 피하기만 했던 자신을 되돌아본다.
대호는 어렵다고 생각한 ‘생각하기’와 ‘계획표 세우기’가 차츰 익숙해지면서 놀이만큼 신나는 일임을 깨닫는다. 어른 중에도 대호처럼 쉽게 성내고 참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아이의 작은 실수에 욱하는 부모님들도 대호처럼 마음을 가다듬고 잠깐 생각해 본다면 어떨까? 생각 뒤에 행동한다면 좋은 사람이 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대호처럼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도 상상 속 계획을 쓰다 보면 어느새 실천하고 싶은 계획과 목표까지 세울 수 있다. 심수영 작가는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조급하지 않고 천천히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것이 중요함을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로 전한다. 상상력 넘치는 그림은 한눈팔지 않고 이야기에 집중할 수 즐거움을 준다.